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주비엔날레 난장...'북한미술로 시작 북한미술로 끝'
입력 2018.09.07. 09:51 수정 2018.09.07. 11:36 댓글 0개43개국 165작가 참여 광주비엔날레전시관·ACC서 개최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18 광주비엔날레'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난해함과 모호함, '비엔날레의 특기'가 올해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전시 제목부터 이미 예고됐던 상황. 베일 벗은 전시는 폭격기가 한바탕 쏟아부은 분위기다. 거대한 전시장과 치열한 결투한 흔적이 낭자하게 보인다.수많은 설치와 비디오영상이 뒤섞여 정신을 뺀다. 43개국 165작가가 300여 점을 선보인다.
개최지 광주를 새롭게 조명함과 동시에 동시대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 대응책을 모색하는 다층적인 전시를 시도, 전시실마다 자유롭게 연출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첫 시작된 1995년으로 소환해 개발․냉전․분단․난민․격차․이주 등 묵직한 성찰과 비판 메시지를 담았지만 다채롭고 방대한 작품들로 집중도는 떨어진다.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온 11명의 큐레이터들이 손을 댄 덕분(?)이다. 단일 감독체제로 움직였던 이전과 달리 진행됐다.
'상상의 경계들'은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의 영악함이 돋보인다. 지난해 7월, '2018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기존에 있던 예술감독제를 없앴다.
예술감독을 서포트만 하던 재단이 앞으로 나선 것. 취임때는 "예술감독에게 자율권을 주되, 재단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행사 전체를 만들어가는 방향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방향을 틀었다.
재단 대표이사 자신이 총괄큐레이터를 겸한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김 대표가 선임되기까지 5개월 넘게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었다. 그러다보니 예술감독 선임도 이뤄지지 않고 감독을 물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시는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김 대표가 꺼낸건 '인맥'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장녀로 1998년부터 아트선재센터를 운영한 그는 큐레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0년 SeMA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201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인맥이 동원됐다.
그렇게 2012년을 제외하고 계속 1인 감독 체제인 관행도 깨고, 한 주제전에 11명이 기획자가 달라붙게 된 것.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덕분에 총괄 큐레이터로서 집중 포화는 면했다.
6일 국내외 취재진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레스 오픈 행사에서도 그는 "11명의 큐레이터가 선보이는 7개의 전시"라며 공을 돌렸고, 각 큐레이터들의 전시 설명으로 시간을 모두 썼다.
김 대표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큐레이터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왔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큐레이터와 지역 예술계·지역민과 소통이었다"고 했다.
2018광주비엔날레 주제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은 김 대표가 정했다.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민족주의에 대한 저서인'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차용됐다고 했지만, 번갯불에 콩 튀기게 추진한 전시의 배경이기도 하다.
' 광주비엔날레를 처음부터 다시 보자'는 의도가 작용했다. 광주비엔날레가 무엇인지 고민한 대표 이사의 초심이 엿보인다. 1995년 첫 창설된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경계를 넘어(Beyond the Borders)'였다. 이번 전시는 그 첫 주제 '경계를 넘어'의 23년만의 신 버전이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경계를 넘어’가 세계화로 인한 이동성과 하나의 지구촌 공동체의 변화상을 다뤘다면, ‘상상된 경계들’은 21세기 포스트인터넷 시대에서의 새로운 격차와 소외를 고찰해보고, 이를 뛰어넘은 미래적 가치와 상상력을 제안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2014)중 한명인 김선정 대표의 파워도 발휘됐다. '2018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 축사를 했다.
대통령 부인의 축사와 작품 관람 공개는 재단 23년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 1회때도 광주비엔날레를 만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 김정일과 김 전 대통령을 철조망 사이에 놓고 희화화한 작품이 전시 예정이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었다.
반면 23년후 남북상황은 천지개벽했고, 광주비엔날레도 타이밍을 제대로 맞췄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휴전 상태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긴박감은 평화, 해빙무드로 변했다. 또 광주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집체화(조선화)를 선보이는 '북한미술전'도 열렸다.
광주비엔날레에서 북한미술전을 본 김정숙 여사는 "예술을 통해 70년 단절의 세월을 잇는 뜻깊은 전시"라며 호평했다.
김 여사는 광주비엔날레에 덕담도 남겼다. "인류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도록 예술을 통해 이끄는 역할을 광주 비엔날레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엔날레는 전 세계 미술의 새로움과 현장을 보여주는 미술축제다. 일반 관객들은 비엔날레의 낯선 미술을 이해하기 어렵고, 전문가들은 비엔날레에서 더 이상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2018 광주비엔날레는 '북한미술'로 시작하고 '북한미술'로 끝난다. 전시 기획단계부터 만수대창작사에서 온 북한미술전을 연다는 것부터 주목받았고, 거대한 집체화가 들어와 화제였다.
대형 북한미술 22점이 전시됐다. 조선화는 수묵화인데, 서양화같은 입체성까지 보이는 북한 특유의 그림이다. '동시대 미술중 가장 희귀한 그림'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번에 전시된 북한미술은 선전 선동보다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고된 노동속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길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미술의 다양성을 느껴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념을 빼고 열린마음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7일부터 2018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전시관·ACC 두 곳서 66일 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1995년 1회때 163만명이 관람했다. 2016년에는 20만명, 첫 해와 달리 해마다 관람객이 1/5로 줄고 있다. 공무원 학생 동원력도 줄고, '난해하다' 는 이유가 크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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