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뜨끈하게~ 때론 매콤하게 즐기는 쌀국수

맛집월남옥

몇 해전 휴가차 베트남을 다녀왔다. 베트남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쌀국수부터 먹었다. 시원한 쌀국수 국물을 들이켜고 나니 비로소 내가 베트남에 왔구나! 느낀다. 버스와 비행기의 힘든 여정을 위안받는 느낌을 준다.

그 맛이 강렬했는지 가끔 그때, 그 맛이 생각이 난다. 살랑이는 바람을 맞을 때나 전날 술을 한잔했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자극적이면서 획일적인 프랜차이즈는 또 싫다.

동명동 등 제법 본토의 맛을 지양하는 쌀국수 전문점이 많아졌다. 그중 오늘의 맛탐방은 쌀국수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비엔날레 정문 인근에 있는 ‘월남옥’이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감각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상이다.

허름한 시장통의 가게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허겁지겁 먹었던 현지의 추억과 달리 이곳은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그리고 형형색색의 알록달록 벽면과 곳곳에 있는 푸릇푸릇한 식물, 최신식의 기계(?)들까지 시선을 한곳에 머무르게 하지 않게 만든다.

쌀국수에 몰두했던 현지와 달리 매장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메뉴판에는 ‘월남옥’이 표방하는 베트남음식들을 담겼다. 베트남음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이기 때문에, 쌀로 만든 볶음밥과 쌀국수는 베트남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대표메뉴다.

이처럼 소고기, 갈비, 차돌박이 등을 넣은 쌀국수가 단연 ‘월남옥’의 대표메뉴이며, 볶음면, 볶음밥, 덮밥 등 곁들이면 괜찮은 음식들만 엄선했다. 또, 스페인음식인 감바스까지 이색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음에도 순간의 선택은 항상 어렵다. 10가지 메뉴 중 최상의 조합을 생각한 우리는 기본적인 소고기쌀국수(9,000원)에 베트남식 소갈비덮밥(11,000원). 여기에 불맛이 입안을 감싸는 볶음면(9,000원)도 추가했다.

소고기쌀국수의 첫인상은 진하다. 그간 경험해왔던 쌀국수에 비해 거뭇거뭇한 색감인데, 소고기가 진득하게 우러나온 듯 느낌을 강하게 준다.

또한, 모두 감춰버린 두께감 있는 소고기와 양파를 올려낸 쌀국수의 자태에 강한 이끌림을 받는다.

소고기로 우려낸 육수의 맛은 진하면서도 상당히 깔끔하다. 그러면서도 로컬 특유의 쿰쿰(?)한 맛이 살짝 입안을 감싼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좀 더 현지 느낌이 많이 나는 육수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한 육수는 자꾸만 손이 간다. 깔끔한 매장만큼이나 깔끔 그 자체의 육수는 입에 착착 감긴다.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 쌀국수는 국물맛을 베이스로 하고 차돌박이, 갈비 등 식감이 다른 육질에 따라 각각의 매력을 선사한다. 소고기쌀국수에 들어간 고기는 얇지 않아 풍족한 식감을 준다.

쌀국수 면발을 힘껏 호로록~ 흡입하면, 탱글탱글한 면발이 양쪽 볼을 쳐댄다. 한 움큼 입 안에 넣은 밀가루 면과 달리 씹는 재미도 있다.

쌀국수에 숙주를 양껏 넣어 국물 밑에 숨을 죽인 후에 면발과 함께 먹으면 맛이 극대화된다. 쌀국수를 제대로 즐겼다.

‘월남옥’에서 쌀국수와 함께 꼭 먹어봐야 할 메뉴는 볶음면이다. 현지에서는 팟타이이라 하지만 음식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볶음면이라 지칭했다.

빨갛게 색을 입힌 볶음면은 주문 후 가장 기대감을 보인 음식이기도 하다. 주방에서 들려오면 화려한 웍소리와 매장 가득 풍기는 매콤한 냄새 때문이었다.

기대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고추기름을 넣고 불맛을 입혀 낸 볶음면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맛있을 수가 없다.

소고기쌀국수와 달리 넓직한 면발이 볶음면에는 더 잘 어울린다. 아삭한 숙주와 탱글한 새우까지 딱 취향저격했다.

묘하게 면 요리를 먹다 보면 밥이 당긴다. 그런 우리의 심리를 꿰뚫어보기라도 했는지 덮밥 메뉴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소갈빗살을 넣었다는 갈비덮밥의 메뉴설명부터 주문을 하게 만든다.

소갈빗살을 굴 소스와 양파를 넣고 졸여낸 토핑을 밥에 부어주니 함께 떠먹으면 되는 간편한 음식이다.

달착지근한 소갈비찜에서 살만 발라내어 밥에 쓱쓱 비벼 먹던 맛. 우리가 아는 그 맛이다. 베트남식 덮밥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그런지 모를 정도로 한식 같은 느낌이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다.

이 맛 자체를 싫어할 사람이 없긴 하겠으나, 베트남 현지 음식의 맛을 갈구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월남옥’처럼 쌀국수 등 동남아음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선택지가 부쩍 늘어났다. 현지의 맛을 벤치마킹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거슬리지 않은 수많은 노력의 산실이 분명하다. 여러 선택지 중 고민을 한다면.


9월 8일부터 10월 23일까지 “FUTURES"(미래사회의 디자인 역할과 가치 비전 제시) 주제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최되니, 비엔날레를 핑계 삼아 ‘월남옥’을 들려보자. 괜찮은 데이트코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