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즐거움을 찾는 일은 탈출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다

입력 2018.08.10. 09:25 수정 2018.08.10. 10:16 댓글 0개
인문지행의 세상읽기
56. 자기행복에 관하여
마르크 샤갈 '도시 위에서'

살다보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저 건너 보이는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까지”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우리들로 하여금 위 노래를 반복하게 한 다음 창가로 가곤 하셨다.

노래를 반복 하다보면, 마치 마르크 샤갈의 그림 ‘도시 위에서’처럼 어느덧 나도 모르게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그 느낌이 그립다. 그리운 건 실현되는가 보다.

해서 무언가 간절히 바라다보면 어렴풋하게 바라던 것이 실현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곤 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가지 경우를 만난다.

참 난처한 경우도 있고 뜻하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를 맞닥뜨리더라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라면 주어진 일에 만족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더 나은 것을 이뤄내려고 하거나, 만약 다가오는 상황이나 사태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면 이를 자기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고쳐나가려고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서, 열기를 품었던 작은 방이 도시의 어느 구석에서 시작한 나무의 바람에 차츰 몸을 내주다보면 생각도 그렇게 내려오는 듯하다.

그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다시 내일이 오겠지 뭐, 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초조해하고 불안으로 떨고 있는 작은 심지를 본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데 하는 마음은 어느새 내가 사는 이웃에 어떤 가게가 있으면 좀 더 여유 있게 느낄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도시인들의 탈출 욕구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딘가를 가고 싶어 하는 탈출 욕구이다

이제 여름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산을 찾아서 시원한 물가에 발을 담그거나 바다로 가서 바닷물에 몸을 내맡길 것이다.

하등 비난할 이유가 없다. 좋은 일이다. 즐거움을 찾는 것은 사람의 권리에 속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힘들면서도 즐거워하느냐는 질문은 쓸데가 없다. 당사자가 즐겁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들은 돌아온다.

그렇지만 탈출에 성공했다 해도 그 일이 끝난 후 무언가 허전하고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괴롭힘을 당해본 사람은 어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면서 만족해하는 사람은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 던져버리면 된다. 그런데 아직 붙잡고 있는 경우는 다르다.

#즐거움을 찾는 일

노래방도 가보고, 게임방도 가보고 또 어디도 가본다.

즐거움을 찾는 일은 탈출의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다.

손짓하며 유혹하는 먼 곳으로 갈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몸을 편히 움직일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몰린다.

말 그대로 쏟아지듯 한 방향으로 무리지어 간다. 그리고 그냥 카프카 글 어느 장면처럼 비슷한 사람들이 한 몸같이 흔들어대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을 고정한 채로 극한의 기쁨을, 희열을 삭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자기가 느낀 즐거움으로 옭아맨다.

이들은 이미 탈출에 성공했고, 다른 슬픔과 빈 곳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을 봐야만 하기에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여유도 없다. 주저하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는 일은 의미와 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직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이곳에 만족하라는 명령에 충실할 뿐이다.

어느 날 하던 일이 싫증이 나면 다시 더 자극적인 기쁨을 찾아 나선다. 일정한 선로 위를 달리는 욕망을 가진 전차의 후예이다. 조금 다른 즐거움을 주는 물줄기를 느껴보자.

#돈네책방에서 얻은 행복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보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자기 행복이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서 책 한권을 편하게 살 수 있는 동네책방이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곳을 자주 찾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동네책방의 그 한적한 곳, 시간이 비어서 머물고 있는 곳이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약화시킬 수 있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을 작게나마 받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일이 작지만 어느 정도 편안하다면 더욱 그 느낌을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도시의 콘크리트 당연함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찌는 날 시원한 한 줄기 빗줄기처럼, 이제 우리는 스스로 내 주변에서 작은 소소한 행복의 그늘을 마련하면서 살아야 한다.

생각을 하다 보면 꿈을 꾸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어지고 꿈인가 실제로 생각한 것인가 잘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경우에는 구태여 꿈인가 실제인가 따져볼 필요 없이 그냥 생각이 가는대로 내맡기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책 한 권 옆에 끼고 동네 책방을 찾아가 보는 꿈을 꿔보자. 불금에 심야책방을 여는 곳도 있다 한다. 불금에 갈 곳 없는 사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 가야할 사람이 동네 책방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행위를 하는 장면을 꿈꾼다.

박해용은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울산대학교,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교수와 전남대 철학과 강사를 지냈다.

인문학 강연과 인문학 공동체 ‘인문지행’에서 시민을 위한 철학 강의를 하면서 동네책방 ‘심가네박씨’를 운영한다. 또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며, 글도 쓰고, 꿈을 꾼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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