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리뷰] 광주 오페라 부흥 그려본 무대

입력 2022.08.17. 22:01 댓글 0개
리뷰-시립오페라단 '카르멘'
유형민 광주음악협회 수석부회장
지난 13~14일 시립오페라단이 선보인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
유형민 광주음악협회 수석부회장

지난 13~14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제10회 정기공연 비제의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을 관람하기 위해 이틀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광주의 오페라 부흥을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비제의 '카르멘'은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리며 화려한 관현악기법과 함께 극적인 긴장구조로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이다.

올해 시립오페라단의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은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을 역임한 이경재 예술감독의 연출 아래 전남대 박인욱교수가 이끄는 전남카메라타가 관현악을, 그리고 지역 출신의 젊은 성악인이 주축인 솔림 오페라 앙상블이 합창을 맡아 함께 무대에 올렸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지난 2019년 풀 버전으로 '카르멘'을 올려 광주시민들에게 큰사랑을 받은 바 있다.

주·조역 가수는 공개 오디션을 거쳐 이 지역 출신의 인재와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명 성악가들로 비교적 고르게 선발됐다.

이번 '카르멘'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의 규모와 분위기에 맞게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이 가득한 색다른 무대로 꾸며졌다.

콘서트 오페라의 특성상 음악의 몰입도가 뛰어난 반면 무대 셋트와 배우들의 움직임이 단조로운 것은 피할 수 없으나 주역 가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연기력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구성을 잊게 만들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카르멘'은 민간 예술단체에게 오페라 참여 기회가 돌아가 매우 고무적이다. 침체돼가는 지역 예술대학들에게는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공연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한 지역 청년예술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 다양한 작품과 무대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과 투자의 시간이 뒤따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젊은 단체에게 행정가나 오페라 애호가들이 아낌없는 투자와 다양한 연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 부흥기를 빨리 가져올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나 발레극장처럼 상주하는 전문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페라 페스티벌기간 만큼은 시립오페라단과 민간 오페라 단체들이 협력하면 서울처럼 이 지역에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만큼은 한시적 기간 운영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것은 곧 청년예술인들에게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일자리와 무대 경험의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 광주시립오페라단은 그동안 오페라단을 둘러싼 해체설, 지역예술인과의 불화설, 상임 예술감독의 부재 등 지금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견뎌내면서 단단해지고 많이 성장해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의 재개관이 늦춰지면서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작년 연말 월드 클래식 시리즈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극장1과 극장2를 대관해 공연을 올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에 올라갈 예정이다.

광주의 오페라 애호가들 중 많은 이들이 이번 '카르멘'을 통해 처음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한다. 소극장 규모의 오페라를 보면서도 극장의 시스템에 놀라게 되는데 전문 음악당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공연도 가능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에서 펼쳐질 푸치니 '투란도트'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극장을 나서면서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하나 둘 조명등이 켜지는 아름다운 극장 주변을 바라보면서 '전당이 달라지고 있다. 소통하고 있다. 사람과 공간이,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주에도 글라인드 본 오페라 축제 같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오페라 축제를 언제가는 만나보게 되는 그날이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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