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단짠단짠 마성의 돼지갈비

맛집담양판그릴


담양식 돼지갈비는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고기 굽는 수고를 덜 뿐만 아니라, 고기에 불 향이 그득하게 배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 취향이 다르고, 선호도가 다른 이들조차도 담양식 돼지갈비라면 다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러한 돼지갈비가 불판을 교체했다. ‘담양식’이 아니라 ‘담양판’으로 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깔끔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담양판그릴’에서 ‘담양판 돼지갈비’를 맛보러 가자.

‘담양판그릴’은 진월동 한국아델리움 아파트 앞에 위치하고 있다. ‘담양+판+그릴’의 세 가지 합성어로 이루어진 식당 이름은 고깃집답지 않게 세련됐다. 서울 삼성동에 분점이 있다고 하니, 세련됨뿐만 아니라 맛까지도 인정을 받은 듯하다.

웅장한 외관과는 다르게 홀이 아담한 편이다. 하지만 2층에 더 넓은 홀을 감춰두고 있단 말씀. 1,2층으로 홀이 있고 단체석도 준비되어 있으니 회식이나 모임 자리에도 문제없다.

마침 단체 손님들이 빠진 뒤 들어간 터라 식당이 한적하다.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둘러보니, 매장 벽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다. 고깃집에 온 건데 무슨 고급스러운 식당을 방문한 느낌이다. 식당이 주택가에 있어 그런지, 한산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어 전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게 바로 ‘담양판’인가보다.

주방은 칸막이가 투명한 창으로 되어 있어, 건너편으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다. 고깃집에서 오픈형 주방이라니, 참 독특하다, 싶다.

자, 그럼 주문을 해볼까. 메뉴판을 받아 딱 펼치니 메뉴가 다양하다. 기본적인 돼지갈비만 생각하고 왔던지라 잠시 메뉴선택에 대한 고민을 해본다. 가장 무난할 것 같은 기본 맛, 돼지갈비 1인분(13,000원)과 매운치즈갈비1인분(15,000원)을 주문한다. 구워져 나와야 하니 10분 정도 걸린단다. 그 정도야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밑반찬이 나오는데, 한 쪽엔 쌈 재료들을, 반대편엔 중간중간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세팅해주신다. 소박한 느낌이지만, 반찬이 군더더기 없이 정말 있을 것만 있어 좋다. 반찬 리필 시에는 주방 옆의 트인 공간에서 반찬을 담아 가져다 주는데, 그 과정을 바로 볼 수 있으니 위생적이라 또 좋다.

특히 나물 3종 세트는 몇 가지의 반찬에만 집중한 만큼, 신선하고 간이 딱 좋다. 주방에서 구워지고 있을 고기를 생각하며 나물을 종류별로 집어먹고 있다 보면, 나물 특유의 청정한 맛 때문에 식욕이 최대치로 돋워진다. 기본 찬으로 묵사발도 나오는데, 오늘은 재료가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방문 때를 기약해본다.

드디어 담양판 돼지갈비의 등장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고, 지글지글 소리가 들리는 게, 방금 막 구워져 나왔음을 증명한다. 고기 위에 잔뜩 얹어진 파채와 치즈가 보기에도 좋아, 식욕을 자극한다. 담양판 돼지갈비, 세련됐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갈빗대 뒤에 숨은 옥수수가 보인다. 이건 마치 돼지갈비가 한 판의 고급스런 스테이크가 되어 나타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엄청난 한 판이다.

고기 컷팅을 위해 집게로 갈빗살을 들어 올리니 딸려 올라오는 파와 치즈가 주는 자극이 엄청나 자연스레 입맛을 다시게 된다. 몇 점 안되겠거니 했는데, 양이 꽤 많다. 고급스러운 것은 양이 적다는 편견을 다시 한번 버리게 된다.

먹기 좋게 고기를 잘랐다면, 이제 맛볼 차례다. 빠르게 젓가락을 침투시켜 돼지갈비를 집어낸다. 파와 함께 순정으로 먹는데, 씹는 순간 불 향이 그득하다. 거기에 돼지갈비의 달고 짭조름한 맛에 파채 특유의 달고 알싸한 향까지 더해지면서, 일반 담양식 갈비보다 더 풍부한 맛을 자아낸다.

돼지갈비 한 점 집어 데리야끼 소스에만 콕 찍어 순정으로 먹어본다. 달고 짠맛에 부스터를 단 느낌이다. 몇 점을 계속 소스에만 찍어 먹다가, 건강을 생각해 쌈도 싸먹어 본다.

고기 듬뿍에, 마늘, 고추에다 쌈장도 살짝 얹어주고, 파채까지 올린다. 무거운 녀석들에 빙의된 듯 ‘한입만~!’ 하고 입에 넣는다. 쌈에서 퍼지는 육즙과 갖가지 야채들의 향과 맛의 향연이 펼쳐져, 눈을 감고 음미하게 된다.

담양판그릴의 한 판 속에는 숙주를 휘감은 조랭이떡도 있고, 알맞게 익어 노릇노릇 해진 옥수수도 있다. 쫄깃한 조랭이떡은 닭갈비 한 판을 생각나게 하고, 콘은 스테이크 한 판을 생각나게 한다. 이 모든 걸 합쳐놓은 담양판, 한 판인 것이다.

매운갈비도 먹어보자. 맵다기보단 살짝 매콤한 정도로, 기분 좋은 매콤함이다. 한 점 집어 팽이버섯과 같이 들어본다. 뭔가 아쉽다. 그래, 치즈가 있어야 한다. 판에 눌어붙은 치즈를 박박 긁어 함께 집어 올려 먹는다.

대체 매콤한 고기에 치즈를 올려먹을 생각은 누가 처음 한 건지. 공로상을 받아 마땅할 지경이다. 갈비의 살짝 매콤한 맛을 치즈의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잡아주는데, 바로 이 길이 꽃 길 아닌 치즈 길이다.

갈빗대는 손으로 먹는 게 당연지사! 눈치 보지 말고 손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자.

배는 부른데, 돼지갈비에 냉면이 빠지면 뭔가 개운하지 않다. 입으론 배부르다고 하면서 손은 이미 호출벨에 가있다. 물냉면(3,500원)을 하나 시킨다.

고기로 살짝 기름진 입맛을 냉면으로 시원하게 잡는다. 후식용 냉면이지만 양도 많다. 고기 열기에 살짝 달아오른 얼굴도 냉면의 시원함에 사르르 가라앉는다.

냉면 육수의 간이 너무나 좋아서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그릇째 들고 시원하게 들이마시니, 완벽한 마무리를 빛내준다.

담양식 돼지갈비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 온 만큼, 돼지갈비 식당들도, 다인용 테이블이 넓게 깔린 홀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 투박한 느낌으로 정형화된 듯하다. 돼지갈비의 달고 짭조름한 마성의 맛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좋은 분위기가 끌리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담양’식’을 담양’판’으로 한 글자만 바꿔보자. 갈비도 이제 분위기 있게 먹을 수 있다. 담양판그릴이 내놓은 담양판 돼지갈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