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새책] 어디서 어디까지···'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 인가요?'

입력 2020.02.19. 15:02 수정 2020.02.20. 10:20 댓글 0개
문강분 지음/ 가디언/ 1만5천원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 인가요?

이제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적 사회문제가 됐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직장 내에서 사용자나 근로자가 업무상 우월적 지위 또는 관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약화시키는 괴롭힘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 포함된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질병 발생 시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은 2018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해 7월16일부터 시행 중이다.

시행 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평소 행동과 발언을 조심하는 기류가 흘렀다. 반대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이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닌지 알아보는 부류도 생겨났다.

법에서 정하는 정확한 수준을 잘 모르다보니 일단 조심하고 보자는 주의와 괴롭힘인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였다.그렇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개념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일찍부터 정립됐다. 북유럽에서 1980년대에 처음 논의가 시작됐고 1990년대 제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2018년 말 IT 기업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사례 등으로 불거졌다. 이 사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이슈화에 도움이 됐을 뿐이다. 시초는 2016년 5월23일 처음 열린 '직장 괴롭힘' 포럼이다.

이 포럼을 시작한 게 직장 내 괴롭힘 분야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노무법인 대표다. 문 대표가 진행한 십여 차례의 포럼 성과물은 지금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는 법제화 과정에 반영됐고 직장 내 괴롭힘 매뉴얼 연구 과제의 내용은 사실상 정부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문 대표가 쓴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는 제목 그대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법에 대한 설명 등 개념은 물론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각색한 사례를 통해 해결 방법까지 제시한다.

퇴근 안 시키는 워커홀릭 상사 밑에서 하루 15시간씩 1년을 근무한 신입사원, 비리 제보에 집단 왕따를 당한 사연, '불륜설'이라는 근거 없는 뜬소문에 승진에서 밀려버린 여성 차장 등의 '악' 소리 날 정도로 질릴만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사례에서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파악하고 해결책도 조직적 차원에서의 해결법과 피해자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결법을 나누어 알려준다.

각 사례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없는 조직이 되기 위한 요건'이나 '상황에 따른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몇 가지',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파악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 등의 참고 자료도 포함됐다.

문 대표는"'너'에게 지키라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갑'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당장 오늘부터 타인에 대해 무례한 태도를 버리고 신뢰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바꾸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 인가요?'는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하급자 뿐 아니라 상급자도, 근로자 뿐 아니라 경영진도 살펴봐야할 필독서로 여겨진다.

밥벌이를 위해, 자아 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는 우리 사회 직장인들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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