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20세기 초 상하이를 둘러싼 성장과 모순

입력 2023.02.08. 16:49 수정 2023.02.09. 13:07 댓글 0개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생각의 힘/ 448쪽
중국 상하이 컨테이너 항구. 

최근 나온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은 중국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기업 제국을 형성했던 두 라이벌 가문 '서순'과 '커두리'의 숨겨진 100년을 다룬 논픽션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블룸버그 등에서 중국 담당 기자로 30년 가까이 일한 조너선 카우프만은 "제국주의 물결에 따라 중국의 자본주의를 성장시켰던 서순과 커두리는 결국 빈부격차를 심화하고 방치하며 사회주의 혁명의 불씨를 제공했다"며 두 유대인 가문이 남긴 유산을 복원하면서 중국 내 논쟁을 조명했다.

"중국의 신냉전은 지난 냉전과 무엇이 다를까? 중국은 옛 소련보다 더 부유하고 세계경제에 더 깊숙이 얽혀 읽다."

영국 언론인 이언 윌리엄스는 책 '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반니)에서 전쟁의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타이완부터 남중국해·인도 접경지·북극·사이버 공간까지 중국이 벌이고 있는 신냉전의 여러 전선을 설명했다. 전세계의 위험한 분쟁지역을 취재한 기자로서 에미상을 수상했던 그는 중국이 외치는 대국굴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힌다.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수십 년 동안 중국 공산당 통치자들은 상하이를 지배했던 두 유대인 가문의 이야기를 덮어 왔다. 중국의 역사 서술은 1차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부터 1949년 공산당 집권까지를 외국에 유린당한 '치욕의 100년'으로 기록한다. 그렇기에 유대 기업 서순과 커두리의 이야기는 마오쩌둥과 그의 헌신적인 공산주의자 군대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을 타도했다는 프로파간다 서사로나 등장할 뿐, 특별히 언급되거나 다뤄지지 못했다. 중국인들에게 상하이는 "군사적 패배와 치욕"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저자는 '치욕의 100년'에 또 다른 진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어떤 중국인들에게 상하이는 "미래를 비춰 주었다"고 말이다. 상하이는 1842년 난징조약 체결 이전까지 거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다. 하지만 불과 50여 년 만인 1895년에 런던 수준의 시내 전차 체계와 가스 공급망을 확보했고, 1930년대에는 시카고와 뉴욕에 버금가는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을 갖춘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다.

이 극적인 변화를 이끈 중심에 유대 기업 서순과 커두리가 있었다. 이들은 제국주의의 수혜를 입으며 상하이를 착취했지만, 경제 호황에 불을 붙이고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문화를 불어 넣었다. 중국이 경화된 봉건 사회를 탈피하고 현대적인 산업 사회로 진입하려 몸부림치고 있을 때 수많은 중국인이 과감한 사업의 꿈을 추구할 장소로 상하이를 선택했다. 두 유대인 가문은 현대 중국의 탄생에 기여하며 수억 명의 삶을 변화시켰다.

조너선 카우프만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작업에 몰두할수록, 그것은 실제로 두 가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하나는 두 유대인 가문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처음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었던 근대화와 세계화에 관한 것"이라 말하며 두 가문의 이야기가 중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거대한 맥락과 연결되었음을 밝힌다. 저자의 치밀한 추적은 서순과 커두리의 발자취와 함께 격동하는 20세기 초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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