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현장 목소리 반영한 문화예술지원 사업, 어떻게?

입력 2021.09.14. 18:11 수정 2021.09.14. 18:11 댓글 0개
공모 공고 시기 12~1월로 당기고
사례비 편성 비율 아르코 수준으로
소액 사업비는 정산 절차 간소화
2년 단위 창제작 사업 새롭게 기획
전국 최초 예술활동 안심보험 지원도
프린지페스티벌

광주시가 '문화예술지원사업'을 대폭 개선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역의 문화예술가, 기획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등 민(民)과 관(官)이 협력해 문화예술인이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눈길을 모은다.

사업 개선은 크게 세가지 키워드로 진행됐다. '기존 제도·관행 개선' '창·제작 지원 강화' '문화예술인 권리 증진'이다.

먼저 '기존 제도·관행 개선'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것은 관행처럼 통합공모사업 공모가 2~3월, 늦어지면 5월에 진행됐던 것을 전년도 연말~당해 1월 초로 앞당긴다는 내용이다. 앞서 공모 시기로 인해 접수부터 심사, 최종 통보까지를 거치고 나면 사업을 위한 장소 대관이나 인력 모집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다.

또 사업 참여자에 대한 사례비 기준을 마련하고 대표자 사례비 편성 비율을 기존 사업비의 10%에서 20%로 상향했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사례비 편성 비율 수준으로 이보다 더 현장에 맞게 현실화한 비율이다. 뿐만 아니라 300만원 이하의 광주문화재단 소액 지원 사업은 복잡한 정산 절차를 간소화해 예술인들이 보다 다양한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창·제작 지원 강화'에서는 2년 단위 문화예술 창제작 지원사업 신설과 문화 메세나 확대 등이 있다. 2년 단위 문화예술창제작 지원사업 경우 기존 1년 단위 사업은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에서 끝난다면 2년 단위는 이 작품을 계속해서 대중에 공개하는 과정을 거쳐 보완,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길러내고 작품이나 예술가의 가능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역 킬러 콘텐츠 발굴에도 의미 있는 변화다.

문화 메세나 확대 경우 광주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만만계' 프로젝트를 확대 발전시켰다. 개선된 메세나 프로젝트는 그동안 신진, 청년 작가들이 후원 받기 어려웠던 것을 감안해 시민, 기업, 함께 등 3대 문화동행으로 추진된다. 함께 동행 경우 '만만계'로 모인 모금금액을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모사업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시민 동행은 신진작가 지원과 전문가 지원으로 나누어 각각 모금된 금액을 2:1, 1:1 비율로 시가 매칭 지원한다. 기업 동행은 100% 전액 기부와 함께 시와 1:1 매칭 지원 등으로 운영한다.

'문화예술인 권리 증진' 경우 문화예술인 특화 '예술활동 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인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예술활동 중 사고가 나면 보험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 상해보험을 전액 가입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 기획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연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그동안 공모사업을 하며 애로가 엄청 많았다. 특히 단체의 대표로 있으면 공연도 하고 제작도 하고 여러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사례비가 책정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오랜 시간 예술인들이 요구해왔던 것들이 이제서라도 반영돼 반갑다"고 말했다.

음악가 B씨는 "개인적으로는 혁신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에 개선된 내용들 하나하나가 예술가들에게 답답한 부분들이었다"며 "특히 공모 시기를 앞당긴 것이 반갑다. 통상적으로 한 아이템으로 보조금을 중복해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 보조금 사업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반겼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영 오버랩 대표는 "그동안 창작사례비에 대한 기준이 현실감 없이 너무 낮다보니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을 이끌어 왔다. 이런 현실에 떠나는 젊은 친구들도 많았다"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으려고 하고 고민해 반영하려하는 시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기획자 C씨 또한 "발표한대로 진행된다고 하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며 "공모 사업 공고 기간을 당긴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너무 촉박하게 준비해야했고 실행하지 못하면 단체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들이 힘들었다. 아쉬운 점은 프로젝트성 사업도 2~3년 지속 사업으로 전환한다면 좋지 않을까. 타지역에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업의 연속성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기획자들은 1년 프로젝트하고 흩어지는 것이 다반사인데 안정감이 없어 젊은 인력들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중도 포기한다. 이런 부분도 앞으로 고려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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