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당신의 기억을 이야기로"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입력 2019.10.09. 16:05 수정 2019.10.09. 16:05 댓글 0개
광주시민 이야기 담는 송재영 작가
차담 나누며 추억 문장으로 써내
대화 통해 치유·응원하는 프로젝트
기록 작업으로 전시 등 다양한 활동
지난 4일 만난 송재영 작가가 '타자기 버스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설가를 꿈꾸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한창 마음적으로 힘들 때 시작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히려 제가 더 치유를 받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저처럼 긍정적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오는 12일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타자기 버스킹’ 시작을 앞두고 있는 송재영 작가(필명 타라재이)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기억보관소 프로젝트는 지난 2015년 대인야시장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찾아온 사람과 차담을 나누며 그들의 기억을 한 문장으로 기록하고 그 기억에서 새로운 문장을 짓는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기억을 한 문장으로 재창작하는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중인 송재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송 작가는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은 불러일으키고 고여 있던 나쁜 기억은 흘려버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고 서로 위로하며 삶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타자기 버스킹은 그동안 기억보관소로 사람이 찾아왔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마련했다”며 “광주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메모리키퍼(Memory Keeper·기억보관자)로서의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현재 그는 13일까지 대안공안 오버랩에서 열리는 전시 ‘Over Here: 기록된 순간’에 참여 중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정리하고 재구성해 예술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그녀는 비전향 장기수로 30년간 옥살이를 하다 지난 9월 별세한 서옥렬씨의 일기장 4천500장과 소장하던 책 등을 이용해 설치작업을 하고, 기억보관소 프로젝트의 또다른 형태인 ‘The Lost and Found Memory(기억보관소)’를 선보인다.

또  9페이지 창작 소설 ‘Sleepless Voice(불면의 목소리)’도 전시한다. 이 소설은  한 페이지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9 페이지를 원하는 순서대로 읽을 수 있다. 그녀가 많났던 수많은 목소리 중 인상깊게 파고 들었던 이야기와 몇 년전 인터뷰한 서옥렬씨의 이야기, 인도네시아 G30S와 관련해 정치수용범을 이미지화한 소설, 자전적 이야기 등이 담겼다. 

한글날인 9일에는 이번 전시 연계프로그램인 ‘기록된 순간 소설이 되다’를 진행했다.

송 작가는 “5년 전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저 글을 쓰고 싶었던 나를 광주 시민들이 기억보관소를 통해 글을 쓰게 해줬다”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광주 시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상호작용하는 작업을 통해 치유와 응원을 전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송 작가가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수다 떤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줬으면’하는 ‘타자기 버스킹’은 12일 오후 3시 양림동 커뮤니티센터 소녀상 앞, 18일 오후 7시 금남공원, 24일 오후 7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구름다리, 31일 오후 3시 광주문화공원 김냇과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타자기 버스킹’은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진행하는 ‘2019문화예술펀딩프로젝트 만세만세 만(萬)만(滿)계’를 통해 진행된다. 특히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이사가 마지막 날 목표금액 중 나머지 금액인 235만원을 기부하며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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