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5월 시동인, 80년 5월을 말하다

입력 2020.07.30. 16:30 수정 2020.08.02. 14:47 댓글 0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5월 시판화전'
5-25일 광주 5·18 민주운동기록관
시 46편·판화 46점 손글씨 작품 전시
주홍 작 '찔레꽃'

1980년 5월은 시인들에게도 고통과 충격의 시간이었다. 폭력은 시인들에게도 깊은 생채기를 남겼고 그것은 평생의 아픔과 상처로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5월시동인'은 80년 5월 광주에서 행해진 잔혹한 학살과 처절한 항쟁을 겪으며 결집된 동인이다. 시인들은 보도가 통제된 상황에서 5·18의 진실을 알리는 데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동인을 결성했다.

이들은 81년 7월 제1집 '이땅에 태어나서'를 시작으로 이후 85년까지 제2집 '그 산 그 하늘이 그립거든', 제3집 '땅들아 하늘아 많은 사람아', 제4집 '다시는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제5집 '5월'을 연속 간행했다.

이어 1994년 제6집 '그리움이 끝나면 다시 길 떠날수 있을까'와 올해 동인들의 신작시를 모아 '깨끗한 새벽'을 각각 출간했다.

이처럼 80-90년대 '5월시동인'의 활동은 시문학을 통한 5·18 진실 알리기라는 측면에서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월시동인과 광주·전남작가회의 오월문예연구소가 오는 5-25일까지 '5월시 판화전'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홍성담 작 '서석대'

이번 전시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인해 3개월 가량 늦춰 열리게 됐다.

전시 주제는 '마침내 하나로 끌어안는 흙 가슴이 되어'이다. 이는 제7집에 실린 김진경의 시 '두근두근'에서 차용했다. 악화 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떠올릴 때 이 시가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은데다 시구가 암시하는 의미가 이번 전시의 취지와 잘 부합된다는 데서 비롯됐다.

전시회에는 강형철·고광헌·곽재구·김진경·나종영·나해철·박몽구·고(故) 박주관·윤재철·이영진·최두석 등 5월시동인 11명의 시 22편과 초대시인(김준태·김경윤·박관서·박두규·송광룡·이승철·임동확·조성국·조진태 등) 24명의 시 24편 등 모두 46편이 선보인다.

여기에 화가들의 판화작품도 전시된다. 고근호·김경주·김봉준·김희련·류연복·박진화·조진호·주홍·홍선웅·홍성담·홍성민 등 모두 19명의 작품 46점이 출품됐다.

이번 5월시 판화전은 당초 80년대 5월시동인들이 화가들과 교류하며 인연을 맺은 것이 단초가 됐다.

시인들과 화가들은 한데 모여 나름의 언어로 예술 작품 속에서 민중성과 현실성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탐색했고 1983년 여름 광주아카데미 미술관에서 연 '5월시 시판화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그해 9월 판화시집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으라'를 출간했으며 1986년 교육민주화운동 시발점이 된 '민중교육'지 발간으로 투옥된 김진경, 윤재철 뜻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판화시집 '빼앗길 수 없는 노래'를 펴냈다.

전시장에서는 고광헌 시인의 '노래'와 김경주 화가의 동명 작품 '노래', 나해철 시인의 '찔레꽃'과 주홍 화가의 동명 작품 '찔레꽃', 윤재철 시인의 '겨울 능소화'와 이동환 화가의 동명 작품 '겨울 능소화' 등 시의 제목과 동일한 판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세종 손글씨연구소 김성장 소장을 비롯해 18명 회원들의 이색적인 손글씨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송광룡 시인은 "5월 민중항쟁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중단됐던 동인들의 모습을 정리해 보여준다는 취지로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그동안 축적된 동인들의 역량을 모아 80년 5월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광주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작가회의가 후원하며 전시 오픈식 및 5월시동인 시선집 출판기념회는 오는 8일 오후 전시 장소에서 열린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의 105명 시인들이 참여하는 기념 시선집 '광주, 뜨거운 부활의 도시'가 출간됐다.

이번 시선집은 김창규, 김태수, 나종영, 박몽구 시인이 엮었다.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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