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나의 해장을 상사에게 알리지 말라!

맛집전복대첩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즌이 돌아왔다. 얼굴에서 ‘숙취’의 기운을 잔뜩 내뿜는 과장님께서 해장이 필요하다고 하신다. 곰 한 마리 업고 다니는 듯 축 처진 어깨의 동료들도 보인다. 짠한 마음에 점심 같이 하시죠! 하고 알아둔 식당으로 향한다.

바쁜 업무로 떨어진 기력을 채우고, 잦은 술자리로 허해진 속을 뜨끈하게 달래줄 ‘전복대첩’으로 말이다.

풍암동 곳곳엔 숨은 맛집이 많다. 가본 곳 모두 실망시킨 적이 없을 정도인데, 이곳은 또 어떠할지, 대첩의 현장에 입장해본다.

매장에 들어서면 이순신 장군의 기백이 느껴지는 어록을 마주할 수 있다. 왠지 비장한 마음으로 입장해 본다. 점심 식사, 박살 내주겠다.

매장 내부가 무척이나 넓은데, 자리마다 파티션이 쳐져 있다. 홀에서 좀 더 들어가면 별도 공간이 나온다. 마침 비었길래 냉큼 자리를 잡아본다.

벽면에는 전복과 전복 내장의 효능이 붙어있는데, 역시 바다의 산삼이란 말이 맞나 보다.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레 메뉴판을 마주할 수 있다. 숙취人들은 장어전복탕(10,000원)과, 은대구탕 (15,000원)을 주문하고, 만성피로人들은 전복장정식(15,000원)을 선택한다.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들이 정갈하고 맛이 깔끔하여, 본 메뉴가 나오기 전 자꾸만 손이 간다.탕 메뉴들과 함께 나오면서 다 갖춰진 ‘반찬 어벤저스’로 한 상이 가득 채워진다.

밑반찬으로 나온 쌀게 무침에서 한 마리를 콕 집어 입에 넣어본다. 뼈 채로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쫀득함이 느껴진다. 만들어 먹긴 번거로운 음식이라 사 먹지 않으면 자주 접하지 못하지만 은근 밥 도둑인 반찬이다. 흔했던 반찬인데 요즘 들어 못보다 오랜만에 먹으니 더욱 감질나다.

겉절이도 아삭아삭하니 입맛을 돋운다. 적당히 삶은 양배추 잎에 소스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특히 소스는 일반 쌈장이 아닌 젓갈을 첨가한 것이었는데, 맛이 짭조름하니 특색이 있었다.

먹음직하게 구어진 생선의 정체는 바로 청어란 말씀. 청어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휘하의 수군들이 많이 잡았던 생선이라고 하던데, 전복대첩 한 상에 나온 청어구이라니, 센스가 탁월하다.


잠시 반찬 집어먹는 사이, 다른 이의 손에 청어구이는 처참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생알못'(생선구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겐 #생선가시 쉽게 바르는 방법을 꼭 전송해주도록 하자.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생선구이에서 머리를 분리하고, 가운데 뼈와 살 사이에 젓가락을 넣어 꼬리까지 죽 그어내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장어전복탕부터 시식해본다. 탕 위에 올려진 고명이 맛깔스럽다. ‘장어를 찾습니다~’하며 수저를 휘적여보는데, 장어는 갈아져 넣어있나 보다. 대신 건져 올린 전복의 자태가 통통하다.

얼큰한 탕에서 장어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자칫 날 수 있는 비린 맛을 미나리가 확 잡아주며, 허한 속이 뜨끈하게 꽉 찬다. ‘아, 속 풀린다~’가 절로 나온다.

해장에는 빨간 맛과 하얀 맛이 있는 법. 역시 고명을 가득 얹은 은대구탕도 그 비주얼을 자랑한다. 가득 찬 속살이 탐스럽다. 오동통한 알과 전복도 뚝배기를 꽉꽉 채운다.


신선한 대구를 사용하여 식감은 좋았지만, 장어전복탕에 비해 살짝 아쉬운 맛이었다. 살짝 나는 비린내가 못내 아쉽다. 이 대구를 매운탕으로 먹었으면 훨씬 감칠맛이 났을 텐데, 하는 평이다.

피로한 몸에 건강한 기운을 줄 전복장을 맞이해본다. 1인당 전복 2개씩 맛볼 수 있다.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니 한 점씩 먹으면 되겠다. 살아있는 활전복과 20가지 천연 한방재료를 넣고 4시간을 달이고 숙성시켰다는데, 설명만 들어도 원기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전복장정식에 빠지면 섭섭할 특제 소스와 마른 김 되시겠다. 전복 내장이 재료인 비법 소스를 적당량 밥에 부어 삭삭 비비면 이놈이 바로 밥상 깡패다.

고소한 맛의 소스가 밥알 하나하나 코팅하여, 깊은 맛을 자아낸다. 마치 게살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다.거기에 꼬들꼬들한 전복까지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소스를 비빈 밥에 전복 한 점을 그냥 올려 먹어도 맛있고, 김에 싸먹어도 맛있다. 밥에 청어 살을 올려 싸먹어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전복장정식을 시키면 된장국도 나오는데, 건더기가 풍부하다. 한 수저 뜨는데, 음? 맛이 너무 짜다. 이모를 불러 국의 간이 이상하다 하니 별말없이 국을 새로 가져다주신다. 주방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나 보다.

새로 내어진 된장국은 이 한 그릇으로도 해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진한 맛이다.

계피향 가득한 물로 입맛을 정리하니 마무리까지 개운하다. 마시는 물에도 작은 정성이 들어가 있으니 끝까지 흐뭇하다.

숙취에 힘든 이들도, 만성피로에 힘든 이들도, 뜨끈하게 기운 보충이 필요한 때이다. 숙취의 기운을 내뿜는 얼굴은 잠시 숨겨두자. 곧 점심시간, 당신의 전투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위해'전복대첩’ 승리의 현장으로 전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