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언어 달라도···지울 수 없는 고통 겹겹"

입력 2019.11.06. 17:13 수정 2019.11.06. 19:17 댓글 0개
일본군 성노예 사진전 개최
중국·필리핀 등 3국 피해사례 다수
증언 통해 쏟아낸 울분 ‘현재진행형’
일부 피해자 “명예살인 불안 고통도”
광주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은 오는 20일까지 3층 상설전시관에서 일본군 성노예 만행의 증언을 다룬 사진전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 진행된다고 6일 밝혔다. 전시장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는 당시 마을의 개와 말같은 가축이나 다름없었어요." "한 놈이라도 살아있다면 재판을 해서 배상받고 싶어요." "나는 그놈들의 사과와 정의를 원해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울분을 담은 사진전이 광주에서 개최됐다. 사진전은 생존해있거나 혹은 이미 숨진 피해자들의 현재 모습들과 증언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6일 무등일보 기자가 찾은 광주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이곳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만행의 증언을 다룬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전이 열리고 있었다.

광주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은 오는 20일까지 3층 상설전시관에서 일본군 성노예 만행의 증언을 다룬 사진전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 진행된다고 6일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제3국 등의 피해자들의 현재 모습이 벽면에 걸려있다.

사진전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일본 식민지배를 받았던 제3세계 속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에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기존 조선과 대만, 중국 등 식민지에서 차출한 성노예가 부족하자 점령지의 여성들에게도 손을 뻗쳤다. 한국을 비롯해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필리핀부터 중국 오지 등 각 국가에서 렌즈에 담긴 피해자들은 약 140여명에 이른다.

악에 받친 모습으로 열변을 토하는 박우득(1919~2007) 할머니의 모습, 설움에 북받친 듯 당시를 증언하는 김의경(1918~2009) 할머니의 모습 등 피해자들은 대부분 80~90대의 고령이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다.

특히 이번 사진전은 전쟁 후 피해자들이 자국내 사회분위기에서 받아온 멸시 등을 조명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2차 피해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제3세계 속 일부 종교를 믿는 지역 피해자들의 경우 가문의 수치, 다른 남성과 몸을 섞었다는 등의 이유로 명예살인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광주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은 오는 20일까지 3층 상설전시관에서 일본군 성노예 만행의 증언을 다룬 사진전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이 진행된다고 6일 밝혔다. 전쟁 도중 같은 위안소에서 만난 김의경(왼쪽)할머니와 이수단 할머니가 함께 걷고있다.

증언 영상 속 인도네시아의 피해자 티자(90) 할머니는 "일본군이 마을로 진출한지 10일째 되는 날에 잡혀갔다. 그 이후로 5개월동안 부대에서 일본군들에게 수없이 강간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이런 사실을 함부러 고백할 수 없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과거만해도 이런 일에 대해 '마을의 수치' 등의 이유를 씌워 명예살인을 가했기 때문이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다. 만약 아버지께서 아셨더라면 난 죽었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중국의 한 피해자는 일본군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탈출에 성공, 고향에 돌아와 아들과 함께 현재까지도 지역사회의 멸시의 눈초리를 받아오고있다.

사진전을 개최한 안세홍 작가는 "피해자들은 병들고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며 "이분들은 더이상 누군가의 기억과 눈물이 아니라 모두의 역사와 인권으로 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전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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