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얼큰하고 시원한 가을 별미 추어탕

맛집시골집추어탕


가을은 남자의 계절.. 아니 추어탕의 계절이다. 물고기 어(魚)자에 가을 추(秋)자를 더해 만든 미꾸라지 추(鰍)의 어원만 봐도 미꾸라지가 가을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가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다.

가을에 벼를 베어낸 논고랑에 통통하게 살찐 미꾸라지는 맛도 맛이지만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다. 더위로 잃었던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면역력도 높여주니 가을 하면 추어탕 한 그릇이 절로 생각난다.

남구 진월동에 가면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추어탕을 끓여온 ‘시골집추어탕’이 있다. 우선 이름이 한몫한다. 옛날 시골집에서 먹었던 추어탕의 맛이 날 것 같다.

교통요건이 그리 편한 편이 아님에도 여태껏 손님들이 꾸준하게 찾아오는 것을 볼 때,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에 더욱 신뢰가 간다.

이 집은 들어서면 맛에 대한 확신이 더 확고해진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고, 해장을 하러 왔다 반주를 즐기는 아버지들도 많다. 어머니들 모임도 많고 부모님 모시고 온 자식들도 있다.

맛으론, 특히 한식으로 일가견 있는 어르신들이 이 집의 맛을 검증해줬다는 증거다.

메뉴판의 메뉴는 추어탕과 김치보쌈 단 두 가지. 그렇기에 회전율이 빠르다. 특히 점심에는 추어탕이 거의 100%기 때문에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원산지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사시사철 메뉴인데 자연산의 공급은 사실상 어려울 터. 중국산 아니고 거짓 없이 국내산 양식만을 써도 감지덕지다.

추어탕이 나오기 전, 손이 마구가는 반찬이 깔린다. 추어탕엔 과하지 않게 이 정도가 딱 좋다.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오이무침과 삼삼하게 무쳐낸 콩나물은 이쪽저쪽에서 쉼 없이 추가 된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어탕은 가을의 향취가 듬뿍 담겨 고소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국물은 보기만해도 상당히 되직하니 진하다.

이런 국물을 얻기 위해선 모든 과정에 정성이 필요하다. 맛을 좌우하는 해감부터 살이 연해지도록 인내심을 갖고 약 불에 익히는 과정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과정을 20년 가까이 반복하여 정점에 오른 국물 맛이라 할 수 있다.

추어탕은 뼈째 갈아서 국물이 보기에 따라 거무스름하기도 하다. 추어는 간과 쓸개 등 주요 부속을 따로 제거하지 않고 삶은 후 갈아서 끓이기 때문에 맛이 씁쓸하다. 추어탕을 먹어본 사람을 알겠지만, 씁쓸하면서 구수한 그 맛이 킬링포인트다.

여기에 송송 썬 매운 청양고추만 첨가하면 추어탕을 맛보기 위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매콤한 청양고추가 들어가야 구수한 맛 뒤끝에 칼칼한 맛이 따라온다.

추어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시래기이다. 시래기는 거칠진 않으면서도 씹는 맛이 좋아야 한다. 이 곳의 시래기는 부드럽게 씹히면서 살살 녹는다.

또, 시래기 사이사이로 잘 스며든 국물과 함께 먹으면 부드러운 고소함에 홀짝홀짝 잘 넘어간다.

적당히 건져먹고 밥을 만다. 밥 한 그릇 통째로 다 넣어 마는 것보다, 한두 숟가락씩 말아서 먹는 게 나의 식습관인데, 그게 더 맛있다. 국물이 퍽퍽해지지 않고 밥과 국물의 적절한 배합이 맛을 더 배가 된다.

추어탕 한 그릇 담긴 기(국물) - 승(고추) - 전(시래기) - 결(밥)을 즐겼으니, 다음으로 시골집 추어탕의 또 다른 메뉴 김치보쌈을 즐겨본다.

小(2인분)에 18,000원정도로 가격도 착한 편이다. 김치보쌈의 제법 두툼한 수육은 살코기와 비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야들야들 잘 삶아졌다. 그 옆으론 맛깔스러운 김치가 함께한다.

잘 삶아진 수육 한 점에 생김치 한 조각. 우리는 이 맛을 알기에 김장 날을 손꼽아 기다릴지 모른다. 이제부터 오매불망 김장 날을 기다리지 않고, 시골집 추어탕을 찾으면 되겠다.

김치는 달지 않고, 무말랭이도 없다. 쌈무와 채소 같은 다른 쌈 재료는 더더욱 없다. 그렇지만 잘 삶아진 수육과 갓 버무린 김치만으로도 충분하다. 배가 부르는 수준을 넘어서 찢어질 듯하다. 보쌈을 필히 즐겨야 한다면 보쌈+반탕이 적절한 양이다.


따뜻한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가득 담긴 8,000원의 추어탕 한 그릇은 맛을 넘어선 보양과 힐링을 선사해주는 느낌이다.

본격적인 가을이 오기 전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하여 가을을 참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