가봤더니

해피해피 경양식 돈까스

맛집통큰돈까스 전대점

요즘 들어 부쩍 음식에 관련된 방송이 많아졌다. TV 채널을 돌리던 중, 홀린 듯 정주행하게 된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강식당.

평소엔 누가 사준대도 잘 안 고르던 메뉴인 돈까스에 확 꽂히고 말았다. 돼지고기를 정성 들여 두드려내 만든 거대한 수제 돈까스가 식욕을 자극한다. 가장 가까운 돈까스 집을 찾아 길을 나서 본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전대 후문에 자리한 통큰돈까스이다. 매일매일 손수 두드려 얇게 펴낸 고기를 주문 즉시 바로 튀겨낸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돈까스에 들어가는 노동을 배우게 된 요즘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귀여운 돼지 그림들이 반겨주고 있다. 소소한 재미와 함께 돈까스에 대한 기대를 충전한다.

가게 내부는 깔끔하고 넓어서 어딜 앉아도 좋다. 내부에도 잔망스러운 돼지들이 반겨주고 있어 멸종한 줄 알았던 동심이 생기는 기분이다.

주문은 간단하다. ‘통큰왕생돈까스’(5,500원) 하나에 ‘통큰순두부찌개’(5,000원) 하나. 예능 프로그램처럼 라면에 돈까스를 올려 먹고 싶었지만, 칼바람 부는 날씨에, 뜨끈한 순두부찌개도 나쁘지 않겠다.

수프를 주나 물어봤지만 없단다. 돈까스 전, 수프가 경양식의 원조라지만, 오늘은 생략하자.

돈까스가 등장한다. 큼지막하면서 얇게 튀겨낸 돈까스에 아낌없이 뿌려낸 특제소스까지, 그 모습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거기에 투박한 소스의 양배추와 콘 샐러드도 아는 그 맛이라 더 기대가 된다. 수줍게 한 편에 자리한 밥까지, 한 접시에 다 담겨있다.

돈까스의 생명은 역시 소스이다. 바삭하게 튀겨낸 돈까스에 촉촉하게 뿌려진 소스의 맛을 기대하며 빠르게 칼질을 해본다.

얇게 두드려낸 돼지고기가 바삭한 튀김 옷 사이에서 부드럽게 분해된다. 거기에 달고 상큼한 소스까지 조화를 이루면, 이게 바로 경양식 돈까스 맛의 절정이다.

소스가 시중의 돈까스 소스 맛이 아닌, 수제로 만든 양념이라 그런지, 감칠맛이 좋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소스 칭찬이 일색인 것을 엿들어 본다.

돈까스에 없으면 서운한 샐러드와 밥은, 경양식 돈까스 한 접시의 주연급 조연이 아닐까 싶다.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은 샐러드 소스에 야채와 콘을 버무려 먹으면, 아삭하고 상큼한 맛이 입맛을 잡아주는데 어떻게 빠질 수가 있을까.

막 끓여져 나와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는 순두부찌개가 기가 막히다. 포슬포슬한 순두부에 버섯, 조개, 만두까지 넣어져 끓여 나오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순두부찌개가 허를 찔렀다.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았는지, 굉장히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텁텁함이 없이 개운해 자꾸만 수저가 간다.

순두부찌개 살짝 떠서 위에 돈까스 한 점 얹어 먹어본다. 식당에서 이 조합을 추천한 이유가 있다. 포슬포슬하고 살짝 얼큰한 찌개 국물에 촉촉하고 달짝지근한 돈까스를 올려 먹으면 각각의 맛이 따뜻하게 어우러짐에 감탄을 하게 된다.

국물에 푹 젹셔 먹는 김치돈까스나베와는 다른 식감이다. 특제소스의 풍미가 있는 바삭한 돈까스와 얼큰한 국물의 조합이니, 국물에 튀김 옷이 풀어지는 것 없이 각각의 조화를 이룬다.

소박한 반찬이지만 찌개에 밥이 있어 반찬 그릇도 금세 비워진다. 간간히 입맛을 새콤하게 잡아주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 먹을 만큼만 셀프로 가져다 먹자.

사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자주 찾던 경양식 돈까스집은 충장로의 ‘유생촌’이었다. 어릴 적의 향수로 다시 찾았을 때에는 이미 꽤 변한 모습이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신년을 맞이하며 기운찬 느낌 한 편에는, 한 페이지 더 뒤로 간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나 보다. 하나둘씩 추억의 맛집이 사라지거나 변해가는 요즘에, 간만에 본 예능 프로그램이 추억을 자극한다. 부모님 손잡고 가서 먹었던 기억이 깃든 투박한 그 돈까스가 여느 돈까스보다 더욱 맛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