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쉘 위 스테이크?

맛집휴블랑

‘날도 좋은데, 오늘 뭐 먹을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다들 서로의 눈치만 살피기 바쁘다. 모두의 취향을 맞추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오랜만에 칼질이나…’하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낮에 방문하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조금 어려운 느낌이 있다. 딱딱한 이미지에 가격까지 상상하면 더 그렇다. 레스토랑을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웠던 우리에게 가격마저 가벼운 ‘휴블랑’이 멋진 점심을 선사한다.


‘휴블랑’은 경상도에서의 첫 오픈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며 서울 가로수길까지 접수했다고 한다.반년 전,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오픈했다고 하니, 그곳이 바로 봉선동이다.

봉선동 식당에 갈 때마다 늘 주차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휴블랑 바로 뒤엔 차량 10여 대가 들어가는 주차장이 있다는 사실! 주차를 완료하고, 단정하게 자리 잡은 입구로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간다.


실내에서 내려다보면 바로 앞에 봉선동 별다방이 보인다. 별다방 골목으로 들어오면 바로자리하고 있으니, 위치 또한 찾기 쉽다.

매장 내부는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우드 느낌을 바탕으로 벽돌로 포인트를 주었다. 전면 채광이 주는 산뜻함에 은은한 조명까지 내려앉으니,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마주 앉은 이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여기선 그와의 속 깊은 이야기도 괜찮겠다.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받아 펼치는데, 스테이크의 가격대가 생각보다 괜찮다. 1만 원 후반대의 스테이크가 거의 주다. 파스타나 피자도 1만 원 초, 중반대의 가격이고, 사이드 디쉬도 1만 원 이내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대라, 작정하고 시켜본다. ‘쉘 스테이크(25,000원)’, ‘슈림프 스테이크(21,900원)’, ‘바나메이 로제 파스타(12,900원)’, ‘김치 통삼겹 필라프(13.900)’, ‘감바스 알 아히요(13,900원)’을 주문한다.


주문이요~ 하고 부르니, 오더지를 작성해달라고 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이름도 생소하다 보니, 버벅댈 필요도 없고 간편해서 좋다.

제일 먼저 나온 ‘감바스 알 아히요’는 새우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튀기듯 구워낸 스페인식 요리이다. 동행한 지인들이 모두 스페인에 다녀온 적 있는 터라, 특히 기대했던 메뉴이기도 하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다.

바삭한 바게트에 오일을 듬뿍 묻히고, 그 위에 새우, 마늘, 토마토까지 듬뿍 올린다. 오일을 머금은 빵은 촉촉하면서 풍미가 난다. 거기에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터지고, 치킨스톡을 휘감은 마늘향이 퍼지면, 지중해의 풍미가 봉선동에서 재현되는 느낌이다.

평소에 감바스를 현지식으로 자주 만들어 먹는다는 지인도 ‘엄지척’을 날릴 정도니, 인정할 만 하다.

뒤이은 메뉴는 ‘김치 통삼겹 필라프’이다. 스페인에서는 생각보다 쌀 요리를 많이 먹는데, 주메뉴는 바로 빠에야다. 필라프와 빠에야는 각각 쌀을 볶거나 익히는 것의 차이인데, 한국 사람에겐 필라프가 더 입맛에 맞지 않나 싶다.

필라프도 현지 입맛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나 보다. 김치와 통삼겹이 들어간 필라프라는 블랙데리야끼 소스에 홍후추를 뿌려내, 고풍스런 이국적 맛에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함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두툼한 통삼겹살에 잘 구워진 통마늘까지 입에 담으면, 한국적인 필라프의 진수 중에 진수인 맛이다.


‘바나메이 로제 파스타’가 등장한다. 소스와 치즈가 듬뿍 들어가 꾸덕꾸덕한 느낌이 ‘진짜’ 로제 파스타답다. 여기에도 새우와 고기가 듬뿍이다. 보통의 파스타보다 살짝 면이 굵은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입안의 풍족함은 더 커진다. 파스타라고 다 느끼한 게 아니다. 휴블랑의 ‘바나메이 로제 파스타’는 살짝 매콤한 맛까지 더해, 우리들 입맛에 잘 어울린다.


살짝 입맛을 잡아줄 타이밍이 올 땐, 매장에 비치된 셀프바로 가보자. 피클과 할라피뇨가 있는데, 식초의 시큼한 향이 강하지 않아 자꾸만 손이 가는 밑반찬이다. 특히 할라피뇨가 매콤하면서 입에 잘 맞는다.

자리를 비켜라. 드디어 메인메뉴가 왔다. ‘쉘 스테이크’와 ‘슈림프 스테이크’의 등장이다.

사진으로는 이 영접의 느낌을 전달할 수 없어 동영상으로 담았다.

이 훌륭한 한 상을 점심에 맛보게 되다니, 다들 오랜만에 하는 칼질에 들뜬 듯, 이야기 보따리가 벌써 가득가득 쌓인다.

입맛에 따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도록 한 번에 제공해버리는 휴블랑의 클라스에 무릎을 탁 친다. 스테이크 한 플레이트 안에 담을 것을 다 담았다.

여전히 지글대는 불판에 소고기 한 점을 더 익혀내 칼질을 해본다. 취향에 맞춰 소금을 살짝 찍어 먹으니,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소고기의 식감와 육즙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스테이크 한 점 먹고, 한 모금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이란. 이 순간 고든램지가 부럽지 않다.

쉘 스테이크는 체다, 엔젤, 피자 치즈 3종이 어우러져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는데, 그 속에서 건져 올린 관자와 새우가 탱글탱글하다. 지중해의 신선함이 식탁 위로 옮겨온 듯하다. 입에 넣으면 치즈와 어우러지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에 행복해진다.

쉘 스테이크는 겨울 시즌 한정 메뉴이니 때를 놓치면 못 먹는다는 것 유의하길 바란다.

슈림프 스테이크의 새우를 소스에 콕 찍어 먹어도 좋다.

느끼해진다 싶을 땐, 샐러드로 입맛을 정리해보자. 신선한 채소가 느끼함을 확 잡아주니 스테이크를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셀프바로 가보자. 커피 머신으로 휴블랑 머그컵에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다. 아메리카노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있으니 마치 코스 요리를 즐긴 기분이다.

식사 영수증을 지참하면, 제휴된 다른 식당에서 할인이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하니, 영수증을 꼭 챙기도록 하자.

꼭 특별한 날에만 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레스토랑이 가까워졌다. 뭔가 차려 입고 가야 할 것 같은 곳이 아니라, 가볍게 분위기 내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광주에 상륙했다.

낮에는 캐주얼한 레스토랑으로, 밤에는 분위기 있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 펍으로 변신하는, 낮과 밤의 다채로움이 있는 휴블랑에서 스테이크 한 점,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