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나주의 대표 먹거리
입력 2021.03.03. 12:23 댓글 0개예부터 맛은 나주, 모양은 전주라 했습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주에는 물과 들에서 나오는 각각 8가지의 맛난 음식을 뜻하는 어팔진미(魚八珍味), 소팔진미(蔬八珍味)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지금은 맛보기가 힘든 것도 있고, 사라진 것도 있습니다.
때 이른 봄기운으로 들녘이 기지개를 펴는 시기에 우리 조상들의 맛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나주로 맛기행을 떠났습니다.
담양에서 시작해 남도 땅 곳곳을 적시는 350리 물길 영산강이 굽이져 흐르는 평야지대에 나주시는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주와 나주의 머릿자를 따 전라도라고 할 정도로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남도의 중심은 나주였습니다.
나주는 고려 시대부터 지방행정조직인 목(牧)이 설치되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남의 중심고을 역할을 해왔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나주를 ‘소경’으로 소개했습니다.
당시 수도였던 한양처럼 동서남북으로 4대문이 설치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나주읍성에 가면 나주목과 관련된 금성관과 목사내아, 향교 등이 명소로 남아있습니다.
나주에 가면, 곰탕 한 그릇은 해야죠~
나주 답사 1번지 나주읍성의 금성관 인근에 이미 국밥의 대명사가 된 나주곰탕거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곰탕 하면 나주곰탕을 말하지만, 곰탕의 유래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이곳에 일본의 군수물자인 육류 통조림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기로 만드는 요리가 발전하게 된 것이죠.
설렁탕이 소뼈를 고아 낸 물로 요리를 하는 음식인 반면에 곰탕은 살코기를 삶아 고아 낸 맑은 국물로 요리를 하는 음식입니다.
살코기로 고아 낸 국물에 소고기 양지 혹은 머릿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은 뒤 다시 오랫동안 고아 냅니다.
그 국을 뚝배기에 담은 후 윤기나는 흰쌀밥을 넣어 곰탕 한 그릇을 만듭니다.
기름기가 제거된 나주곰탕의 맑은 국물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집니다.
깔끔한 뒷맛과 씹을수록 입안으로 퍼지는 고깃덩어리의 감칠맛이 섞이면서 나주곰탕이 곰탕의 대명사가 된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홍탁 한 잔의 행복, 영산포 홍어
나주 영산포는 삼한시대부터 내륙 수운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뱃길을 따라 나주평야의 쌀이 김포까지 전해지고, 다도해와 제주도의 해물이 뭍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도해 지방의 특산물이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나주의 대표 먹거리가 된 것이 바로 삭힌 홍어인‘흑산도 홍어’입니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는 영산강을 따라 올라오는 일주일여 정도의 기간 동안 자연 발효되어 독특한 맛의 홍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렇게 항아리에서 삭힌 잘 발효된 홍어와 잘 삶은 돼지고기를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 것이 홍어삼합입니다.
여기의 막걸리가 곁들여지면 삶의 질긴 끈이 나긋나긋해지는 것이죠.
해 질 녘 누렇게 물든 영산강 서쪽 하늘은 처연함을 딛고 일어서, 닫힌 마음을 열고 삶의 피로를 씻어주는 곳입니다.
그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나주의 다리가 영산교입니다.
영산교에 서서 본 황금빛 누런 하늘과 영산강 물길은 나를 둘러싼 세상의 결을 거르는 것 없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주역 방면에서 영산교를 건너면 강변을 낀 선창가 부근에 홍어거리가 있습니다.
많은 식당 중에 나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인 ‘강변홍어’식당으로 갔습니다.
이곳의 연분홍빛을 띤 홍어는 삭힌 음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선해 보이고, 씹은 뒤 입안에서 도는 톡 쏘는 향과 맛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삭힌 냄새가 곰살궂게 다가옵니다.
홍어껍데기 수육, 홍어무침, 삼합, 홍어 찜, 홍어전, 홍어 튀김, 애국이 순서대로 나오는 질퍽한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강변홍
주소 : 전남 나주시 영산 3길 8
전화번호 : 061-334-5403
고단백 스태미나, 구진포 장어
영산강에 뱃길이 끊긴 건 영산강 하구댐이 들어선 1977년의 일이었습니다.
내륙수운의 중심지 영산포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구진포 나루가 있습니다.
댐이 생기기 전 이곳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 물고기가 풍요로웠던 곳입니다.
특히 바다 장어가 유명해 자연산 장어구이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구진포 강변 거리를 중심으로 장어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언제든지 전통의 맛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주의 가성비 좋은 한 상 차림, 남도 한정식
풍요의 땅 전라도의 한정식 한상은 반찬의 가짓수와 지역 특유의 맛으로 일반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맛 체험 아이템입니다.
나주에도 ‘전라도 한정식’의 명성에 걸맞은 곳이 있습니다. 특히 이 식당은 가격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곳입니다.
교통,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지역별 음식의 특성을 보편화시켰습니다.
과거 전라도 음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짜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지금은 많이 싱거워져 그런 평가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 특산물 요리가 추가되어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음식의 전통적인 감칠맛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반찬의 가짓수는 아직도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청정 자연 속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곳 ‘전라남도 산림자원 연구소’가 있는 산포면으로 가다 보면 ‘번영회관’이 보입니다.
이곳 한정식 한상차림 가격은 9,000원입니다.
여행자의 가벼워진 주머니를 배려해 준 주인장의 마음일까요, 지나가는 객에게도 마음을 다하는 이 지역의 인심일까요.
번영회관
주소 : 전남 나주시 산포면 세남로 1330
국립나주병원 입구
전화번호 : 061-336-0254
풍요의 고장 나주!
나주는 음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맛으로 기억되는 고장 나주입니다.
- 짱뚱어·칠게 시글시글··· 자연이 만든 '생태천국' 신안 증도 갯벌1004섬 신안 1섬1뮤지엄 ④증도갯벌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가뭇없이 아득했다. 이곳 날씨란 것이 원래 시시각각 다르다고는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왜바람에 당장이라도 후두둑, 굵은 빗방울을 흩뿌릴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은 희미한 바다의 실루엣을 더욱 검고 어둡게 만들었다.갯벌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있었던 듯, 훤하게 속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농게와 칠게는 불풍나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흙장난을 치고, 멋모르는 낙지 한 마리, 물골에서 허우적댔다. 짱뚱어란 놈은 자기를 보아달라는 듯, 갯벌 위에서 펄쩍펄쩍 뛰기까지 하고 있었다.녀석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자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비가 내리거나 성격 급한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놈들을 낚아야 할 것이었다. 서둘러 바구니를 등에 메고 갯벌로 걸음을 옮기니 미끄러지듯 펄 속으로 발이 박혀 들어갔다. 휘청-. 이제는 발이 박히는 것에 익숙할 때도 됐건만 매번 중심을 잃고 넘어질 지경이 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갯벌에서 몇 걸음 옮겨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낚싯대를 폈다. 최근에 새로 장만한 '신식 낚싯대'를 보자 마음부터 오달졌다.20대 초반이나 됐을까. 짱뚱어잡이를 위해 처음 사용한 낚싯대는 대나무였다. 벌교며 여수, 순천 등 외지 사람들이 와서 짱뚱어를 잡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령 없이 낚싯대를 던지다 보니 무겁기만 하고 낚싯줄이 원하는 만큼 나가지도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썰물 때마다 갯벌에 나와 낚싯대를 던졌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고, 이튿날도 맨손으로 돌아가는 날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등에 멘 바구니의 무게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그는 새로 구입한 낚싯대를 길게 편 다음 원하는 곳 멀리까지 바늘을 던졌다.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끄는 동안 손끝에 미세한 감각이 전해지자 재빨리 잡아챘다. 낚싯바늘에 짱뚱어의 몸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신안 증도 갯벌도립공원◆"갯벌은 삶의 터전… 복받았죠""새로 낚싯대를 사서 한번 해보니까 역시 좋아요. 하루하루 잡는 양이 달라지더라고요. 거기에 요령까지 더해지니 하루에 500마리 이상은 거뜬하게 잡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짱뚱어에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그냥 갯벌에는 시글시글 흔하니까…."신안 증도 장고리의 이남창(85)씨는 짱뚱어 낚시의 산증인이다. 청년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증도에서 짱뚱어를 낚아 가정을 이끌었다.짱뚱어가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끌 때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신안의 식당마다 '짱뚱어'를 메뉴로 내걸었고, 물건을 대달라는 업주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이 씨가 사는 장고리에서만 5~6명이 함께 낚싯대를 던졌을 뿐, 많은 주민이 짱뚱어잡이에 나선 것도 아니었다.자신이 잡은 짱뚱어를 찾는 발길이 줄기 시작한 것은 수입산 짱뚱어가 들어오면서부터다. 평소 물건을 대달라고 사정하던 업주가 어느 순간 돌변해 "이제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일이 있었다.하지만 이 씨는 개의치 않았다. 수입산 짱뚱어는 자신이 직접 잡은 것과 비교해 그 맛이 월등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입산 짱뚱어탕을 팔던 가게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면서 폐업 위기까지 닥쳤고, 다시 이 씨를 찾아와 짱뚱어를 달라고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이 씨는 업주의 행태가 괘씸했지만, "다시는 거래를 끊겠다는 말하지 않겠다"며 읍소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짱뚱어를 공급했다.짱뚱어는 봄에 보이기 시작하지만 낚시는 여름과 가을에 주로 이뤄진다. 짱뚱어가 살이 쪄서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이기도 하다.신안 증도 짱뚱어가 유명해지면서 이를 겨냥한 외지인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웃 섬은 물론 무안이나 여수 등지에서도 짱뚱어를 잡기 위해 찾아오곤 했다. 이 씨는 "이 지역 것은 곧 내 것인데 왜 너희가 와서 잡느냐"며 쫓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안타까운 점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짱뚱어의 수가 주는 데다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씨는 신안 증도의 갯벌이 곧 삶의 터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우리로서는 복받은 것이지요. 누구는 짱뚱어를 잡고, 누구는 낙지를 잡으며 힘든 시절 견디고 생계를 유지했으니까요. 농사를 함께 짓기도 했지만 수입은 비교가 안 됐어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좋은 갯벌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요."갯벌박물관을 찾으면 갯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어로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숭어에 농게·칠게·짱뚱어·갯강구까지…갯벌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의 모래나 펄로 된 넓고 평평한 땅이 밀물 때는 바다가 됐다가 썰물 때 드러난 곳이다. 육상과 해양이라는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두 세계의 완충작용뿐만 아니라 연안 생태계의 모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갯벌은 자연이 만든 천혜의 생명 보고(寶庫)다. 숭어와 농게, 칠게, 짱뚱어, 망둥어는 물론이고 총알고둥, 갯강구, 댕가리, 칠면초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여기에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희귀 조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 된다.바지락과 낙지, 꽃게, 굴, 백합 등 수집 종에 이르는 갯벌 속 청정자원은 갯벌에 터를 잡고 살아온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미래 자원이다.신안 갯벌은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갯벌이다. 국내 전체 면적(2천482의㎢) 중 전남이 42.5%를 보유했는데, 신안에서만 14%(3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신안 갯벌은 대형 저서동물(底棲動物·산호나 성게, 조개, 새우 등 호수나 강, 바다의 바닥에 깔린 바위나 모래에 사는 동물)이 100종 이상 서식하는 곳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5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2010년 1월 국토해양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됐고, 2011년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17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 · "달거리 공연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길"
- 1[단독] 광주서 빗길에 '포르쉐' 인도로 돌진..
- 2광주시 유관기관·기초의원 평균 12억···250억대 재력가도[재..
- 3광주 중앙공원 1지구, 공공기여금 1371억원·분양가 2401만..
- 4"선호 크기 평균 34.6평···드레스룸·시스템 에어컨 있었으면..
- 5금값 또 역대 최고···한 돈 40만원 돌파..
- 6[무슐랭] 화순 벚꽃 명소 맛집, '불타는 용궁짬뽕..
- 7광주 '힐스테이트 중외공원' 선착순 동·호지정 분양..
- 8"대한민국 연예인 다 왔네"···혜은이 딸 결혼식, 어땠길래..
- 9"쌍촌동 아파트 분양권 있어" 수억 가로챈 50대 영장..
- 10봄바람 타고 유달산 갈까···'달빛더비' 열기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