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위 위시 유얼 솔로 크리스마스

맛집겟코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니 거리 여기저기에서 캐롤이 울려대고 커플들이 천지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케빈을 벗 삼아 혼술을 기울였는데, 올해도 케빈과 함께할 느낌적인 느낌이다.

사람 많은 곳은 싫고, 적당히 연휴 기분은 내고 싶은데 그곳이 집은 아니었으면 한다. 수고한 나를 위로하는, 온전히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당신을 겟코우로 안내해본다.

봉선동 볼링장에서 올라가는 길목을 따라가다 보면 심야식당 느낌 물씬 나는 겟코우를 마주할 수 있다. 들어서서 왠지 ‘마스터’를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발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동상보다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혼술 환영’이란 팻말이다. 혼밥은 해도 혼술은 역시나 더 많은 렙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겟코우는 내부에 세 테이블 정도가 전부인데, 메인은 바로 다찌이다. 길게 뻗은 다찌가 혼자 오는 손님들을 반긴다. 조명도 적당히 어두워 인기척을 숨기기에 좋다.

메뉴판을 받아 메뉴를 둘러보니, 구성이 실제 일본에 있는 작은 주점들과 같은 구성이다. 다양한 꼬치류에 조금 더 고급지게 보이는 메인 메뉴들까지 알차다.

한 해 고생한 나를 위해, 가격대도 괜찮아 보이는 화로구이(12,000원)을 주문한다.

숯불이 담긴 1인 화로가 세팅되고, 마블링이 좋아 빛깔도 좋은 부챗살이 한 접시 나온다.

급하게 많이 올릴 필요 없이, 두어 점 올려 구워내본다. 작은 화로라 불이 은은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연기가 나거나 탄 고기 먹고 암 걸릴 일이 적다. 혼자 천천히 구워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다찌에 비치된 소금을 고기 위에 솔솔 뿌리고, 숯불에 살짝 익힌다. 고기를 집어내 입에 넣으면, 따뜻하게 퍼지는 소고기의 육즙과 함께 부챗살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에 몸이 녹는 기분이다.

여기에 맥주를 곁들이면, 너무나 좋은 혼술상이 된다. 귀찮은 대화도 필요 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즐겨본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가 된 기분이다. 요시!

화로구이를 다 먹으니 술이 남는다. 기왕 온 김에 이 기분을 풍족하게 누려보고자 스끼야끼(20,000원)를 추가로 주문한다.

끓는 스끼야끼 육수에 준비된 고기를 투하해 익혀지면 재빨리 거둬 잘 풀어진 계란 노른자 소스에 적신다. 역시 좋은 조합이다. 부드러운 고기의 육질에 계란 노른자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한 냄비 안에 담아낸 어묵, 버섯 등의 갖은 재료들이 한데 끓여지며 나오는 육수는 기가 막히다. 앞접시에 한 국자 떠 들이키면, 뜨끈하고 개운한 국물이 허한 속을 달랜다. 배추 한 점 남김없이 냄비를 비워지게 하는 마법이다.

점심 메뉴로도 판매하는 북해도 스프카레는, 흔히 접하는 카레와 다르게 굉장히 묽다. 특유의 향신료 항에, 스프에 뿌려진 통깨와 바질이 톡톡 터지는 식감까지 풍부하다.

거기에 닭고기와 할라피뇨가 맛의 풍미를 더하니, 자꾸만 숟가락이 간다. 품격 있는 혼술상에 술이 술술 비워지니, 이미 간단하게 먹고 가자는 처음 마음가짐은 세 달 지난 새해 다짐처럼 희미해졌다.

사장님께서 혼술러에게 선사해주신 새우튀김과 고로케를 감사히 받아들인다. 얇지만 바삭함이 일품인 튀김옷에 숨겨진 새우 속살이 탱탱하여 톡톡 씹힌다.

고로케는 스프카레 소스에 찍어먹으니 특제 소스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맛이나 보라며 주신 타코와사비에도 인심이 넘쳐나니, 훈훈한 연말의 정을 혼술을 하며 느껴본다. 알싸한 와사비 덕후라면 타코와사비에도 소주 두어 병은 거뜬 없다.

지쳤던 한 해를 화로구이로 위로받으니, 연말에 크리스마스 느낌 완벽하게 든다. 하지만 가게를 나오자 휙 부는 찬바람에 옆구리가 시린 느낌은 감출 수가 없다.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라지만 솔로인 나는 사실 외롭다.

시린 옆구리를 채워줄 인연은 어디에 있을까. 혼술도 좋지만 화로구이를 함께 먹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당신, 남들 다하는 연애, 나만 힘든 당신이라면, 사랑방 연애, 결혼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