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새로운 시선으로 읽는 우리 고대사
입력 2021.04.07. 15:25 수정 2021.04.08. 08:58 댓글 0개윤내현 지음/ 만권당/ 1만8천원
고대사는 기록 등 사료 부족과 고증 미흡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한국 고대사는 시기적으로 먼 시기이고 사료도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어 베일에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사료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그 먼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분야는 대학 사학과에서 공부한 이른바 전문가들의 영향력이 크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전문가 집단들이 그릇된 사고를 가지고 있을 때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윤내현 교수의 '한국 고대사'는 복잡한 한국 고대사를 일관된 흐름으로 서술함과 동시에 방대한 사료와 지식을 통해 연구 성과를 담았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분야는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갈려 있다. 하지만 강단사학계만은 보수, 진보의 구분도 없이 일제 식민사학 일색이다. 일제 식민사학은 강단사학계만 장악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한국 고대사를 국가이전시대, 고조선시대, 열국시대로 나누어 서술한다. 그간 '선사시대'나 '원시시대'라고 명명해왔던 먼 시기를 '국가이전시대'라는 새로운 용어로 대체하면서 무리사회, 마을사회, 마을연맹체사회의 세 단계로 나누어 한민족이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세우기 이전에 어떠한 사회 변화를 겪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기나긴 국가이전시대를 지나 고조선시대로 접어들었다가 고조선의 거수국이었던 여러 나라들이 독립해 열국시대가 전개되는 상황을 사료에 입각해 서술하고 있다.
국가이전시대란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의 사회 단계를 말한다. 이 시대를 흔히 선사시대나 원시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적합하지 않다. 선사시대란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를 말하고, 이와 대응되는 역사시대란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는 시대를 말한다. 사회 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매우 높은 단계에 도달한 사회라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당시의 기록이 지금까지 전하지 않으면 그 시대는 선사시대가 된다.
국가이전시대는 무리사회, 마을사회, 마을연맹체사회, 세 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국가이전시대를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로 나누어 서술하는데, 이러한 구분도 적합하지 않다.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라는 명칭은 사람들이 사용한 도구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 용어다. 역사의 주체는 사람이다.
고조선시대는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최초로 국가가 출현한 시대다. 즉 마을연맹체사회 다음에 나타난 국가사회 단계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사회는 인류의 사회 발전 과정에서 일정한 단계의 수준에 도달한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막연한 개념의 국가 또는 나라라는 말과는 다르다.
열국시대는 고조선의 거수국들이 독립해 여러 나라로 분열된 시대를 말한다. 고조선의 붕괴와 열국시대의 시작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고조선의 건국에 의해 형성되었던 한민족이 여러 나라로 분열되었다는 점과 고조선이 붕괴되면서 각 지역의 거주민 이동이 크게 일어났고, 이와 더불어 거수국들이 독립하면서 그 지리적 위치가 재편성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역사는 늘 올바른 역사정신을 바탕으로 서술되어야 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비판정신이 필요하다. 이 책을 '새로운 한국 고대사'라 칭하는 것은 예관이나 단재 선생의 그 같은 뜻에 부응했다고 자부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부응했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윤내현 교수는 해남에서 태어나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오늘의 책'상과 일석학술상, 금호학술상 등을 받았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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