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광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그 맛

여행/공연

사랑방·광주문화재단 공동기획

광주견문록 다시보기

‘광주견문록 다시보기’ 열여섯 번째 순서는 광주의 대표 맛집 거리다. 푸짐한 전라도 손맛의 진수인 무등산 명물 보리밥집, 생생한 삶의 활력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호남 제일 양동시장의 국밥, 길거리에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군침 도는 송정리 떡갈비는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시민메뉴다. 이번 주말에 한번쯤 찾아보고 싶은 그 맛집 거리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할머니들이 차려주시는 소박하고 푸짐한 만찬
지산동 보리밥거리


무생채, 버섯나물, 취나물, 고사리, 콩나물, 미나리무침, 부추겉절이, 참나물, 배추속나물, 호박고기나물, 토란나물, 죽순나물, 얼핏 눈짐작으로도 나물반찬이 십여 가지는 족히 넘는다. 거기에 된장, 고추장, 멸치젓갈, 된장국, 싱싱한 쌈채소가 곁들여진다. 밥상마다 놓인 박카스 병에는 고소한 참기름이 담겨있다.

보리밥은 큰 국수 그릇에 담아 나온다. 갖가지 나물들을 보리밥 그릇에 담고 고추장, 참기름까지 곁들여 보리밥 비빔밥을 해 먹는 손님들이 많아서다. 동그란 양은쟁반에 이 많은 나물반찬과 밥을 날라다 주는 이들은 이 골목 어느 집들이나 대부분 허리가 굽거나 주름고랑이 깊은 할머니들이다. 

쉬어가는 보리밥집, 온천할머니 보리밥집 등 무등산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산동 보리밥거리 밥집들의 역사가 수십 년을 넘었으니 중년 무렵 보리밥 장사에 나섰던 아낙들이 할머니가 된 것은 당연지사다



무등산 입구 보리밥집들에 비해 지산동 보리밥 거리의 밥집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소박하다.

보리밥을 팔아서 큰돈을 벌지는 못하셨던지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은 집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주변에 카페가 들어서고 레스토랑이나 음식점들이 더 들어서긴 했지만 플라스틱 접시에 가득가득 담긴 나물들과 동그란 양은 쟁반이 넘치도록 날라다 주는 이 보리밥 맛의 역사와 추억을 따를 수는 없다. 낡고 커다란 국수그릇에 담긴 보리밥에 갖은 나물들을 한데 넣고 비벼 입이 터지도록 쌈을 싸먹고 났을 때의 그 기분 좋은 배부름을 그 어떤 메뉴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지산동 보리밥거리 : 동구 지산동 일대

따숩고 진하고 구수하다!

새벽에 맛보는 양동시장 국밥

장의 역사만 자그마치 100여 년, 호남권에서 제일 큰 시장이 양동시장이다.

도시가 모두 잠들어있는 새벽 1시면 양동시장 어물전과 채소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새벽도 아닌 한밤중에 장을 보러 오는 이들은 인근 남광주시장, 무등시장의 상인들과 큰 식당을 운영하는 큰 손들. 컴컴한 도로변에 트럭들이 서고 온갖 채소와 해산물들이 내려지기 시작하면 밤도 잊은 채 거래가 시작된다.

이렇게 밤중부터 장이 서는 까닭에 양동시장에는 새벽 먹거리들이 있다. 리어카에 온수통을 매달고 다니는 이동식 다방 커피는 기본이요, 간단히 속을 채워줄 깨죽도 리어카로 배달한다.

하지만 고된 일 끝에 가장 든든한 것은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돼지 뼈를 푹 고아 삶은 내장을 듬뿍 썰어 넣거나 선지로 끓여낸 국밥 한 그릇이야말로 추위는 물론이요 피로까지 달래주는 새벽 보신 음식 중에 최고!

야구경기를 보러 광주에 들렀거나 업무 때문에 광주에 들렀다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한다면 편의점 김밥으로 대충 요기를 하기보다는 양동시장 새벽 국밥 맛을 보는 게 어떨까?

 

 

조금 부지런을 떨면 홍어시장이며, 채소장이며 남도의 물산들이 장에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광경들까지 볼 수 있다. 재래시장의 전성기만큼 왕성하진 않다 해도 그래도 호남 제일의 시장, 양동시장이다. 대체 이 많은 홍어들, 이 많은 생선들, 이 많은 채소들은 어디서 나서 누가 다 소비할까 싶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순대며 곱창, 김밥과 국수를 곁들여 파는 양동시장 국밥집 가운데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들러서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고 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드시고 간 국밥집’이 유명하다.

양동시장 국밥거리 : 서구 천변좌로 238 양동시장

갈비 굽는 냄새의 치명적 유혹
송정떡갈비 골목

혹자들은 이 골목을 ‘유혹의 거리’라 부른다 했던가? 그리 길지 않은 골목길에 열여섯 개 떡갈비집이 들어서 있고, 집집마다 갈비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갈빗살을 잘 다져서 갖은 양념을 해 굽는 냄새는 유혹적이다 못해 강압적이다.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떡갈비의 압도적인 냄새와 치명적 유혹에 빠져보고 싶거든 광산구청 앞 송정리 떡갈비 골목을 찾아보라. 유혹에 진 것이 참 다행이다 싶을 만큼 착한 가격에 맛좋은 떡갈비를 폭풍흡입해 볼 수 있다.

떡갈비는 원래 궁중음식이었다고 한다. 지체 높으신 분들이 갈빗대를 쥐고 뜯어 드시게 할 수 없으니 갈빗살을 일일이 발라서 다진 다음 상에 올린 것이 유래였다. 이런 궁중식 갈비를 맛본 고위층들이 지역에 머무는 동안 떡갈비를 원한 것이 담양 떡갈비나 경기도 떡갈비의 기원이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송정리 떡갈비는 인근 담양 떡갈비와는 분위기며 가격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서민적이고 푸짐하고 가격도 착하다고나 할까. 우선 떡갈비를 주문하면 뼈를 고아낸 뜨끈한 갈비탕은 서비스로 나오고 양도 푸짐해서 배불리 먹어도 큰 부담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유인즉슨 송정떡갈비는 그 출발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6·25 직전, 송정리 5일장에서 친정엄마와 밥집을 하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은 이가 성하지 않은 시댁 어른들을 잡숫게 하기 위해 소고기를 잘게 다지고 채소와 양념을 더해 구워서 대접을 했다.

시댁 어르신들의 극찬에 할머니는 송정장 밥집에도 다진 갈비 메뉴를 내놓았다. 

떡갈비 맛을 본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할머니네 갈비집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이 하나 둘 식당을 차렸다. 세월이 흘러 이 골목은 떡갈비 골목이 되었고 예나 지금이나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격이 착한 송정리 떡갈비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부터 소고기만으로는 가격을 맞춰내기 힘들어 돼지고기를 섞어 쓴다.

돼지고기 특유의 부드러운 맛은 오히려 반응이 더 좋았다. 숯불에 잘 구워진 송정떡갈비를 쌈채소에 싸먹거나 초절임 무에 싸서 먹으면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

떡갈비 집마다 파는 비빔밥도 별미다.

송정떡갈비 골목 : 광산구 광산로29번길 광산구청 일대

 

 

<이 기사와 사진은 광주문화재단이 발간한 ‘문화관광탐험대의 광주견문록Ⅰ~Ⅴ’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