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새책] 음식문화를 통해 읽는 독일 역사

입력 2021.11.25. 10:53 수정 2021.11.25. 16:32 댓글 0개
독일의 음식문화사
우르줄라 하이첼만 지음/ 니케북스/ 660쪽

독일하면 사람들은 2차대전 패전국, 동서분단과 통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독일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나라다.

이중 독일 음식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소시지와 맥주 이상을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독일의 8천200만 인구가 매일 옥토버페스트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뜻밖에 음식에서만큼은 뚜렷한 이미지가 없는 나라가 독일이다. 과연 독일인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음식문화와 관련해서 독일적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살핀 책이 나왔다.

우르줄만 하이첼만의 '독일의 음식문화사'다.

유럽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심부에 자리 잡은 독일은 오늘날 북쪽으로 덴마크와 네덜란드, 서쪽으로는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남쪽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동쪽으로 체코와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독일의 음식과 요리법은 북부와 남부가 서로 상당히 이질적이었던데다, 인접한 다양한 나라에서 지속적인 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획일적인 국민 요리나 변하지 않는 전통 요리는 없지만, 다양성과 지역성이야말로 독일 음식의 특징이다.

독일 출신 음식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소믈리에이며 역사학자인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문헌과 문학작품, 요리책과 의학서적, 법령과 공문서를 망라하는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독일 식문화의 전통을 추적한다. 신석기시대부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전환점을 담은 12개 장에는 식품을 얻기 위한 수렵, 채집, 농업, 축산, 무역과 전쟁 등의 과정, 조리기구와 요리법의 발달, 식문화에 영향을 준 사회·정치·경제·종교·기술적 요인에 대한 광범위한 설명이 담겨 있다.

지리·역사학적 시각에서 볼 때 독일은 슬라브족과 라틴족 사이, 한대기후와 아열대기후 사이, 바다와 산맥 사이에 있는 중부 유럽에 자리 잡은 나라다. 역사의 과정에서 독일은 사방에서 지속적인 정치적·문화적·사회경제적 영향을 받아왔다. 저자는 그러한 영향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이 바로 오늘날 독일인과 독일 음식의 특성을 규정한다고 주장한다.

게르만족의 터전에 로마 문화가 전래되어 농경과 목축이 발전하고 식문화가 개선된 고대를 지나 5세기 초반이 되자, 중부 유럽에서 로마제국의 영향력은 거의 소멸했다. 이후 기독교가 게르만족 국가들의 공식적인 종교가 됨으로써 식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로 부상했다. 기독교는 절약, 검소, 정직과 같은 일반적인 미덕에 기초해 소박한 식사를 강조했고, 식사와 미덕의 연결고리로 금식이 등장했다.

마르틴 루터가 이끈 종교개혁과 그 뒤를 이은 가톨릭의 반종교개혁은 독일의 문화적 다양성을 강화했다.

1차대전 당시의 식량난으로 입은 정신적 외상은 추후 나치의 전략을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됐다.

전후 독일은 둘로 쪼개져 서로 대립하는 정치체제하에서 40년 동안의 실험을 거치게 된다. 서독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리에 자유롭게 서구세계를 접목해 엄청난 입맛의 다원화를 겪은 반면, 동독 주민들은 대개 선택의 폭이 훨씬 더 좁았으며 경제적 문제로 인해 식문화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모차렐라치즈와 피자, 되너케밥, 햄버거에 길들여졌던 서독인들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인들이 여전히 캐서롤, 겨자소스를 곁들인 삶은 달걀, 감자경단에 애정을 가진 것을 인식하게 된다. 최근 독일 음식은 세계화와 산업화의 영향 속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역주의가 부각되며 전통 요리가 재발견되고 있으며, 새로운 이민자들이 가져온 요리 전통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요컨대 오늘날의 독일 음식은 역사 속 수많은 영향이 반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다양한 요리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 복잡한 요소 간의 균형과 평정, 이것이 바로 독일 음식의 특징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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