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연 '위키드' 자부심..."코로나 이후 한국서 첫 공연"
입력 2021.02.23. 18:22 댓글 0개오는 5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위키드'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층층이 겹쳐 있어요. 덕분에 이번에도 새로운 메시지와 다른 역할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죠."(옥주현)
코로나19 속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는 화려한 무대와 귀에 감기는 노래가 주무기다. 하지만 '회전문 관객'을 비롯 마니아를 양산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깊기 때문이다.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를 연기하는 옥주현은 23일 오후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공동 인터뷰에서 작품에 담긴 철학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말하는 염소인 '딜라몬드 교수'가 그 예다. 옥주현은 "'말하는 동물'이 표면적으로는 동화 같죠. 그런데 이 역할 안에는 많은 철학이 들어있어요.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옳음과 진실, 선을 알려주는 존재가 세상에 드문데, 그런 존재가 딜라몬드 교수죠. 그들이 말을 잃어가고, 몰살되는 과정엔 많은 생각할 거리가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엘파바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런 딜라몬드 교수를 돕는다. 옥주현은 "엘파바가 선택한 선택과 책임이 더 깊어졌다"며 공감했다.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은 5년 만이지만, 옥주현은 2013년 라이선스 초연 이후 약 7년 만에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한다.
위키드'는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것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는데,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는 여전히 시대와 맞물린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가 주인공이다.
나쁜 마녀로 알려진 초록 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였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됐으며 어떻게 해서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낯선 내용으로 국내 정서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의 우정과 마녀사냥 등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난 2013년 첫 내한공연에서 이 같은 걱정을 말끔히 씻었다.
무엇보다 '위키드'가 좋은 작품인 이유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시대와 조우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피부가 튀는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엘파바를 배척하고 따돌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소수자·이방인에 대해 여전히 낯선 시선을 보내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실제로는 능력이 없음에도 여론전을 통해 인기를 얻고, 사회의 모순을 덮어버리는 마법사의 모습은 국내외 사회 각계각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처음 엘파바 역에 합류한 손승연도 "처음 객석에서 '위키드'를 볼 땐 밝고 귀여운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준비할수록 왜 '위키드'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손승연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엘파바와 많이 닮았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 엘파바처럼 털털했어요. 터프하고 남자 같은 아이였죠. 힙합을 하고, 치마보다 후드티와 바지를 더 자주 입는 친구였죠. 엘파바가 초록 피부로 놀림과 무시를 받는데, 저도 꿈을 위해 준비할 때 외모로 인해 많은 벽에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엠넷 '보이스 오브 코리아' 최연소 우승자인 손승연은 외모보다 가창력으로 더 주목 받는 가수다. 하지만 그 가창력을 인정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경험이 엘파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손승연은 "외모라는 벽에 부딪힐 때,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정의로 가득차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갔습니다. 그런 구석이 엘파바와 닮았다"고 전했다.
'위키드'는 여성 연대도 눈길을 끈다. 외모, 자라온 환경, 성격 모두가 다른 엘파바와 글린다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손승연이 엘파바를 닮았다면, 역시 이번에 처음 합류한 나하나는 자신이 맡은 글린다와 많이 비슷하다. 나하나, 글린다 모두 사랑스런 캐릭터다. 스스로를 '뮤지컬 덕후'로 자처한 나하나는 "관객석에서 아름답게 봤던 작품 속에 들어온 제 자신이 신기하다"고 싱글벙글이다.
"'위키드'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아요. 승연이랑은 같은 또래라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커요. 승연이가 주는 통통 튀는 옹골찬 에너지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위키드'는 코로나19 시대에 흥행으로 공연계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옥주현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처음 시작된 '위키드' 공연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관객들이 하얀 마스크를 낀 채 크게 반응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고 배우들은 털어놓았다. 객석 띄어앉기로 좌석이 비워 있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위키드' 라이선스 초연·재연에 모두 출연하며 타고난 글린다로 평을 받는 정선아는 이 역의 코미디 장면에 객석 반응이 없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차차 관객의 '내적 열광'을 느끼게 됐다.
정선아는 "이번 첫 공연 때 (매번 많은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글린다의) '파퓰러' 신에서 낯선 느낌이 드는 거예요. 객석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하다보니, 관객분들이 보이더라고요. 환호 대신, 손바닥이 부셔져라 박수를 치시는 걸 보고 감사했다"고 감격했다.
옥주현은 "코로나19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비롯해 어려운 과정을 겪고 오시는 관객들이라 더 소중함을 느끼고 그런 격려가 더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진태화와 서경수가 바람둥이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피에로를 나눠 맡는다. 남경주와 이상준이 '위키드'의 세계를 이끄는 마법사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오는 5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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