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예술에 질문 던진 문제적 무대
입력 2019.12.13. 18:24 수정 2019.12.13. 18:24 댓글 0개한국 최초 홀로코스 음악 논의
사회·개인의 존재 의미 물으며
청중 깊은 사유 무대로 이글어
2% 부족한 홍보는 보완 필요
'말을 거는 희생자들'(최유준 전남대 교수)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1980년 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음악 발굴하는 계기 되길'(이경분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음악을 붙잡았다. 음악에는 가스실이 불가능했고 인간 존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었다"(나치강제수용서 한 생존자의 증언)
지난 11일 저녁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의미 있고 무게있는 공연이 선보였다.
'홀로코스트와 음악-나치 희생자의 음악'.
소극장이라는 무대와 달리 이날 공연은 예술, 예술과 사회, 인간 존엄, 광주, 광주와 예술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깊은 사유의 무대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2차 대전 나치의 아우슈비츠에 수용돼 죽어간 음악인과 그들의 음악을 광주시립교향악단(Gwangju Symphony Ochestra)이 한국사회 최초로 지상으로 끌어올리며 시향의 존재를 알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치시대 망명 음악을 GSO가 우리나라 최초로 무대에 올리며 예술적·인문적 논의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무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음악에 매달린 작곡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청중을 사유의 세계로 안내했다. 이와함께 나치의 수용소 예술이 던지는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가 던지는 함의는 한국사회와 예술, 광주, 광주시향에 근원적 질문을 제기했다.
이경분 교수에 따르면 나치 수용소에는 최대 7개의 수용소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학살과 살인의 공포가 팽배한 수용소. 시체와 살타는 냄새, 검은 연기에 휩싸인 수용소에서 음악이란 무엇이었을까. 죽어가는 이들에겐 전 존재를 건 절실한 근거가 학살자들에겐 잠깐의 위로와 선전이었다. 모든 행사와 이벤트에 음악이 넘쳐나던 나치 독일. 그 너머에서는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장애인, 집시, 유대인, 동성애자 등 나치가 싫어하는 이들을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키거나 가스실에서 처형했다.
GSO 토크 첫 무대로 마련된 이날 공연은 음악평론가인 전남대 최유준 교수의 연출로 망명음악, 나치 음악의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인 이경분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의 대담으로 전개됐다.
이날 무대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OST를 시작으로 파벨 하스의 '현악 오케스트라 연구', 한스 크라사의 '실내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곡', 기데온 클라인의 '현을 위한 파르티타'와 '자장가', 루디게겔의 '수렁의 병사들' 등이 연주됐다.
파벨하스와 한스 크라사, 기데온 크라사 등은 모두 체코에 세워진 강제수용소 테레지엔슈 타트게토 수용소에서 1944년 생을 마감했다. 이날 선보인 음악들은 이들이 죽음을 눈 앞에 둔 1943~44년에 만든 곡들이다.
음악사적 문화사적으로 의미있는 무대를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지 못한 점은 옥의 티로 꼽힌다. 인문적·예술적 깊은 사유 무대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은 물론 학생들에게 큰 문화적 선물임에도 객석은 다 채워지지 못했다. 좋은 무대 못지 않게 무대로 안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겠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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