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얼굴···시대정신 반영하는 '창'

입력 2019.12.06. 16:45 수정 2019.12.06. 16:45 댓글 0개
광주문예회관, 이달말까지
연말 특별기획 '시대의 얼굴'전
박수만 작, 미인도

인물을 주제로 새로운 해석과 회화적 시도를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이달말까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특별기획전으로 '시대의 얼굴'전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김성결, 박수만, 백상옥, 서완호, 설총식, 하승완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현대인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 등을 표현한 회화·조각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미술사의 오랜 전통 속에서 '얼굴'이라는 주제는 당대의 표현기법과 함께 다양하게 발전해온 소재이자, 한 존재를 다루는 개인적인 표현의 영역을 넘어서 시대정신과 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내는 창(窓)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성결 작가는 긴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왜곡된 인물의 모습은 바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소통을 단절한 채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얼굴이다. 우리네 삶에서 어디에서도 섞이지 못하고 속으론 슬프지만, 겉으로는 웃고 있는 광대와 같은 모습, 깊이 숨겨둔 인간 내면의 모습들을 작품에 표출시킨다.

박수만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의 순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 변형과 왜곡된 신체는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파편화되고 구조화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고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장면들은 현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백상옥 작가는 과거의 향수와 추억을 담은 고무신을 조각으로 표현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고무신은 지나간 추억과 기억, 개개인이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완호 작가는 권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사회의 구조에 주목한다. 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한 풍경이지만, 쓸쓸한 사람들의 표정과 뒷모습을 통해 상실과 결핍의 정서를 드러낸다.

설총식 작가는 동물을 의인화한 시리즈 작품을 그린다. 각 나라마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정치적 현실을 풍자한 작품 '6자회담'은 2013년 당시 남북한의 위태로웠던 상황을 견제하고 조정하는 6개국을 동물상으로 빗대어 연출하고 있다.

하승완 작가는 회화적 내러티브를 연결 짓는 구조와 시각적 읽기 행위에 주목하며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가 제공하는 다층적 소재에 독자적인 시선으로 접근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의 의미와 양태를 드러내고, 그 속에 담긴 일상 속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특정 사건을 신화나 역사 속의 형상으로 재구성하여 화면에 담아내거나 그 이면에 있는 익명성, 이중성, 불안, 역설과 모순을 표현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얼굴을 소재로 한 작품을 그려왔다. 어느 시대고 얼굴을 그리지 않은 적은 없다.

그만큼 인간의 얼굴은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적절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구하는 작가들이 생겨난다.

성현출 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6명의 작가들은 사람의 본연의 모습과 내면의 다중적인 모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며 "이번 '시대의 얼굴'전을 통해 얼굴 너머에 얽힌 사연과 다양한 삶을 살펴보고 자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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