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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영화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코스

입력 2021.10.14. 09:46 댓글 0개

목포에 가면 영화 ‘1987’의 연희네 슈퍼가 있고, 군산에 가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 익산에 가면 영화 ‘7번가의 선물’의 교도소 세트장이 있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영화를 본 관람객들이 직접 그 지역에 있는 영화 촬영장소로 관광 온다는 점이다.

영화 속 촬영지에 방문하면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특별한 장소로 인식된다. 평범한 관광보다 진한 잔상이 남는다.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영화를 본 시점은 영화촬영장을 방문하기 이전이다. 전에 영화를 봤던 자신의 상황들이 떠올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광주에서 촬영한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영화,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서 촬영한 영화가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영화들도 광주에 있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촬영을 했다. 우리 주변에서 모르고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광주에서 촬영된 영화와 촬영 장소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CHAPTER 1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영화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영화가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여 전개한 민중항쟁이다.

영화 최초로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다룬 ‘꽃잎’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격전을 벌인 시민군의 희생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살아남은 희생자 가족의 분노와 슬픔을 다룬 영화 ‘26년’,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계엄군의 트라우마를 다룬 영화 ‘박하사탕’

외부인의 시선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바라본 ‘택시운전사’ 등

여러 감독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영화에서 다뤘다. 그 외에 오래된 정원, 포크레인, 최근 개봉한 김군도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1. 영화 ‘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배우: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 박철민

-별점: ★★★☆☆

-한줄평: 가족, 친구, 이웃사람들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나라를 지켜야할 군인들에게 맞고 있다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광주 시민들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관객수 680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을 하고,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영화로 평가받는다. 전반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반부에는 계엄군에 의해 시민 희생자가 발생하고, 후반부에는 전남도청에서 시민군들이 최후의 항쟁을 벌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박철민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이 영화에 참여를 했다.

10년 전 영화라 다시 보면 억지 감동을 이끄려내는 신파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전남도청에서의 항쟁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첫 장면은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에서 촬영을 했고, 화려한 휴가의 주요 장면들은 북구 건국동 광주과학기술원 옆에 있는 세트장에서 촬영을 했다. 전남대학교 용지에서도 촬영을 했었는데 지금 전남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용지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용지에 화려한 휴가 촬영지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용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전남대학교 정문이 있는데 5.18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처음 학생들과 계엄군의 최초의 충돌이 있었고, 이후 광주역과 금남로까지 시위가 확대될 수 있었다.


2. 영화 ‘26년’

-감독: 조근현

-배우: 진구, 한혜진, 임슬옹, 이경영, 장광

-별점: ★★★☆☆

-한줄평: 지금도 멀쩡히 살아 있는 ‘그 사람’에겐 용서보단 처참한 응징이 필요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조차 ‘그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비극과 좌절

강풀의 웹툰 ‘26년’을 영화로 만들었다. 1980년 5월 계엄군에게 가족과 형제를 잃고 고통과 아픔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 남은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람’을 타겟으로 극비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5월 그 이후에 남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을 초점으로 맞춘 다른 영화들과 차별점이 있다. 웹툰이 더 낫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 영화만이 가진 매력도 충분히 있다.

영화는 광주 곳곳에서 촬영을 했다. 서울 연제동에 있는 ‘그 사람’의 집은 광주 동명동 중앙도서관에서 주민센터 가는 길에 있는 저택이다. 그 옆에는 양림동으로 자리를 옮긴 ‘오월 어머니회’가 있던 자리기도 하다. 옥상 장면을 촬영한 전일빌딩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헬기에서 총격을 가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 사람’에게 저격을 한 곳은 옛 과학연구원 건물이고, 현재는 철거되어 볼 수 없다. 그 외에도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에 있는 헌책방 ‘문학서점’은 심미진의 아버지가 운영을 한 책방으로 나온다. 곽진배가 일을 하던 포장마차는 상무나이트 앞에서 촬영을 했다. 광주에서 가장 많은 장면들이 촬영된 영화가 ‘26년’이 아닐까 싶지만, 촬영 장소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3. 영화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배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별점: ★★★★☆

-한줄평: 화려한 휴가에서 신파를 빼서 제3자의 시각에서 담담하게 바라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독일에서 파견 온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영문도 모르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과 함께 택시를 타고 우여곡절 광주로 내려가게 되지만,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촬영은 상무지구에서 당시 전남도청이 있던 동구 금남로 거리를 재현하여 세트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아쉽지만 세트장이 철거가 되서 볼 수 없다. 불로동에 위치한 옛 광주적십자병원 (현.서남대병원)에는 부상자들이 실려와 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곳이기도 하고, 11번째 사적지로 등록이 되어있다. 그 외에 일본에서 광주의 소식을 처음으로 듣는 장면은 무등산에 위치한 신양파크호텔에서 촬영되었다. 

1천200만 관객수를 동원하면서 5·18 관련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넘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릴 수 있었으며, 외부의 시선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 


CHAPTER 2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서 촬영한 영화

양림동은 버들나무가 많은 숲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1904년 광주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 우일선 선교사 사택, 오웬기념각 등 많은 기독교 선교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이장우 가옥, 최승효 가옥 등 전통 한옥과 서양식 건물 문화재가 함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새로운 맛집과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동명동만큼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핫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펭귄마을은 광주로 놀러오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근대역사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양림동에서는 어떤 영화가 촬영되었을까? 


1. 영화 ‘해어화’ - 최승효 가옥, 오웬 기념각

-감독: 박흥식

-배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박성웅

-별점: ★★☆☆☆

-한줄평: 영화의 연출보다 훨씬 뛰어난 영상미,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한복을 입은 한효주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1943년 일제강점기 기생학교에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가 작곡한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근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양림동 곳곳에서 촬영을 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오웬 기념각에서 촬영을 했다. 오웬기념각은 지금도 실내 공연을 하고 있다.

기생학교 몇몇 장면은 최승효 가옥에서 촬영을 했다. 1920년에 지어진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집이다. 윤우(유연석)가 술에 취해 피아노로 애국가를 치다가 일본군과 충돌하는 장면은 구시청에 있는 술집 ‘앰블’에서 촬영했다.


2.영화 ‘위험한 상견례’ - 이장우 가옥

-감독: 김진영

-배우: 송새벽, 이시영, 백윤식, 김수미

-별점: ★★★☆☆

-한줄평: 명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보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는 덤. 좋은 재료를 넣은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나온 기분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지역감정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곤 했다. 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청년 현준(송새벽)은 펜팔에서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과 알콜달콩 연애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부산에 있는 다홍의 집으로 찾아가 아버지로부터 결혼승낙을 받으려 하지만 여러 난관들에 봉착하게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 현준(송새벽)이 아버지와 함께 사는 곳이 바로 ‘이장우 가옥’이다. 이장우 박사는 동신대학교를 설립하여 호남 교육에 이바지하신 분이기도 하다. 직접 방문을 했을 땐 건물 외관과 마당까지 볼 수 있었는데, 영화에선 가옥 내부를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마당에는 큰 연못과 수령 100년이 넘은 은행나무도 볼 수 있다. 대문은 잠겨 있으니 당황하지 말고, 왼쪽 샛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참고로 개방시간은 오전 9시~저녁 6시까지. 공휴일은 개방을 하지 않는다.


마무리

지금까지 광주에서 촬영을 한 영화와 촬영 장소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영화 세트장은 철거를 해서 볼 수가 없거나, 다른 지역에서 촬영을 한 곳은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화려한 휴가가 촬영된 전남대 용지처럼 영화 촬영지임에도 시간에 묻혀 잊혀지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도 많았다. 최승효 가옥처럼 소유자측의 협의 문제로 개방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영화촬영지가 관광지로써 활성화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여기서 소개한 영화 외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영화들이 광주에서 촬영을 했다. 영화 ‘옥자’는 우치공원 동물원에서, 영화 ‘공작’, ‘상류사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영화 ‘라디오 데이즈’, ‘인사동 스캔들’, ‘검은 사제들’은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촬영을 했다.

광주가 문화도시로 더욱 발돋움 하고, 관광지로써 알려지기 위해선 이러한 영화 촬영지를 잘 활용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군산에 있는 초원사진관, 히로쓰 가옥처럼 광주에서도 떠오르는 영화 촬영장이 나오기를 바란다. 에디터=임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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