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명절이 외롭지 않게, 다 같이 건배!

맛집그날 그밤

며칠 후면 기다려왔던 민족대명절추석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친지와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렌다. 더군다나 올핸 최대 10일 동안 연휴가 있어 밀렸던 모임을 잡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지인을 만나는 반가움과 설렘만큼, ‘어디서 만나야지?’, ‘무엇을 먹어야 하지?’라는 고민이 든다. 성공적인 모임을 위해선 접근이 쉬워야 하고, 아늑한 분위기면 좋고, 여러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이면 더 좋다.


그래서 여기는 어떨까 한다. ‘시내로 불리는 충장로에 바로 근접해 있고, 오롯하게 우리들의 이야기만 전해질 것 같은 아늑한 매장들, 한식 · 일식 · 양식은 물론 퓨전 음식도 다양한 곳. 바로 동명동이다.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집들이 괜찮은 집들만 개편되어 또 한 번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동명동. 그중에서도 밥도 되고, 술도 되는 집. 그러면서도 고기, 해물, 치킨, 피자, 덮밥 등 다양한 입맛을 아우를 수 있는 구성으로 정비 된 그 날, 그 밤이 새로이 자리 잡았다.


세월의 흔적을 일부러 거슬리지 않고 그대로 살려 오히려 더 멋있는 외관이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외관보다 더욱 멋있는 공간이 있다.


같은 공간이지만 양쪽을 분리해 놓은 ㄴ자 구성과 매장을 채우는 은은한 조명이 마치 프라이빗한 공간에 온 것 같다. 마주 보는 이성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공간이며, 주당들에게는 아지트 삼고 싶은 공간이다.


이곳은 밥과 술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메뉴는 다양한 편이다. 해산물도 보이고, 고기도 보이고, 족발, 피자, 치킨 같은 야식 메뉴도 있다. 무언가 하나만 전문적으로 하진 않지만 모든 메뉴가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 중 손님들의 간택을 가장 많은 인기메뉴는 크림치즈 새우퐁듀’, ‘제주 딱새우찜’, ‘라갈비 한판’. 선택이 어려울 땐, 인기 메뉴 선택이 항상 옳다.



메뉴판을 뒤로하고 서로의 최근 근황을 묻고 답하는 시간쯤이면, 첫 번째 인기메뉴인 제주 딱새우찜을 맛볼 수 있다.


제주 딱새우찜이라는 메뉴의 이름처럼 제주에서 잡은 딱새우를 신선한 상태로 직송 받아 쪄낸 메뉴인데, 그 밑에는 홍합을 깔아 콜라보를 선사한다.


얇고 부드러운 다른 새우에 비해 껍질이 딱딱해서 딱새우일까. 겉보기에도 단단함이 느껴지지만 까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대신, 껍질에 거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준비된 장갑을 꼭 착용하고, 머리와 꼬리를 좌우로 반복하면 쉽사리 분리된다. 그다음 기다란 젓가락을 이용해 쏙~ 빼내면 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작업은 더 쉽다.


잘 깐 새우를 입에 넣으면 순간 바다의 향이 입안을 채우고, 찰나의 순간에 부스러진다. 탱글탱글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맴도는 다른 새우와 차이점이다.


색다른 새우 맛에 하나씩 까서 먹기는 감질나다. 여러 개를 쌓아 놓고선 통째로, 초장과 고추냉이간장과 곁들여 먹으면 신명 난다.


이 맛으로도 충분하지만, 맛을 더 하고 싶다면 충남 공주에서 공수한 밤막걸리가 좋다. 풍미가 좋고 은은하게 달콤하다. 막걸리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상쇄해주는 중요 역할도 하지만, 막걸리를 한 모금 먹으면 새우가 또 당기는 것을 보니 상당히 괜찮은 궁합이다.



번갈아 먹다 보면 금세 동난다. 다음 두 번째 인기메뉴는 라갈비 한판. LA교민들이 즐겨 먹어서 유명해졌다는 LA갈비구이다.


그냥 구이만 먹어도 맛있는 라갈비(LA갈비)인데, 양파를 깔고 구운 알감자와 마늘, 토마토까지 올린 플레이팅 때문에 더욱 맛깔스럽다.



내가 스테이크를 먹으러 왔나?’ 순간의 착각이 들 만큼 고기 자체의 비주얼도 발군이다. 육즙이 새어 나온 표면은 번지르르하다.


그 맛은 달면서도 짠 매력적인 간장양념이 강력한 첫인상을 남기고 씹을수록 입안으로 퍼지는 육즙이 퍼지면서 부드럽다. 명절이면 특별하게 상 위로 오르던 그 맛보다 이상일 수도 있다.


라갈비는 식감과 양념의 맛을 살리기 위해선 쓴 소주와 잘 어울린다. 왼손에 갈비뼈 채로 들고 오른손엔 소주 한잔을 들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같은 소주겠지만, 광주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산소주라면 더 좋지 않을까.


여기서 끝을 내기엔 뭔가 아쉽다. 이 기세로 세 번째 인기메뉴 빵에 얹어서 먹는 크림치즈 새우퐁듀까지 섭렵해본다.


비주얼부터가 남다르다. 새우도 좋아하고 치즈도 좋아하는 여성을 위한 비주얼 끝판대장 메뉴다.


다섯 가지의 치즈가 들어갔다는 퐁듀는 먼저 겉면부터 직화한다. 겉면이 노르스름하게 익었다면 버너로 적당한 열을 가해 모든 치즈를 녹인다.


치즈가 다 녹았다. 새우 한 마리만 들어 올려도, 녹인 치즈가 절로 따라 올라온다. 젓가락이 하늘로 오르면 하늘까지 따라 올라갈 기세로 쭉쭉~ 늘어난다. 통통한 새우의 식감과 고소한 치즈는 누구든 환영할 조합이다.


치즈로 코팅된 새우를 바삭한 빵 위에 올려서 먹으면 달콤한 와인한잔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상그리아가 준비되어 있다. 레드와인을 과일이나 과즙을 넣은 상그리아도는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퐁듀를 달콤한 상그리아가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새우퐁듀와 와인까지 여러 가지 메뉴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함께하니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의 속내를 쏟아내는 아지트 같은 편안한 매력을 느낀다.


소주나 맥주는 크게 상관없지만, 주종에 따라 맞춤 장소가 따로 있다. 막걸리는 기름 냄새가 풍기는 주막이면 더 좋고, 와인은 비교적 고급스러우면서 치즈냄새가 풍기는 곳이 더 좋다.

그러나 그 날, 그 밤3가지 인기메뉴와 함께라면 주종(酒鍾)에 상관없는 대통합의 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각기 개성이 뚜렷한 우리를 한데 모으는 추석 모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