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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기록물 23권,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

입력 2020.01.19. 10:47 댓글 0개
고려인연구가 김병학씨 지난해 4월 전시회 계기 등재작업 착수
소설·희곡 등 국가기록물 13호로 확정… 5·18 다룬 희곡 작품도
고려인기록물 가치 국가차원 첫 인정, 고려인 자긍심 고취 기대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보관중인 고려인 관련 기록물 23권이 국가지정기록물(제13호)로 첫 등재됐다고 고려인마을 측이 19일 밝혔다. 고려인 육필 원고기록물 중 극작가 김해운의 '장화 홍련' 표지. (사진=고려인연구가 김병학씨 제공) 2020.01.19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보관중인 고려인 관련 여러 기록물이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됐다.

19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에 전시될 각종 기록물이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등재돼 영구 보존되게 됐다.

등재된 국가기록물은 고려인 유명 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모두 23권이다.

기록물 소장자인 고려인연구가 김병학씨는 지난해 4월 광주 고려인마을 주최로 광주시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기념 고려인역사유물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국가기록원 관계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등재작업에 착수, 기록원 자체심사와 외부전문가 심사를 거쳐 지난해말 최종적으로 등재를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고려인기록물은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제1호), 이승만대통령 기록물(제3호), 조선말 큰사전 편찬원고(제4호), 도산 안창호 관련 미주 국민회 기록물(제5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제12호) 등에 이어 제13호 국가기록물이 됐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정부 차원에서 고려인기록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한 첫 사례로 올해 문을 여는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의 위상을 한껏 드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국내 고려인들에게는 직계 조상들이 남긴 문화적 성취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광주고려인마을에도 시너지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등재된 고려인 육필원고기록물은 고려극장 1세대 극작가 김해운의 희곡 8편, 2세대 극작가 한진의 희곡 8편과 소설 1편, 고려인 1세대 산문 작가 김기철의 소설 2편, 가요필사본 2편으로 고려인 모국어 문학작품이 대부분이다.

극작가 김해운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와 1939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설립된 고려극장(조선극장)의 창단멤버로, 1950년에는 사할린으로 건너가 조선극장을 크게 중흥시킨 인물이다.

그는 1932∼1959년 블라디보스토크, 타쉬켄트, 사할린이라는 각기 다른 장소의 고려극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희곡작품을 남겼다. 그 중에서 '동북선'(1935년)은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고 무엇보다도 격렬한 항일 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9편의 작품을 등재한 극작가 한진은 탁월한 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작가이자 고려극장의 유일한 프로극작가로, 1964∼1993년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활동했다. 그는 미학적으로 세련된 희곡작품을 생산, 고려극장의 전반적 연기 수준을 한 단계 드높인 인물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희곡 '산부처'(1979년)는 옛 소련 문화계의 큰 주목을 받아 두 차례나 모스크바 초청공연이 이뤄졌고, 희곡 '폭발'(1985년)은 소련 고려인이 생산한 모든 장르의 문학작품을 통틀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요 사건으로 다룬 유일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중편소설 '공포'(1989년)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참상을 가장 실감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최초의 고발작이다.

사진기록물로 등재된 고려극장 사진첩 2권은 1932년 고려극장 창단 후 2000년 무렵까지 고려극장이 무대에 올린 각종 연극과 배우들의 활동 상황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260여 장의 풍부한 자료사진으로 구성됐다.

고려극장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설립돼 현재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으로 그 명맥이 어어져 오고 있는 세계 최초의 우리말 전문연극극장이다.

고려인 연구가 김씨는 1992년에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민간한글학교 교사, 대학한국어과 강사, 재소고려인신문 고려일보 기자,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다가 2016년에 귀국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동안 1만 점이 넘는 각종 고려인 유물들을 수집했다.

김씨는 "고려인 관련 유물을 광주고려인마을과 공동소유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보관중인 고려인 관련 기록물 23권이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됐다고 고려인마을이 19일 밝혔다. 사진은 고려인기록물 소장자인 고려인연구가 김병학씨. (사진=김병학씨 제공) 2020.01.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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