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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잇따라 정부 비판···교회는 왜 화가났나?

입력 2020.03.26. 17:01 댓글 1개
"예배 중지 행정명령은 위법 종교 탄압' 주장
정세균 총리 "시설 폐쇄·구상권 청구" 발언 큰 계기
정부·지자체, 교회 노력 외면한다는 아쉬움도 있어
교회 관계자들 "반발보다 사회의 공공성 지켜야" 지적
정 총리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조치 아니다" 해명
[안동=뉴시스] 지난 22일 포항의 한 대형교회 예배 광경. (사진=경북도 제공) 2022.03.23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개신교계가 지난 24일부터 잇따라 성명을 내며 정부와 지자체를 고강도 비판하고 나섰다.한기총등 개신교계는 '교회 예배중지 행정명령은 위법이며 종교 탄압'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 확산 사태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내달 5일까지 외출 자제와 종교시설 및 실내 체육시설, 콜라텍과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PC방, 노래연습장, 학원 등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교총은 25일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실제 감염위험이 있는 여타의 시설에 대하여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마치 정통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하여 선한 기독교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정치 행위에 집착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몇몇 교회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초래하여 교인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해치며,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방역 당국과 국민 앞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며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하는 성명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지난 19일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와 공동성명서를 내며 "7대 예방 수칙을 지키지 않은 교회에 내려진 행정조치와 관련해서는 명령보다 대화를 우선시 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교회의 노력"을 함께 강조했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사이 한교총은 "우리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봉쇄 없이 '자발적 참여'와 '불편 감내'라는 민주적 방식에서 벗어나, 강요와 처벌을 앞세운 독재적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극히 우려한다"며 정부의 통제에 날을 세웠다. "지난 22일 주일에는 몇몇 지역에서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예고 없이 교회를 방문하여,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예배자들을 감시하고 방해했다. 이는 역사상 유래 없는 교회에 대한 불신과 폭력행위"라고 정의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는 26일 오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대응지침을 발표했다. 2020.02.26 nam_jh@newsis.com

개신교계 양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김태영 목사도 24일 산하 교회와 신자들에게 보내는 목회서신을 통해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김 목사는 한교총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더 이상 공권력과 행정적인 권한으로 교회를 욕보이지 말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예배와 관련 "기독교인에게 예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정치인에게 정치를 그만두라는 것과 경제인에게 경제활동을 그만두라는 것은 그의 사회적인 존재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화 예술인에게 예술 작업을 중단하게 하고, 언론인에게 공권력을 동원해서 언론을 통제하고 간섭하는데 '예' 하고 따를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연히 반발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며 정부의 방침에 협조하던 개신교계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결정적 계기로 지적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26. dadazon@newsis.com

성명들에 따르면, 교계는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이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의 온상처럼 발언하는 것이 문제라는 분위기다.

결정적으로 21일 있었던 정세균 총리의 담화가 교계가 분노하는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 대해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정 총리는 집단시설을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행정명령에도 따르지 않는 경우 시설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관련 교계 관계자들은 정치가 종교의 영역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모양새에 교계의 위신에 흠집이 간 데 따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신교계를 이단으로 분류되는 신천지와 동일선상에서 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A 목사는 "문 대통령이 경기도하고 서울시장이 행정명령 내린다고 할 때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세균 총리의 담화도 나왔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하려고 하면 이는 종교탄압이다. 법으로 강제하려는 순간 헌법 위헌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안 해도 되는 말들을 신천지 다루듯이 해서 교계(에서 발끈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계 관계자 B씨는 "종교랑 정치 권력이 서로 분야에서는 속된 말로 '내가 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 권력 밑에 (교회가) 굴복하는 모양새가 자존심이 상하는 듯 한다. 명령을 받는데 기분이 상한 것 같다"고 전했다.

C 목사는 "신천지를 일반 교회를 동일시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쪽은 종교 단체라고 할 수 없는 이단 단체인데 교회가 자꾸 도매급으로 취급 당하니 한교총 같은데서 정부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고 짚었다.

◇개신교계 노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의 표출일 수도

[전주=뉴시스] 10일 전북도청 접견실에서 송하진 도지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노회 이준철 장로, 김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극복을 위해 성금 1,500만원을 기탁 행사를 가지고 있다. 2020.03.10 photo@newsis.com

관계자들은 목회자들이 '화가 난' 또 다른 이유로 교계가 정부 방침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은 데 따른 아쉬움이 표현이라고 했다.

B씨는 "교회가 자체적인 방역을 해오지 않은 게 아닌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어 보이고 비판(이 부각되는 것 같다) 사랑제일교회가 부각되며 일반적인 교회로 비쳐지는 게 화가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C 목사는 "저희 교회도 용인 시청에서 왔다 갔다. 일반 교회들은 큰 문제가 없다고 표현하더라. 공무원들이 교회 정도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더라. 할당할 교회들이 교회이름이 있는 걸 봤는데 내가 봤을 때는 예방준칙을 어긴 교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로 응집할 수 없는 개신교계의 생태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교계 연합기관과 교단들은 개별 교회에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중앙집권적 조직이 있는 불교,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에는 개별 교회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계의 노력이 있을지라도 모여서 하는 예배 중단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여러번 강조하기도 했다.

C 목사는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인데, 교계가 맨처음에 한기총으로 하나 되자고 했다가 어그러졌다. 이후 한교총, 한교연이 생기고 이러다 보니 교회가 한 목소리를 못 내는 데 아쉬움이 있다. (대표하는 하나의 기관이 없다 보니) 정부에서도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할지 혼동될 것"이라고 했다.

◇ 결론은? "교회가 공공성 회복에 더욱 힘써야"

반면 공동성명에 대해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계가 처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공공성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A 목사는 "클럽이나 PC방은 놔두고 왜 교회만 그러냐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말도 한다. 교회가 클럽이나 PC방과 같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교회는 스스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교연이 25일 전국의 나이트클럽, 술집 등 유흥시설이 매일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장소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 데 따른 것이다.

B씨는 일부 성명이 교회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지자체의 행정 조치에 대해 군사 정권 시절을 거론하며 '종교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탄압이라고 말하면서 군사 정권 얘기하는데, 군사 정권은 설교 내용을 감시하고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내용이 있으면 목사님들을 구금하고 수사하고 그랬다. 근데 지금 상황은 종교적인 메시지 자체에 대해 (정부가) 뭘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조치를) 하시는 거니까, 그것과 동일시에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교회가 정부나 지자체에 강력하게 반발하기보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 힘쓰겠다"고 사회에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 목사는 "교회는 사회의 공공성을 지켜가며, 개신교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된다. 종교가 갖고 있는 공공성을 자발적으로 지켜 나가겠다고 좀 더 믿어 달라고 어필해야 한다. 사회에 신뢰를 호소하는 게 강경한 방법보다는 비종교인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C 목사는 "교회는 대중 사이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예배드려야 한다는 것보다 국민 보건에도 힘쓰면서 공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정부에서 공무원들이 나와 예배 때 들어오신다. 예배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방역 체계를 점검하시는 입장으로 오시는 거니, 교회가 좀 유연하게 그분들을 받아들이고 교회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챙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서 더 안전한 예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뉴시스]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한 글(사진=SNS 캡처)2020.03.26 photo@newsis.com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발표한 담화와 관련해 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해명했다. 정 총리는 교계의 비판에 대해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많은 종교인들께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로나 극복에 동참해주시고, 몸소 솔선을 보여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어제 한국교회총연합회에서 내신 성명서에서도 그러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행정조치로 오해와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이는 결코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조치가 아님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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