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73년 전 여순사건 아픔 담아낸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입력 2021.11.29. 15:29 댓글 0개
전남도립국악단의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기념작
희생자 위한 애도…내달 3~4일 남도소리울림터서

전남도립국악단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기념해 가무악희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여순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과 애도이며, 73년간 침묵을 강요당한 채 살아온 유가족들의 억눌린 슬픔을 공감하기 위한 발판으로 마련됐다.

극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의 제삿날, 유복자 아들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속없이 순박한 사내의 허튼 너스레를 관객과 주고받으며 판놀음과 줄타기, 재담 등을 통해 8·15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어지러웠던 정치적 상황을 그렸다.

극 중 소리극 '불청객이 왔다'에선 1948년 10월 순천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극화해 그날의 참상을 담았으며, 연이은 무용극 '기억의 자살'과 '기억의 부활'에선 넌버벌(Non-verbal) 무용을 통해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과 살았지만 불온한 자들이라는 낙인 속에 외면당하고 고립됐던 산 자들을 향한 위로를 온몸으로 풀어냈다.

작곡은 영화 '귀향' OST '가시리'의 작곡가로 알려진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연출은 공연창작그룹 '문화행동 바람'의 김재욱 대표 연출가가, 판소리 뮤지컬 '닭들의 꿈 날다', 판소리 잔혹극 '해님 달님' 등 다수 작품을 집필한 김수형 작가가 극본을, 정길만 국립무용단 훈련장이 안무를 맡았다.

류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연대의 대열에 참여하는 소박한 방식에 불과하다"면서 "이 작은 움직임이 변화의 시작이 되길 소원하며, 해마다 10월 19일이면 여수와 순천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예술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연은 내달 3일 오후 7시 30분과 4일 오후 5시 전남 무안군 남도소리울림터서.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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