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소고기 무한리필도 1++등급 프라임은 기본!

맛집굽소

최근 이직을 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새 환경이 힘들었던지 감기까지 걸렸다나. 병색이 완연한 얼굴인지라 안타까운 마음에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대답이 돌아온다. 소.고.기.

한참 남은 월급날이 떠오르며 아차 싶었지만, 아픈 사람 먹이는데 질 낮은 고기를 먹일 수는 없는 노릇. 최상급 고기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을 폭풍 검색한다.

봉선동 별다방 사거리에서 옆으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골목이 있다. 들어가서 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그 곳을 마주할 수 있다.

한참 찾았다. 바로 너, ‘굽소’. 웅장한 외관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는, 길을 헤매느라 한계가 온 공복감을 극대화시킨다.

이른 시간에다 평일인데도 테이블이 거의 차 있다. 주말엔 대기줄까지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기가 좋길래?’ 하는 의문도 잠시다.

고개를 들면, 고기에 대한 사장님의 자신감이 보인다. 무한리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버리겠다는 사장님의 굳은 의지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한우 1++등급에 해당하는 프라임급의 최상급 고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고기 파티를 위해 A코스(19,800원)를 주문해 본다.

먼저 나온 우삼겹과 대패삼겹을 불판 위에 가득 올린다. 곁들여 나온 훈제오리와 소시지도 맛볼 수 있다. 익히는 내내 손이 허공을 떠돌다가 다 익기도 전에 젓가락을 꽂는다. 이 정도 기다렸으면 됐다. 소고기는 원래 핏기만 가시면 먹는 거라고 했다.

아껴먹을 필요 없이, 눈치 볼 필요 없이, 두세 점씩 야채 위에 가득 올린다. 마늘과 쌈장, 양파채도 듬뿍 넣고 한 입에 밀어 넣으면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다. 우삼겹의 고소한 맛과 신선한 쌈 야채의 맛에 입 안이 난리가 난다. 감동 그 자체. 나온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우삼겹과 대패삼겹은 동이 난다. ‘고기 진짜 괜찮네.’ 란 말만 남았다.

우삼겹과 대패삼겹은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차례대로 등심, 부채, 갈비를 불판 위에 올린다. 고기는 간 후추와 간 소금을 적당히 뿌려 내어진다. 보통의 무한리필 식당에선 볼 수 없던 정성이다.


소고기의 상태도 최상급이다.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이라 익힐 때 물이 나오거나 기름 튐이 없다. 많이 기다렸다. 소고기 입장 시간이다.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잘라낸 소고기 한 점을 기름장에 콕 찍어 먹어본다. 입안에 넣고 씹는 순간 소고기의 육즙이 확 퍼지며 녹아내린다.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다. 비싸게 1인분씩 주고 먹는 맛과 다름이 없다. 고소함과 육즙을 한껏 담아 낸 이 맛은 바로 최상급 소고기이다.

굽소 소고기는 그냥 먹어도 좋고, 거침없이 두 점씩 올려서 쌈 야채에 싸먹어도 좋다. 싸 먹을 땐소고기의 육즙에 신선한 야채 향이 퍼지면서 더 건강하게 먹는 느낌이 든다.

각종 야채는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콩나물무침, 마늘, 고추, 오이냉국, 쌈 야채, 야채 슬라이스, 김치, 쌈 무 등등 취향 따라 입맛 따라 담아본다.

오이냉국과 소고기뭇국 또한 별미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입맛을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차분히 정리해준다. 특히 소고기뭇국은 진한 육수에 청양고추를 통통 썰어 넣어 국물 맛이 얼큰하고 개운한 것이 일품이다. 밥이 생각나는 어머니의 손맛이다.

밥과 국이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해 굽소는 이것까지 준비해놓았다는 말씀. 굳이 호출벨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지 않아도, 근방에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다.

무한리필인데 이대로 끝낼 순 없다. 부챗살과 등심살을 추가해본다. 부위별로 주문이 가능하니 가장 가성비 좋은 부위로 골라본다. 불판을 갈아달라고 요청하면 불판 위의 기름종이를 교환해주신다. 고기가 불판에 눌어붙지 않아 좋고, 혹여 불판이 덜 세척될 사태도 없으니 위생적으로도 좋다. 하나하나 사장님의 정성과 꼼꼼함이 보이는 면이다.

소고기가 불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입안에서도 춤을 추는데, 여기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다.소주, 맥주 따로 먹어도 좋고 섞어먹으면 더 좋은 짝꿍이다. 거기에 가게 특별 추천 메뉴인 칭X오로 입맛도 돋워본다.

너무 신난 모습을 들킨 것일까. 친절한 사모님께서 와인을 권해주시길래 냉큼 예스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샹그릴라라고 한다. 장장 1년을 담가둔 것을 꺼내주셨다는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굽소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상큼, 달콤한 첫 맛을 아주 살짝 드라이한 끝 맛으로 잡아준다. 와인 특유의 무게감이 없어 전혀 텁텁하지 않고, 소고기와 부드럽게 어울린다.

아, 참! 아이들을 위한 탄산음료도 셀프로 가능하니 가족 단위로 와도 걱정 없다.

잘 먹은 배를 두드리는데, 고개를 또 돌려버리고야 말았다. 식후 라면이라니 안 먹을 수가 없다. 또 셀프코너로 돌진한다.

셀프로 비치된 냄비에 물을 붓고 버너에 올린다. 8~9가지의 수많은 라면 중 선택이 고민될 땐 옆 사람이 뭘 끓이나 살짝 훔쳐봐도 좋다.

다 끓여진 짜장라면을 불판 위에 올려 먹으니 식지 않아서 좋다. 배에 들어갈 공간이 더 남았나 의심했지만 역시 들어간다. 그것도 아주 잘. 식후 라면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제 더 이상 못 먹는다.’ 도 잠시. 후식코너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날씨가 추워지며 자취를 감춘 줄만 알았던 수박이라니. 또다시 셀프코너로 진격한다.

달콤새콤한 과일로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본다. 철이 지난 줄 알았던 수박은 달고, 황도도 시원하다. 까봐야만 상한 걸 알 수 있는 람부탄도 상한 것 하나 없이 하얗고 탱탱한 자태를 보인다.

과일까지 마무리하고 가게를 나서려는 순간, 또 무엇인가를 감지한 듯 돌아선 시선에 아이스크림이 포착되고야 말았다. 열어보니 종류별로 가득가득하다. 또 먹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까지 ‘너무 잘 먹었다.’ 란 말이 절로 나오는 든든한 식사다.

‘굽소’에서는 맘껏 양껏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먹을 만큼만, 먹을 수 있는 만큼만의 에티켓은 필요하다. 이런 혜자스러운 가게가 오래오래 나의 고기 파티를 책임져줘야 하니 말이다.

새로운 환경과 고단한 일상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만든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몸도 허하고 마음도 춥다. 그럴 땐 소고기를 양껏 먹어보자. 무한리필에 대한 저급한 편견은 깨졌다. 최상급 고기와 다양한 사이드 메뉴로 당신의 기력도 기운도 회복시켜줄 ‘굽소’ 덕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