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진 한 장에 담긴 순간의 한국사 이야기

입력 2018.01.11. 17:31 수정 2018.01.11. 17:43 댓글 0개
롤러코스터 같은 대한민국 삶의 현장 33컷과 스토리
더블코트 속 이봉창·총알자국 유리창 너머 백범 김구
한컷 한국 현대사/표학렬 지음/인문서원/1만6천원

역사는 순간의 집합이다.

순간들이 모여 사건이 되고 사건은 기억과 기록으로 남아 역사적 생명을 부여받는다.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는 5·18 광주항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알리기 위해 독일인 기자가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인공이 몇 십 년 전에 ‘위안부’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증거물은 옷장 깊숙이 숨겨뒀던 낡고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이었다.

지난 20세기는 일반 대중이 순간을 찍어 영원이 가능한 경험을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세기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한 컷 한국 현대사’는 구한말에서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4·19 혁명과 5·16 쿠데타를 거쳐 전태일 열사의 분신까지 카메라가 우연히 포착한 극적인 한 순간, 말하자면 ‘카메라가 포착한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다.

멀끔하게 생긴 청년이 말쑥한 더블 코크를 차려입고 환하고 웃고 있는 사진이 있다.

그런데 이 청년 왠지 낯이 익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두 손에 폭탄을 들고 찍은 사진 속 주인공은 이봉창 의사다.

그는 거사를 위해 상하이 임정을 떠나기 전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생전 그가 마지막 남긴 사진이었다.

유리창에 선명하게 뚫린 총알 자국이 찍힌 사진이 있다.

유리창 너머 마당에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오열하는 수많은 군중들이 보인다.

이 사진은 백범 김구 암살 당일의 풍경을 포착한 사진이다.

본문은 33장의 사진이 들려주는 33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책장을 열면 첫번째로 마주하는 사진은 칼을 찬 교사들과 나란히 서서 찍은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이다.

‘칼’은 일제의 무단통치를 상징한다.

이렇듯 한 장의 사잔은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는 무심할 수 없다.

‘한 컷 한국 현대사’는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이 겪어온 롤러코스터 같은 순간들, 지옥 같은 순간들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의 영욕의 한 순간 등 우리 현대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넓혀주는 동시에 삶과 역사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지은이 표학렬씨는 연세대 사학과와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를 졸업,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교편을 잡은 후 쉽고 감동적이면서 함께 하는 역사를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다.

앞서 ‘에피소드’ 역사 시리즈(고중세사, 조선사, 근현대사, 일제 강점기, 세계사)를 저술했다. 최민석기자 backdoor2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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