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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승리호'까지 넷플릭스행?···극장가, 위기감 고조

입력 2020.10.17. 06:00 댓글 0개
'콜', '낙원의 밤', '차인표' 등도 넷플릭스 공개 고려
"영화산업계, OTT 업체와 적극적 협의 도모 필요"
[서울=뉴시스] 8월18일 열린 영화 '승리호' 온라인 제작발표회. (사진=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온라인 개봉을 추진하는 신작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는 특단의 자구책에 돌입하고 있지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영화계에 따르면 200억 대작 '승리호'를 비롯해 '콜', '낙원의 밤', '차인표' 등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행을 고려 중이다.

투자배급사와 넷플릭스 양측 모두 "논의가 진행 중일 뿐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업계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중형급 영화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해당 작품 모두 세간의 관심을 받은 기대작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낙원의 밤'은 신세계,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지난달 열린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한국 장편 영화 중 유일하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콜'은 박신혜와 전종서 두 배우가 주연한 스릴러물로 주목받았다.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가 그 자신을 연기하는 코미디영화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여기에 대작도 가세했다. 240억원대 제작비가 든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초 우주 SF영화다.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을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했다.여름 시장과 추석 대목을 차례로 노렸다가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사냥의 시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시장의 변화는 상반기 이미 감지됐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최초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 직행했다. OTT 측에서 115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보전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OTT와 계약하는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통상 2~4주 정도의 극장 유예기간(홀드백)을 둔 뒤 OTT·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 공개됐다. 그리고 극장 수익을 영화 제작사·투자배급사 등이 함께 나눠 가졌다. 흥행 성적에 따라 더 받고 덜 받는 구조인 셈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산업은 흥행 성적에 따라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코로나19로 관객이 급감한 상황이어서 흥행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 공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시장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보전하고 영화사에 일종의 판권을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화사와 넷플릭스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계약이 성사된다"고 했다.

극장가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영업시간 단축, 일부 영화관 영업 중단은 물론 희망퇴직까지 실시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산업 불황이 더욱 심화하고 있어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최저점을 찍은 총관객수 및 매출액은 5월에서 8월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뤘으나, 9월에 다시 전월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를 위해 특수관 등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감형 상영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특별 기획, 타 문화콘텐츠와의 연계 등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CGV는 월간 오페라, 월간 뮤지컬에 이어 월간 클래식을 론칭했고 롯데시네마는 얼터너티브 콘텐츠로 '미스터트롯 더 무비'를 이달 단독으로 선보인다. 메가박스는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구축, 세계적인 음악 축제를 상영 중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정부가 서울·경기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1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발열체크가 진행되고 있다. 2020.08.17. yesphoto@newsis.com

코로나19 사태로 불붙은 이러한 움직임을 계기로 영화산업계가 OTT 업체와 적극적 협의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영화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넷플릭스가 성장하면 극장은 죽는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코로나19로 분명한 변화는 생기겠지만 한국영화의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OTT가 이를 감당할 수는 없다. 여전히 대세는 극장 개봉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으로 볼 때 OTT의 성장은 영화 소비자층의 확대에 도움이 되고, 제작사에도 선택지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응하며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하는 법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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