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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프리미엄 8,000만원 붙은 매물 속출...
창원·구미·충주 등 '마이너스 P'에 초토화.. "지방 부동산 다 죽어간다"
양길성/민경진/김형규 입력 2018.02.13. 17:24 수정 2018.02.14. 09:24불 꺼진 지방 아파트
공급과잉에 지역산업 침체 타격
충주 '미진이지비아' 70%가 빈집
경남은 조선업 불황 장기화로
5000만원 '마이너스 P' 많아
천안도 모델하우스 인파 사라져
[ 양길성/민경진/김형규 기자 ]
지방 부동산시장이 추락하고 있다. 입주 후에도 절반 이상 비어 있거나 미분양이 장기화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17개 시·도 중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서울 세종 등 여섯 곳에 불과했다. 경남(-0.22%) 울산·제주(각 -0.12%) 경북(-0.11%) 순으로 낙폭이 컸다.
충북 충주 중앙탑면에 있는 ‘미진이지비아’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13일 현재 10가구 중 7가구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입주 지정 기간은 지난달 17일까지였지만 지금까지 총 782가구 중 223가구만 입주했다. 밤이 되자 불이 켜진 가구는 1개동에 4~5가구에 불과했다.
불 꺼진 아파트는 조선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에서 시작해 경북 구미, 충북 충주, 충남 천안 등을 거쳐 경기 평택 화성 시흥 등 수도권 남부까지 북상했다. 건설사들이 분양 열기에 편승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을 공급한 결과다. 지역 산업 경기 침체도 한몫했다.
◆조선경기 침체 직격탄 맞은 거제
이날 오후 8시에 찾은 경남 거제 옥산리 ‘오션파크자이’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1개동 40가구 중 12가구에서만 창문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일부 가구 출입문엔 도어록 포장 비닐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입주했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783가구 중 223가구가 미분양이다.
거제 지역 부동산 침체는 조선업이 무너지면서 찾아왔다. 조선사 협력업체 수백 곳이 자리를 뜨면서 공급은 적체되고 수요는 사라졌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경남에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선업종 취업자 수가 2만3000명(25.1%) 줄었다. 지난달 31일 입주한 거제 상동동 ‘센트럴푸르지오’ 인근에는 중개업소들이 자리를 떠나 지금은 한 곳만 남아 있다. 한때 200만원까지 붙었던 웃돈은 마이너스 4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서치숙 엘림공인 실장은 “지금 아파트 전·월세가는 3년 전 다세대주택 임대료 수준”이라고 전했다. 옥포조선소에서 가까운 ‘거제 더샵 블루시티’ 등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시작한 아파트는 예외없이 5000만원 안팎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시달리고 있다.
◆창원 마이너스 프리미엄 8000만원
창원에선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 10개 중 9개가 급매다. 중개업소 창문엔 ‘급매’ ‘급급매’ 등이 빨간 글씨로 붙어 있는 게 일상이다. ‘더샵센트럴파크’, ‘센텀푸르지오’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은 한때 5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지만 지금은 분양가보다 최대 8000만원 저렴하다.
창원 가음동 ‘더샵센트럴파크’ 전용 98㎡는 지난달 분양가(5억3000만원)보다 8000만원 떨어진 4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한때 웃돈이 7000만원까지 붙어있던 매물이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창원 마산합포구 월영동 ‘창원 월영 사랑으로’ 아파트는 전체 2498가구 중 177가구만 분양을 마쳤다. 부영이 창원시에 미분양 물량을 1408가구(43.9%)라고 부풀려 신고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부영은 할인분양하거나 임대로 돌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격 추락 계속되는 구미
경북 구미는 인구 증가율보다 아파트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신축 아파트 가격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구미 일자리의 가장 큰 공급자였던 LG전자 공장들이 서울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근로자도 빠져나가 주택 수요층도 확 줄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구미시 산동면 ‘구미확장단지콜드클래스’는 지난달 15일까지 입주 지정 기간 동안 총 890가구 중 551가구만 입주했다. 입주 초기 형성된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1000만원 안팎이었으나 지금 최대 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27년간 중개업을 한 산동면 L공인 관계자는 “이 동네가 좋아 오래 살던 사람들이 모두 등 떠밀려 떠나가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천안 모델하우스 연중무휴
유동인구가 많은 천안의 큰 사거리나 지하철역 입구엔 ‘두정동 최저가’ ‘59㎡ 로열층 선점 기회’ ‘회사보유분 마지막 특별 혜택’ 등의 현수막이 즐비했다.
모델하우스는 연중무휴로 열어두고 있었다. 성성동 ‘천안시티자이’와 두정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분양한 지 각각 1년과 6개월이 지났지만 분양률은 40~50%에 불과했다.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어둔 모델하우스엔 직원 외 드나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성성동 ‘천안레이크타운 2차 푸르지오’ 아파트는 총 1730가구 중 400여 개의 분양권 매물이 일선 중개업소에 나와 있다. 이 중 절반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다. 두정동, 쌍용동 등의 기존 아파트 시장은 더 위축됐다. 한 달에 2건 정도만 거래될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다.
거제=양길성/구미=민경진/천안=김형규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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