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리뷰]뜨겁고 거룩한 청춘의 노래···뮤지컬 '미인'

입력 2018.06.24. 12:34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무대 위로 들끓을 듯 쏟아지는 노래…. 창작 뮤지컬 '미인'을 채우는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신중현(80)의 곡들에서 청춘과 거룩함을 느꼈다.

7월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미인'에서 신중현의 음악 역사를 관통하는 23곡은 오래됐으나 새롭게 들린다.

김추자가 부른 '나뭇잎 떨어져'부터 신중현이 결성한 밴드 '애드포'의 '빗속의 여인', 여성 듀오 '펄 시스터즈'의 '님아',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 김추자 '늦기 전에', '신중현과 엽전들'의 '아름다운 강산'까지.

몽환적이거나 아련하거나 강렬한, 다양한 색깔로 편곡된 음악이 섞여 젊음이 출렁인다. 청춘의 혼란한 마음이 한여름 포도넝쿨처럼 뒤섞인다.

신중현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1960~80년대 사이키델릭·파워 팝 등을 아우르며 엄혹한 시대를 음악적으로 관통했다.

'마마, 돈크라이'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이희준 작가는 시대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잡아 신중현의 음악 정신인 자유를 극적으로 고조한다.

신중현이 살아온 시대가 배경이면 자칫 다큐멘터리 정서가 강하겠으나 그의 음악을 닮은, 청춘의 열정·에너지 등이 왕성할 수 있는 시대 배경을 택해 드라마틱함을 상승시킨다.

1930년대 무성영화관 '하륜관'이 배경이다. 하륜관 최고 인기스타 변사인 '강호'는 자신이 존경하는 형과 본인이 한눈에 반한 시인 '병연'으로 인해 독립운동과 얽히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극의 마지막에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 실바람도 불어 와 부풀은 내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강산'의 웅장함과 감동에 카타르시스가 찾아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정 음악인이나 특정 시대 히트곡을 엮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곡들을 모두 사용하려다 보니 억지춘향식 이야기가 만들어지고는 한다.

1막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는 '미인' 역시 초반에는 어수선한 면이 있다. 그러나 작곡가 정신이 드러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주크박스가 범할 수 있는 실수의 오차를 최대한 줄여내는 데 성공했다.

극이 던지는 메시지, 이를 담아내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을 아울러 폭발시키는 노래의 힘이 맞물리면서 강력한 정서를 환기한다. 파란만장한 시대에도 꿋꿋한 젊음, 신중현의 노래에 담긴 그것이 뮤지컬로 옮겨졌다.

라이브 밴드가 아닌 반주 음악(MR)을 사용하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스윙 리듬이 없는, 관악기 중심 빅밴드 '딕시랜드' 재즈 스타일 등 1930년대를 음악을 고증하는 등 노력을 한 김성수 음악감독 덕에 사운드는 농밀하다.

물 만난 듯 능청스럽고, 드라마틱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강호 역의 정원영과 김지철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주역들을 호위하며 힘차게 총진군하는 힘찬 앙상블들도 뜨겁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