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몸쪽 꽉 찬 막창볼, 날려버려!

맛집순돌이네

8년을 기다렸다. 한국시리즈에 기아가 입장한다. 시즌 막판까지 조마조마하게, 애타게 지켜낸 리그 1위! 그러니 한국시리즈 첫 경기는 당연히 직관이란 말씀. 예매일 당일, PC방으로 갔다. 예매 오픈 시간 정각이 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누른다.

1분 만에 PC방 곳곳에서 탄식과 욕설이 들린다. 마찬가지다. 그 넓은 챔피언스필드에 내 자리는 없었다. 직관의 꿈은 무너지고 집관(집에서 관람) 확정이다.

1차전 당일, 부리나케 달려 집에 왔는데, 혼자 보려니 조금 심심하다. 치킨집은 죄다 통화 중이다.결국 3회까지 보다가 집을 나섰다. 야구를 볼 때 항상 찾는 집으로 간다. 그 이름부터 막창을 기가 막히게 잘 먹을 것 같은 ‘순돌이네’다.

문흥동 우리은행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순돌이네’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맛집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기아타이거즈 응원단장을 하셨던 사장님 덕에 야구 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이전에 사장님이 이번 시즌 잘해도 4위라고 하셨는데, 사장님이 틀리셨다. 응원만 잘하시나 보다.

TV가 잘 보이는 순돌이네 1열 1번 명당 좌석을 골랐다. 자리를 잡고 스크린을 보니 1:0으로 지고 있다. 안치홍의 실책이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매장 내 메뉴판을 본다. 메인 메뉴인 생막창을 주문하고 잠시 야구에 집중한다.

밑반찬들이 나오고 달궈진 숯불이 넣어진다. 단출한 상차림이지만 고구마와 두부김치는 최고의 식전 에피타이저이다. 노르스름하게 익힌 고구마를 까먹다 보면 배고픔에 난리 치던 뱃속이 금세 든든해진다. 두부김치는 묵은지의 맛이 그뤠잇이다. 두부김치만으로도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말 그대로 ‘생’막창이기 때문에 나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딱 보기에도 생생하고 탱탱한 선홍빛 색깔에 기대감을 장전한다.

굽기 귀찮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장님은 직접 구워주신다. 가게 내 사람들이 탄성과 탄식을 번갈아가며 지를 때마다 사장님의 고개가 자꾸 TV로 향하신다. 그 모습이 못내 재미있다.

분홍빛이던 생막창이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구워졌다. 손 한번 대지 않고 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일단 입에 넣고 시작해야 한다.

막창을 위한 특제 소스에 콕 찍어 고추도 한 점 올려 먹어본다. 첫 맛은 입안 꽉 찬 돌직구다. 막창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찬다. 거기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커브볼처럼 휘감는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쌈에 싸먹어도 맛있다. 풍부해진 입맛에 응원이 절로 나온다.

자칫 느끼해진다 싶을 땐, 기본으로 나오는 된장국을 한 수저 해보자. 칼칼한 맛이 막창의 기름기를 확 잡아주니 말이다.

된장국을 마시는데, 사람들의 탄식이 크게 들린다. TV를 보니 두산의 홈런이 터졌다. 화가 난다. 안 마시려했는데, 어쩔 수 없이 술을 시킨다. 소주, 소주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막창에 소주 한 잔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든다. 쫄깃하게 감겨오는 막창을 씹다가 소주를 한 잔 들이켜면, 3루까지 단 번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술이 남아서, 안주가 남지 않아서, 매운닭발을 추가로 주문해본다. 닭발도 생경한 비주얼로 나온다.

사장님의 조언대로 15초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면 이렇게 통통하게 변신한다. 양념이 타지 않게 불꽃과 같은 속도로 뒤집어줘야 하니 닭발은 직접 굽자. 사장님, 야구 보느라 바쁘시다.

매운닭발을 위한 양념장이 따로 나오니 콕 찍어서 먹는다. 한 입에 넣으면 무뼈 양념닭발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매콤함에 불향까지 더한다. 닭발, 이 또한 너무나도 좋은 술안주다.

순돌이네에 와서 비빔밥을 안 먹고 갈 수 없다. 갖은 나물과 왕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 나오니 방금 전까지 먹었던 것이 초기화된다. 마치 첫 메뉴를 마주한 듯 빠르게 수저가 향한다.

탁 치니 반숙의 노른자가 톡하고 터진다. 기다릴 수 없다.

대투수님의 손에 빙의하여 야무지게 비벼진 비빔밥을 한 입 넣는다. 잘 먹었으나 뭔가 허했던 뱃속이 따뜻하게 채워진다. 갖은 나물과 반숙의 계란 프라이가 밥알과 잘 어울리니 완벽한 마무리 투수라 하겠다.

야구장에선 치맥이 진리라지만, 집관러들은 치킨 시켜 먹기도 힘든 시즌이다. 예매도 실패하고, 주문도 실패한 루저가 됐다면 집 밖으로 나가 ‘막소’와 함께 야구를 관람해보자. 함께 응원해서 재밌고, 옆 테이블의 반응은 더욱 재미있는 순돌이네 1열 1번 명당 좌석에서 말이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 응원했지만 1차전은 안타깝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승기를 가져올 대투수 양현종이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잘 싸워서 이겨야 한다. 8년 만의 한국시리즈는 사랑방 뉴스룸에서 그 생생한 경기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