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난개발에 갇힌 현대 도시의 운명

입력 2019.11.07. 17:04 수정 2019.11.07. 17:04 댓글 0개
정의로운 도시
마이클 소킨 지음/조순익 옮김/북스힐/2만6천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발을 디딘 이후 뉴욕은 어떻게 변했을까. 뉴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전 세계 스타 건축가들의 화려한 빌딩들로 스카이라인이 번쩍인다. 이렇게 커져가는 도시 속에서 그 발전을 누려야 할 동네와 거리는 점점 분열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는 개발업자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 건물의 입주민들이 1천1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지불해 공중권(air rights)을 사들였다. 이에 개발업자는 기존의 신축계획을 바꿨고, 입주민들은 자신의 집에서 맨해튼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볼 수 있는 조망권을 돈으로 지켜냈다. 부동산을 공기 채굴 산업으로, 성장과 밀도를 동의어라고 한 소킨의 표현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건축학자 마이클 소킨이 쇠락하는 신자유주의 도시에 대한 질문을 건넨 '정의로운 도시'를 내놨다.

그는 책에서 두 명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와 빌 디블라시오의 비인간적인 정권이 뉴욕을 어떻게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로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버렸는지,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켰는지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9·11 테러 이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이었던 그라운드 제로는 개발업자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소킨은 그라운드 제로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해 자신의 감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또 허리케인 샌디 상륙 당시의 자신의 아파트와 공공주택 단지들의 상황을 비교하며 뉴욕의 자연재해와 인재에 대한 대비책의 부재를 신랄하게 공격한다.

소킨이 제기한 문제들은 기실 뉴욕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하다.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 및 에세이를 엮은 책에서는 소킨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도시를 생각하는 건축가로서의 굳건한 소명의식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책에서는 미국의 경우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서울에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는 일은 아파트 매매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모든 시민이 적정 비용의 괜찮은 주택에 사는 건 권리의 문제다. 돈을 주고 조망권을 구입해야 하는 현 상황은 권리를 돈으로 사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듯 부자는 거대하고 쾌적한 집으로, 빈자는 점점 더 자그마한 임대 공간으로 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권리를 빼앗긴 비정상적 상황에 맞서 시민 스스로 주인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비인격적인 도시 개발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힘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인격적 개발은 가속화되고 심화될 것이다. 소킨이 도시와 건축에 대해 왕성한 비평 활동을 한 것도 역시 그런 불공평의 문제에 대처하려는 정의감의 발로에서였다.

저자는 책에서 공정성과 다양성이라는 도시의 비전을 가진 도시철학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평생을 건축가이자 건축비평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를 이해하고 관찰하는 노하우도 소개한다.

건축가가 배워야 할 중요한 것들,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흥미를 제공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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