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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터뷰]조예은 작가 "누군가에 힘이 되는 물비늘 같은 작품됐으면"

입력 2021.03.06. 06:00 댓글 0개
민음사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스노볼 드라이브' 출간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스노볼 드라이브'의 저자 조예은 소설가가 지난 3일 서울 민음사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스노볼 드라이브'는 정말 작은 눈송이처럼 커다랗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그런 이야기에요. 소설 속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물비늘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작품이 독자들에게 물비늘 같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주목받는 소설가 조예은은 신작 '스노볼 드라이브'가 "'물비늘'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비늘은 강이나 바다, 잔잔한 물결에 햇살이 비치는 모양을 가리킨다.

조 작가는 "흔들리는 결을 따라서 반짝이는데 그걸 보면 약간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순간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다. 이 책이 딱 그 물비늘 정도의 일렁임을, 읽은 분들에게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스노볼 드라이브'는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재난에 처한 미래 도시를 그린 SF소설이다. 주인공 모루와 이월을 통해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살아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상황과 배경은 어둡지만 그 안에서 어둡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낸 주인공들이 계속 달려나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는 2016년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첫 장편 '시프트'로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 등을 펴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스노볼 드라이브'의 저자 조예은 소설가가 지난 3일 서울 민음사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6. kkssmm99@newsis.com

"일상 속 장면이나 물건에 환상을 덧입혀서…"작가의 이야기에선 젤리나 타임리프, 방부제 눈 등의 소재가 돋보인다.

독특한 소재를 선정하는 비결이 있는지 묻자 "일상에서 작게, 문득 와닿는 장면이나 물건들을 활용한다. 그 장면이나 물건들을 봤을 때 떠오른 생각들에 약간의 환상을 덧입혀서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한 가지 꽂히는 장면이나 물건이 있으면 약간 그것을 계속 생각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그런 (방식)"이라며 웃어 보였다.

'스노볼 드라이브'의 사례도 공유했다.

"제가 작년에 전시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전시관 오브제가 스노볼이었어요. 당시 여름이었는데 비가 이렇게 많이 올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왔거든요. 그렇게 많이 쏟아지는 걸 보다가 떠올라서 작업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한국의 날씨가 아니라는 게 크게 와닿고 나니까 그 부분에 대해 찾아보게 되고, 약간의 공포까지 느끼게 되니까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독특한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속에는 현대 사회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담겨있다. 암울한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희망의 빛줄기를 선보이는, 역설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조 작가는 "위기 상황은 사실 벌어진 일이고, 그 문제들이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즉각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이전의 누군가부터 축적돼 온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문제들 때문에 무력감이나 공포를 느끼며 너무 우울해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밝은 방향으로, 사람이든 자신의 신념이든 무언가 살아갈 이유 한 가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스노볼 드라이브'. (사진 = 민음사 제공) 2021.03.05.photo@newsis.com

우울함 떨치기 위해 글쓰기 시작...차기작은 재미 위주 작업 구상중작가는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우울하고 힘들 때, 표현하고 표출을 해야 하잖아요.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까 저는 그게 글이었던 것 같아요."

조 작가는 "일기로 시작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있고, 운동하는 분들도 있다. 우울이나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 저는 어쩌다보니 그 활동이 글이었다. 일기부터 시작해서 그냥 계속 쓰기 시작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쓰다 보니, 이 작업이 내 심신의 안정과 기분을 좋게 하는 것 그리고 성취감에 되게 큰 도움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위로되는 작품이 필요할 때도 있고, 대신 화를 내주는 작품이 필요할 때도 있다. 별 생각 없이 재미있거나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할 때도 있지 않나.욕심일 수 있지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서 거침없이 내놓고 싶다"

차기작에 대해선 "아직 확정은 아닌데, 무인도에 새로 지어진 호화 리조트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구상 중"이라며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재미 위주의 작업이 될 것 같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재미있게 읽으면 좋을 작품"이라고 살짝 소개했다.

글을 통해 뭔가를 이루겠다는 포부가 있는 작가는 아니라고 했다. "내 이야기로 누군가 위로를 받는다거나, 잠시 힘든 걸 잊을 수 있거나 아니면 대신 분노해줘서 약간 후련했다거나. 1차원적인 감정일 수 있지만 그런 감정이라도 폭넓게 느끼게 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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