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양동, 삶의 흔적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

입력 2021.04.01. 16:54 수정 2021.04.01. 16:54 댓글 2개
무등일보·대한건축학회 공동기획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8>양동 발산마을 역사문화박물관
양동 발산마을 역사문화박물관은 광주천변에서 발산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에서 불과 100여m 남짓의 거리에 자리한다.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한 이 마을은 몇 년에 걸친 새 단장으로 활기를 많이 되찾았다. 운치 있는 좁은 골목길, 계단이 적당히 있어 건강 삼아 산책하기 좋은 동네이다. 중간중간 골목길의 예술작품, 계단을 타고 올라갈수록 맑은 공기, 펼쳐지는 광주천변 전망은 덤이다.

서구의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2017년 시작된 발산마을의 역사문화박물관.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오래된 폐가를 통해 사람들이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건물 형태, 그 자체가 유물이 되는 컨셉의 마을 박물관이다. 이 건물을 이해하기 위해선 발산마을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발산마을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낙후된 달동네였다가, 1970~1980년대 인근에 방직공장이 생기면서 전국에서 찾아온 젊은 여공(여성 근로자)들로 활력 넘치는 청춘마을이 됐다.

허나 1990년대 이후 도심 공동화 현상과 방직공장의 쇠퇴로 마을의 여공들이 떠나면서 마을의 빈집이 늘어나고 어르신들만 남게 됐다가, 2014년 이후부터는 청춘발산을 테마로 마을이 정비되고 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점차 이전의 젊은 기운이 되살아나고 있다.

원형을 보존한 셋방의 장작아궁이(왼쪽)와 주인방의 연탄보일러가 비교된다.

당시 출퇴근하던 젊은 여공들은 공장 인근에서 세가 가장 저렴했던 발산마을에 살았다.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이 집 또한 세를 내주었던 집 중 하나다. 주인방과 셋방이 부엌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는데 아궁이만 봐도 누가 주인이고, 누가 세 들어 사는지 알 수 있다.

재생사업 중 특히 공적 자산이 투입된 리모델링 경우는 주민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리모델링의 방향을 잡을 것인지, 프로그램은 어떻게 할지, 추후에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고 설계 단계에서는 현실성을 고려해 이를 최대한 반영시킨다. 발산마을 역사문화박물관 또한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진행됐다.

부엌을 제외한 셋방과 주인방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으며, 기존 석면지붕과 합판 천장은 안전상 철거됐으나 지붕의 목구조물은 유지돼 공간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지붕의 목구조를 통해 예전 지붕형태가 모임지붕 형태임을 알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방 천장의 높낮이에 차이가 생겼다. 이에 새로운 지붕을 맞배지붕 형태로 덧 씌워 낮았던 공간을 시각적으로 높게 확장했으며 사이 공간에 고측창을 둬 어두웠던 실내를 밝혔다.

모임지붕의 구조와 맞배지붕의 고측창 설치모습

깨끗한 벽 사이로 보이는 기존의 목재로 된 창은 감성을 한껏 자극한다. 때묻은 벽과 나무로 된 창, 서까래가 과거의 흔적이라면 기존 벽에 전시를 위한 목적으로 덧댄 깨끗한 흰 벽이 현재의 모습으로 각자의 기능에 충실하며 서로 공존하고 있다.

마당에서도 이런 공존의 노력들을 살펴볼 수 있다. 본래 마당은 평상이 있는 휴식의 공간이자, 장독대와 세면대가 있는 생활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활의 단편들은 큐블록의 켜로 구분됐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장독대, 바닥의 큐블록 사이로 빼꼼히 나온 기존의 흙바닥…. 현대적 재료를 통해 엿보이는 과거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골목길, 담장 모두 휴먼스케일로 옛 향수를 느끼며 잠시 머물다 가는 마을의 쉼터 같은 느낌이다. 건물은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 같은 자리에 서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과거의 모습들

그 곳을 거쳐간 사람들, 곳곳의 삶의 흔적들,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당시 여러 생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당시 뜨거운 심장을 가진 젊은 청춘들이 비록 고단한 삶이었지만 희망을 가지고 청춘을 불살랐던 그 열정의 온기가 지금도 전해지는 듯 하다.

남아있는 것, 그리고 새로 덧대어 진 것이 제 역할을 하며 잘 공존할 때 이 또한 먼 훗날 새로운 마을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오래도록 발산마을의 이야기를 전하는 추억의 쉼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원규 건축사사무소 이움건축 대표·전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이원규 건축사는

비정형 건축에서부터 마을의 조그마한 재생프로젝트까지 이색적 공간을 탐구하는 건축가이다. 전남대 건축학부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후 정림건축 비정형디자인연구팀에서 실무를 닦았다. 현재 모교서 근 10년 동안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으며 건축사사무소 이움건축을 운영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광주 동구 평생학습관, 광주광역시청 3층 비정형 시민대기실, 전일빌딩 나선형 상징계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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