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찬바람 불 땐 뚝배기, 둘이 먹어요~

맛집정동진해물탕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꽤 매서워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미처 피할 새 없이 감기도 걸렸다. 출근길로 오다가다 하는 길에 붕어빵 노점이 하나, 둘 자리 잡는 걸 보면,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있나 싶다.

어제, 오늘 유독 바람이 찼다. 헛헛한 몸에 찬기가 도니, 점심으로 뜨끈한 국물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국밥을 떠올려봤지만, 오늘은 국밥보다 더 특별한 게 당기는 날이다.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몇 년 전 겨울의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맛봤던 전복해물뚝배기가 떠오른다.

내륙이란 특성 탓일까. 제주도에선 앞집서도, 옆집서도 팔던 것을 광주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몇 안 되는 곳이지만 개중에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다. ‘정동진 해물탕’이다.

들어가자마자 후끈한 공기가 몸을 데운다. 내부를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자리한 파티션이 눈에 띄는 구조이다.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신경 써준 듯하여 괜스레 예약석을 잡고 온 기분을 내본다.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레 메뉴판을 마주하게 된다. 좋은 재료로 건강함을 내오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주메뉴는 해물탕, 해물찜 등의 해물요리이지만, 점심에 온 탓에 점심특선과 식사메뉴로 아쉬운 눈길을 돌린다.

주문을 하면 기본 밑반찬이 내어진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상차림이다. 중앙에 있는 찰밥은 다른 반찬 없이 먹어도 맛있다. ‘맨밥은 맛이 없는데 찰밥은 왜 맛있을까.’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보면 식사가 나온다.

점심특선 전복해물뚝배기(10,000원)가 등장한다. 전복 하나가 2등분으로 잘라져 나온다. 점심특선 말고 식사메뉴로 주문하면 전복을 하나 더 넣어준다고 하니 참고하자.

일단 평소엔 먹기 힘든 전복부터 맛을 보자. 전복을 한 점 들어 초장에 콕 찍어 먹어본다. 육수를 머금어 촉촉한 전복을 살짝 씹으면 전복이 머금고 있던 해물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온다. 거기에 전복 특유의 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지면 제주도의 식당이 부럽지 않다. 살짝 텁텁한 맛의 내장 부분도 별미이지 않은가.

워낙 건더기가 푸짐하여 앞접시에 옮겨 담아 먹어 본다. 게의 집게다리 부분과, 조개, 왕소라가 있다. 미나리도 듬뿍 들어가 있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음미해본다.


해물뚝배기는 해물의 비린 내음을 잡으려 양념을 많이 넣어 짜거나 국물이 무거울 수 있다. 하지만 ‘해물요리 명가’라는 타이틀을 내건 정동진 해물탕에선 어림도 없는 것.


양념을 살살 풀어 휘저은 뒤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양념의 얼큰함에 해물 육수의 개운함이 섞여, 국물이 무척이나 가볍다. 살짝 느껴지는 된장의 맛이 비법일까? 미나리까지 듬뿍 집어 입에 넣으면 제주 바다가 그려지는 맛이다.

집게다리를 들어 몸통 부분을 한 입에 넣어 살만 쏙 빼먹는다. 말라비틀어진 여느 게다리가 아니다. 속이 꽉꽉 차있어 입에서 게살들이 부드럽게 분해된다. 잠시 꽃게탕 먹는 줄 알았다.

쏙새우가 있었다니! 건져서 열심히 까본다. 두꺼운 갑옷을 맨손으로 해치울 생각을 했다니, 무모했다. 결국 무모함은 피를 불렀다. 피까지 보면서 얻어낸 속 살. 부드럽고 맛있어서 봐줬다.

쏙새우 깐 손가락을 물티슈로 닦고 있는데, 동행한 회사 동료가 여기 낙지비빔밥이 맛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메뉴 하나 더 추가다. 추천 메뉴 낙지비빔밥(8,000원)을 시킨다.

바로 비비지 않고 낙지만 건져서 한 입 먹어본다. 어느 정도 질길 거란 예상을 하고 입에 넣는데, 씹는 순간 ‘어라?’ 하게 된다. 싱싱한 낙지를 끓는 물에 한 번만 데쳐낸 듯 엄청나게 부드러운 식감에 말을 잇지 못한다.

분명 전복해물뚝배기로 시작했는데, 밥을 한 공기 더 먹고 있다. 초겨울에 발동하는 놀라운 식욕이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했던 회사 동료는 한 손으로는 땀을 닦으면서 다른 손으로 열심히 수저를 움직인다. 내 모습도 저럴까 싶다.

기본 반찬인 동치미 국물을 마셔본다. 양념된 비빔밥을 먹고 시원한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니, 입안에서 양념 맛을 확 잡아주는 게 깔끔해서 좋다. 두 끼 같은 한 끼, 든든하게 먹었다.

입동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안 듯, 유난히 출근길의 발걸음은 무겁고 몸은 헛헛하다.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 연차도 내기 어렵다.


그럴 땐 직장 동료와 함께 점심특선으로전복해물뚝배기 한 그릇, 어떠한가.‘정동진 해물탕’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뚝배기 한 그릇 같이 하다 보면,매서운 야근 바람에 함께 맞설 동료와 돈독한 동맹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