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자존감 있는 광주의 예술정신 담아

여행/공연

사랑방·광주문화재단 공동기획
광주견문록 다시보기⑰ 문화예술공간


‘광주견문록 다시보기’ 열일곱 번째 순서는 광주의 특별한 문화예술공간들이다. 2011년부터 도심 곳곳에 들어서 어느새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일상 문화공간으로 파고들어온 광주폴리Ⅰ․Ⅱ와 5월 광주정신을 고스란히 담은 지역 최초 자생적 문화예술공간 메이홀&이매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익숙한 일상 뒤흔든 도전
광주폴리Ⅰ

2011년 광주 도심에 낯선 조형물이 속속 들어섰다.

도시 가로변에 등장하기도 하고, 충장로 상점가 한가운데 자리 잡기도 하고, 금남로 지하도 입구를 둘러싸기도 했다. 우리 도시의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들어버린 스펙터클은 광주폴리(Gwangju Folly)였다.



                                                                                                   


2011광주비엔날레 승효상 총감독은 프랑스 라빌레뜨공원에 설치된 폴리가 방문자와 공원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도심공동화로 활력을 잃은 광주 구도심에 강력한 문화적 힘을 전달할 매개로 광주폴리를 선택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건축가들이 광주폴리 제작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고, ‘광주읍성’의 장소성을 토대로 한 독창적인 조형물 11개가 도심 곳곳에 설치됐다.

익숙한 도심에 등장한 낯선 볼거리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낙후된 도심 풍경을 변화시킨 세계적 건축가들의 스펙터클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었고, 상가 간판을 가리는 폴리 때문에 장사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도 빗발쳤다.

결국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광주폴리 설치 계획에 수정이 가해졌고, 충장로 파출소 앞에 설치된 피터 아이젠만의 ‘99칸’은 건축가가 의도했던 스펙터클을 잃어버렸다.

2011년 당시 광주폴리의 등장은 익숙한 공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문화적 시도였고,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4년이 흐른 지금 광주폴리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문화관광탐험대의 현장 탐험 결과, 광주폴리는 광주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도시조형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었다. 문화탐험대가 선정한 광주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폴리는 광주세무소 앞 가로변에 설치된 ‘열린 장벽’이다.

등장 초기에는 폴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조명이 장사에 방해된다는 민원 제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것이라 여겼던 열린 장벽의 음악과 조명은 자주 접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언젠가부터 상인들이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는 활력소가 되었다.

금남로공원 앞에 조성된 ‘유동성 조절’도 등장 초기에는 운전자들로부터 싸늘한 눈총을 받았으나 금남로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조형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중앙초교 앞에 설치된 ‘광주사람들’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원래 대나무로 제작하려고 했던 구조물이 철재구조가 되면서 호불호가 갈렸는데, 멀리 떨어져서 볼 때와 달리 안에서 올려다보는 아름다움이 입소문을 타면서 누구나 한번쯤 고개를 들어 쳐다보게 되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문화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성장해왔기에 오래된 익숙함이나 편안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로운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가 보다 열린 마음으로 문화적 시도를 받아들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며 즐길 때 광주의 문화, 대한민국의 문화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담론 촉발 시키는 무대
광주폴리Ⅱ


1980년 5월18일 민주화운동 이후 광주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끈 성지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이후 광주 곳곳에 역사적 장소를 기념하는 안내문과 기념비가 들어섰고, 2011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의 일상에서 당시의 오월과 그 정신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에 광주폴리 2차 프로젝트는 ‘인권’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키워드와 함께 우리 도시, 광주의 시간과 공간에서 담론을 촉발시키는 매개자로 등장했다.

광주폴리 1차 프로젝트가 광주 읍성의 기록을 중심으로 장소를 선정했다면, 2차 프로젝트는 광주의 공간과 정치적 질서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공간 계획에 나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광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광주의 정치적 힘이 형성되고 나타나는 장소’를 조사해 광주폴리의 위치를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참여 작가들이 인권도시 광주의 장소성을 담은 독창적인 조형물들을 내놓으면서, 8개의 광주폴리가 도심 곳곳에 들어섰다.

광주폴리 2차 프로젝트에서 문화관광탐험대가 주목한 것은 새롭게 시도된 이동식 폴리 ‘포장마차’와 ‘틈새호텔’. 이동식이라 광주 도심 어딘가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두 개의 폴리를 만난 곳은 비엔날레 전시장이었다.


 



행사시에 투숙객을 받는다는 ‘틈새호텔’은 문까지 잠겨있어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작품 관리상 어려움이 있어 문을 잠근 것이겠지만, 이동식 폴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다음 코스는 ‘광주천 독서실’.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와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가 공동으로 참여해 인권도서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의 자유로운 독서를 위해 비치된 인권도서들이 잇따라 분실되어 현재는 모형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광주의 시민의식을 엿본 듯 해 씁쓸했다.

문화관광탐험대가 선택한 세번째 코스는 탐구자의 전철이다. 탐구자의 전철은 특정시간에만 운행을 하기 때문에 승차를 원한다면 미리 운행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전철에 올라타니 수 갈래로 흩어진 검은 선들이 서로 만나고 흩어지며 묘한 시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의자에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정치운동가, 신, 예언자 등의 이름이 부착되어 있다.

일상의 풍경처럼 전철에 몸을 실은 시민들을 지나 전철 앞쪽으로 향하니 이용승객을 위한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광주폴리 작품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분은 옆 차량을 이용해 달라는 권유인데, 사람마다 예술적 취향이나 문화적 가치인식은 다를 수 있고, 그러기에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는다.

문화란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살아 있어야 민주도시이고, 인권도시 아닐까? 문득 광주폴리 홈페이지에서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일상과 유토피아를 연결하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과 실제적인 필요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담론을 활성화시키고 촉발시키는 무대가 되는 것이 광주폴리Ⅱ의 특별한 임무이다.’


광주정신으로 빚은 예술공간
메이홀&이매진


▶ 메이홀 


이름 그대로 5월을 담은 메이홀. 이곳에는 만물이 생동하는 5월이 아닌 1980년 붉은 꽃잎이 금남로에 떨어지던 5월이 있다. 메이홀은 그날을 기억하며 그날의 희생을 머금어 꽃을 피우는 공간을 지향한다.

2012년 메이홀이 광주시민의 자생적인 문화공간을 목표로 동구 인쇄골목 초입에 들어섰다.


 


 


문화로 먹고 살기 힘든 지역에서 관에 의지하지 않고 광주 시민의 힘으로 문화공간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는 무리인 듯 했는데, 지역예술가, 사업가, 의료인, 공직자, 종교인 등이 후원회원으로 나서서 운영비를 마련한 덕분에 광주 최초의 자생적 문화예술공간으로 당당히 설 수 있었다. 메이홀 후원회원들은 ‘물거름햇살지기’라 불린다.

하나의 공간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햇살을 주어 지역문화예술을 꽃 피워보자는 뜻이 담긴 것인데, 물 회원은 매달 1만 원, 거름 회원은 매달 5만 원, 햇살 회원은 매달 10만 원을 후원하고, 메이홀이 기획한 전시, 공연, 파티 등에 초대된다.





‘광주정신으로 빚은 최초 시민 자생 예술공간’을 지향하는 메이홀의 내부는 옛 전남도청에서 가져온 벽돌들, 아일랜드에서 건너왔다는 창문, 광주정신 메이홀이라 적힌 액자 등이 묘한 어울림을 이룬다. 메이홀에는 전문작가의 큐레이팅으로 수준 높은 전시작품이 펼쳐지기도 하고, 음악공연이 펼쳐져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개관 이후 3년, 메이홀은 여전히 후원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관의 지원을 받는 예술보다야 가난하지만 자존감 있는 예술정신으로 자유로운 예술혼을 펼치고 있다.

메이홀은 해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를 선정해 5·18을 재해석하는 전시를 열고 있고, 6월이면 광주극장과 함께 쿠바, 남미, 인도, 러시아 등 세계로 떠나는 영화여행에 나선다.

이외에 나희덕 시인과의 시 공부 모임, 한희원 작가의 예술사 강의, 임의진 관장의 음악여행 이야기 등 교육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상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아니고, 교육 신청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되니 참여를 원한다면 메이홀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일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메이홀과 같은 시민자생적 예술공간들이 다양한 공공 예술프로젝트와 씨줄 날줄로 엮이며 다양한 문화예술로 승화될 때 우리 광주는 문화수도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 이매진


2015년 7월 메이홀 2관인 이매진이 문을 열었다.

메이홀에서 만남을 이어오던 20~30대 청년 20여 명이 주축이 되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앞에 이매진을 연 것인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공간 표어를 내건 이매진은 요가와 요리,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매진 내부는 기다란 탁자가 놓인 주방이 있고, 그 옆으로 난 작은 문을 지나면 넓은 나무마루공간이 펼쳐져 있다.

이매진에서는 공간 표어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정기적인 요리반인 ‘먹고’는 조선대 와인강사 김보라 씨가 와인 강좌를, 요리사인 조경현 씨가 요리를, 동티모르 피스 커피를 개척한 양동화씨가 커피 강좌를 운영한다.

요가반 ‘기도하고’는 원광대 강사 바수무쿨 씨와 요가강사 박은순 씨가 진행한다. 그리고 시네마 월드뮤직 스쿨인 ‘사랑하라’는 월드뮤직 전문가인 임의진 목사와 광주극장 김형수 이사, 음향전문가 박건구 씨가 함께 한다.

3포세대, 5포세대하며 직장도 결혼도 꿈도 사랑도 포기한다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곳, 이매진에서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맘껏 꿈꾸고 맘껏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광주의 젊은이들이여 imagine~


 

<이 기사와 사진은 광주문화재단이 발간한 ‘문화관광탐험대의 광주견문록Ⅰ~Ⅴ’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