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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아나운서, "저 지금 노브라에요" 생방송 소감

입력 2020.02.16. 09:49 댓글 2개
【서울=뉴시스】 임현주 MBC 아나운서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MBC 아나운서 임현주가 '노 브래지어 챌린지' 관련 악플에 소신을 드러냈다.

임현주는 16일 인스타그램에 "'브래지어를 안 한다고 누가 뭐라고 했니, 그냥 조용히 혼자 안 하면 되지 왜 했네 안 했네 이야기 하는지, 관종이네'하는 댓글들을 보며. 노브라 챌린지로 참여한 방송에서 한정된 시간으로 온전히 전하지 못한 후기를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했다. 노브라가 선택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고, 방송을 통해 경험한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은 내 직업으로서도 의미있고 할수 있는 역할"이라고 적었다.

"방송에서도 노브라가 '좋네 아니네'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다만 '브래지어를 꼭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실험해 보는 것이었다. 브래지어를 경험해 보지 않은 남성들은 고충을 이해하고, 여러 망설여지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건 브래지어를 하고 생활하던 여성들은 온전히 해방돼 보는 것. 아무렇지 않다가 노브라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어색해지는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터부시되는 주제는 아니었을까?"⠀

임현주는 "노브라데이를 통해 느낀 것은 '브래지어를 원하지 않을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다만 아직까지는 용기가 필요하구나.'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론"이라면서도 "선택될 수 있다는 것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변화였다. 불편하다면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 용기가 필요했던 누군가에겐 서로의 계기가 돼 주고, 발맞추어 노브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선택을 존중한다는 인식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우리의 20세기'에서 애비는 여럿이 저녁을 먹는 테이블에서 생리 때문에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며 "생리하는 건 알겠는데 그런 말을 여기에서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자, 애비는 생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다 같이 외쳐 보자고 말한다. '그냥 생리라고 말해, 별거 아니야'"라고 덧붙였다.

임현주는 13일 첫 방송된 MBC 시사교양물 '시리즈M'에서 '노 브래지어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 일환으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MBC TV '생방송 오늘 아침'을 진행한 후 브런치에 장문의 소감을 남겼다.

"노브라를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목격했다. '문란하다, 자극적이다, 자기 생각만 한다, 예의가 없다, 꼴보기 싫다...' 내가 노브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여자 출연자들이 더 반가워 했다. 상상해 보지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는 것에 놀라움과 대리만족이 섞여 있었다"며 "코디팀이 짙은 색 의상을 준비해 줘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나도 편안함을 느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에 임할 수 있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항의글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방송 해도 되겠는데?' 신선한 경험이자 발견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임현주는 "만약 내가 지금 노브라를 하고 방송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알았다면, 어느 시청자들은 방송하는 내내 나의 가슴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현장에서도 몇몇 스태프들에게 "저 지금 노브라예요"라고 말하면 갑자기 표정이 어색해지며 시선을 멀리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며 "스스로 자유로워지니 남의 시선도 신경쓰이지 않게 되는 것을 느꼈다. 스튜디오 여자 대표님과 남자 작가님이 한 공간에 있었지만 나는 노브라를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좀 보이면 어때'"라고 강조했다.

"노브라 촬영을 진행하며 남자 제작진들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스튜디오 촬영 날 브래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배치하는 장면을 보며 웃음이 났다. '원래 이렇게 자연스러웠어요?' '아뇨. 브래지어를 하도 이야기하고, 알고 나니 이제 아무렇지 않게 느껴져요.' 남자 PD는 이전에 브래지어에 와이어가 있다는 사실도, 그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해가 이해를 낳았다"며 "혹여 노브라 기사에 성희롱적인 댓글을 다는 남자들이 있다면, 어느 더운 여름날, 꼭 하루는 브래지어를 차고 생활해 보길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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