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청

싼 가격에 '득템' 만 원의 행복 누리는 방법은?

입력 2020.02.14. 16:09 댓글 0개
기획연재 나두야 간다①
'구제패밀리' 사장님은 스팀다리미로 옷을 다려 진열한다. 새 옷인 줄 알고 사갔다가 반품하러 온 해프닝도 있었다고.

단돈 만 원을 들고 거리를 나섰다. 목적지는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전통시장 근처 단골 구제 가게. 흥정에 성공해 3천 원으로 베이지색 털목도리를 샀다. 점심은 팥죽 4천 원, 후식은 아메리카노 커피 3천 원! 필자의 흔한 일상이다. 

구제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은 백화점에서 느낀 ‘시간도둑’과는 다르다. 설령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헤매는 공간 자체에서 누비는 재미가 있다. 옷을 사면, 전 주인의 사연이 궁금해진다. 새 주인이 됐으니 더 아껴주고 싶다. 

김연란 사장님이 추천한 검정색 모직모자(1만 원).

송정동 우체국 인근에 위치한 ‘구제 패밀리’. 이곳은 구제 마 니아들의 사랑방 같다. 사든 안 사든 눈치 주는 법이 없다. 손님들은 난로 위 올려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저마다 옷 품평회를 한다. 

구제 패밀리 김연란(62) 사장은 20여 년간 택시 운전을 하다, 오랜 꿈이었던 구제 옷 가게를 차렸단다. 가방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오픈 8개월 차, 몸은 힘들어도 즐겁다. 

“일주일에 평균 서너번 새벽부터 집하장에 가서 옷을 해와요. 죽은 옷도 되살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해요.” 사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부’다. “브랜드 종류가 정말 많잖아요. 제가 더 알아야 좋은 옷을 가져올 수 있죠. 원단 공부도 많이 하고요. 구제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마트 들락거리듯 와서 구경하고 가시거든요(웃음).” ‘보이지 않는 노동’도 필요하다. 

‘빈티지’ 사장님의 추천 코트(5만 원).

상호 ‘빈티지’의 사장 인소체 아타(31) 씨는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운동화를 닦고 있다. 아무리 구제라도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서란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인소체아타 씨는 같은 일을 하는 시어머니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7살 난 첫째 딸아이가 구제 옷을 좋아해요. ‘뽀로로’와 겨울왕국 ‘엘사’옷을 구해서 갖다주면 정말 신나하죠.” 

‘백만장자’ 사장님의 추천 명함집(2만 원).

이권수(50) 사장님의 ‘백만장자’가게는 다른 곳과 다르게 유리잔, 부엉이 조각상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 사장님의 장사 비법이란다. “지저분하다 싶으면 무조건 집에서 세탁을 해와요. 손님들이 기분 좋게 사 갈 때마다 뿌듯합니다.”

시장 안쪽으로 제일 큰 구제가게, ‘구제의류 천국’집도 빼먹으면 섭섭하다. 겨울 목도리 2개와 방석을 싼값에 산 적이 있다. 박옥희(54) 사장님의 목표는 구제 백화점을 만드는 것. 40여 평이 조금 안 되는 가게 내부에는 커튼부터 이불, 액세서리, 인형까지 없는 것이 없다.

'구제의류 천국’ 내부 모습.

이번 겨울은 버선과 양말이 잘 나갔 다고. 더 이상 헌 옷 입는 게 흉이 아닌 시대가 됐다. 구제 패션은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리며 ‘착한 패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구제가 궁금하다고? 애써 서울 동묘시장까지 갈 필요가 없다. 광산구 송정동 전통시장으로도 충분하니까. 글·사진 이소영. 광산구 도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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