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탱글탱글 동(冬)굴 속으로

맛집여수밤바다횟집

드디어 굴(석화)의 제철이 돌아왔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국에 넣어 먹어도 맛있고, 쪄서 먹어도 맛있는 바야흐로 동(冬)굴인 것이다.

예전엔 집에서 간간이 쪄 먹었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굴 껍데기 버리는 게 다 돈이 되어, 집에서는 은근히 보기 힘든 녀석이 되었다. 굴 껍데기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제철 굴 한 번 실컷 먹어보자, 하는 마음에 용봉동으로 출발한다. 향하는 그곳, 바로 ‘여수밤바다’이다.

한참 제철인 굴찜이 무한리필로 제공된다고 한다.이 낭만적인 사실을, 네게 전해 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밤바다의 굴찜을, 너와 함께 먹고 싶다.

퇴근 후 부랴부랴 달려갔는데도 대기번호 6번을 받아 대기줄에 안착한다. 가게 외부 바로 앞에서는 전복들을 깨끗하게 세척하여 주방으로 이동시킨다. 넘치는 손님들에 직원 모두들 쉴 틈이 없다.

매장 내에 손님이 가득 차있다. 좌식도 있고 홀도 있지만 먼저 나오는 자리가 내 자리가 된다. 40분의 기다림 끝에 자리에 착석해본다.

메뉴판이 있지만 오늘은 메뉴판이 필요하지 않다. 식당 내 모든 손님들의 메뉴는 하나로 통일이다. 바로 무한리필 굴찜이다. 가격도 1인 12,000원이니 가격마저 낭만적이지 않은가.

테이블에 종이를 깔아주고, 그 위에 전투 무기 셋팅을 해주니, 기대감 장전이다. 장갑과 칼, 1인 1무기 장착이다.

정말 끊임없이 쪄지고 있기 때문인지 굴찜은 금방 나온다. 아래에 있는 버너를 켜서 따뜻함을 유지시키며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굴찜을 먹기 전, 갖춰진 밑반찬들과 함께 한 상 찍어본다. 가짓수는 얼마 없어도 굴찜의 위상으로 웅장해 보이는 한 상이다.

장갑을 끼고, 살짝 열린 껍데기 사이를 칼로 벌려내며 까주면 이렇게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겨울 굴의 자태가 등장한다. 껍데기 까기 어렵지 않고 빠르게 가능하니, 빠르게 까는 자가 더 많은 굴을 먹을 것이다.

전라도 사람 입맛이라 그런지 굴은 역시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제일이다. 탱탱하게 살이 오른 굴 한 점을 초장에 콕 찍어 입에 넣어본다. 씹는 순간 굴 본연의 부드러운 살이 머금은 육즙이 톡 터진다. 거기에 상큼한 초장이 곁들어지면, 여수밤바다~ 이 껍데기에 담긴 아름다운 굴찜이 있어~ 내게 먹여주고 싶어진다. 냉큼 또 입에 넣는다.

간장와사비도 찍어 먹어본다. 알싸한 와사비의 향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굴 맛을 확 잡아준다. 각각의 소스가 다른 느낌으로 굴과 잘 어우러지니 번갈아 찍어 먹는다.

다른 소스에 찍어 먹음에도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비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굴이 머금은 육즙이 고소하기까지 해서, 그 육수를 기본으로 한 매생이굴국을 맛보고 싶을 정도다.

매생이굴국이 메뉴에 없어 아쉬운 대로 기본으로 나온 된장국을 맛보는데, 맛이 조금 특이하다. 국자로 바닥을 휘저어보니 다슬기가 숨어있었다. 살짝 느끼해졌던 입맛을 다슬기 특유의 다소 씁쓸한 향으로 잡아주니 나쁘지 않은 궁합이다.

끊임없는 노동의 결과로 굴 껍데기를 넣은 통이 가득 채워져 간다. 통이 가득 차면, 숨고를 새도 없어 보이는 직원들이 와서 빈 통으로 교체해준다. 2라운드를 알리는 시작이다. 굴찜 리필을 요청한다.


2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꼬들꼬들한 해초무침도 그릇을 비우고, 두부김치도 야무지게 먹는다. 계란도 쉭쉭 휘저어 자취를 없앤다.

고구마튀김도 밑반찬으로 내어지는데, 튀김 옷이 두껍지 않고 기름기가 적어 입가심하면서 먹기에 좋다. 문제는 튀김을 먹으니 탄수화물 섭취 욕구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역시 밥심인지, 식사류 중에서 생선초밥을 주문한다. 싱싱하고 두툼한 활어를 올린 광어 초밥이 나오는데, 그 두께와 쫄깃함에 입맛도 뱃속도 든든해진다. 이 집 원래 횟집인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초밥도 맛이 훌륭하다.

직원분이 찜 소쿠리째 가져온 굴찜을 테이블 위의 소쿠리에 부어주시며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린다. 여수밤바다 굴찜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리필 시에 조금씩 주는 게 아니라 듬뿍듬뿍 가져다 주니 풍성해서 좋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시킨 세 번째 리필의 굴찜도 바닥을 보인다. 따듯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테이블에 둘러 수다를 떨고 있자니, 이곳이 여수 낭만거리의 포장마차인 듯한 기분이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단백질 가득한 굴의 계절이 왔다. 추운 날 입안에서 확 퍼지는 따뜻한 밤바다의 향이 그리워질 땐, 낭만이 가득한 여수밤바다의 굴찜을 맛보러 가는 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