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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용수 감독 "퍼펙트맨, 삶과 죽음을 무겁지 않게 다뤘다"

입력 2019.09.23. 14:14 댓글 0개
용수 감독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퍼펙트맨' 용수 감독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오랜 고민을 품고 있었다. 영화 '퍼펙트맨'은 용수 감독의 이러한 깊은 사유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극중 설경구가 분한 '장수' 캐릭터는 실제 그가 아파서 병상에 누워있던 경험, 실제 요양원에 있던 친척 어른의 캐릭터, 죽음에 대한 오랜 고민으로 탄생한 인물이다. 그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저 역시도 (아픈 이후) 건강 염려증도 생기고 몸도 사리게 됐다. 그래도 죽음을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죽음이라는 게 힘들고 슬픈 거지만 '장수'는 마지막까지 멋있게 간다(죽음을 맞이한다)"고 장수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죽음에 관한 태도를 설명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20대 초반 시절 몸의 오른쪽이 마비됐었다. "옛날에 다쳐서 누워있을 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사고로 오른쪽 마비가 왔었다. 지금도 엄지와 그 옆 발가락이 안 움직인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라는 영화를 보면,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가 서로를 위로하는 정서가 있다. 제가 그런 상황을 겪어보니, 그런 캐릭터를 영화에 녹여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퍼펙트맨'을 구상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고민을 재차 털어놨다. 용 감독은 "죽음이라는 게 계속 머릿 속에 있었다. 키워주셨던 외할머니도 그렇고,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 한마리는 18살에 죽고, 한 마리는 지금 21살인데 약을 달고 산다. 둘 다 유기견이었는데, 21살 짜리의 경우, 의사가 2개월 시한부를 내린지 2년이 지났다. 극중 '장수'도 2개월 시한부를 받는다. 또 내가 병상에 누워있을 당시 친한 친구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죽음에 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도 녹아있다. 영화 '퍼펙트맨'이라는 제목은 일상의 삶에 대한 성찰로부터 비롯됐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퍼펙트한 삶이 아닌가 싶다. 우리 영화에서 퍼펙트한 상황에 놓여있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이 영화는 퍼펙트한 삶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부족함에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격려, 위로다. 극중 '영기'(조진웅)는 '퍼펙트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영기가 스스로 계속해서 이러한 태도를 다짐하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계속 퍼펙트하다고 생각하려는 영기의 자세다."

용수 감독의 사유의 깊이가 깊다고 해서 영화가 무거운 건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 '영기'는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흥이 넘치는 캐릭터다. 영기를 주축으로 한 모든 캐릭터들은 시종일관 극에 활력과 웃음을 불어넣는다.

그는 '퍼펙트맨'에 대해 "거창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캐릭터의 정서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소중함을 알 수도 있을 거고, 단순하게 '범도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코미디 장르로, 드라마 장르로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도 퍽퍽한 세상 아닌가. 너무 무거운 영화보다는 (관객에게) 가볍게 다가가면서도 위로해줄 수 있는 영화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언터처블: 1%의 우정'과의 유사성에 관해서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장애를 가진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돌보는 영화는 많이 존재한다. 우리 영화는 각 캐릭터에 집중한 영화다. 서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읽어나가는 게 중요한 영화다. 과거를 바로 잡아가는 게 중요한 영화다. 이야기의 방향과 인물의 행동 목적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보시면 충분히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야기의 방향 인물의 행동의 이유와 목적이 다르다"라고 용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언터처블'의 그것 간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어 "일반 시사를 많이 했는데, 보신 분들은 그런 얘기를 많이 안한다. 저도 누워있던 경험이 있지 않나. 제가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었다. '장수'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가족 중의 한 분이 요양원에 계셨는데, 어르신인데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데 항상 정장을 입고 계셨다. 그렇게 앉아서 '넥타이 가져와라', '뭐 가져와라' 등 까칠하게 요구하시는 게 많았다"라고 영화의 캐릭터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음을 재차 설명했다.

또한 "그런 영화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그래서 일부러 다른 영화는 보지도 않고 내 얘기만 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배우 김사랑은 이 작품으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용 감독은 김사랑의 캐스팅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TV에도 나왔던 김사랑 친동생이 아는 배우의 매니저였다. 사무실에 놀러왔다가 시나리오를 보더니, '저희 누나 줘도 되냐'라고 묻더라. 당시에 그 매니저 누나가 김사랑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니네 누나가 누군데'라고 물었다. 하하. 근데 역할이 크지도 않은데도, 시나리오를 보시고 이틀인가 만에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사랑 씨가 생각보다 되게 털털하시다. 촬영을 하고 있으면, 뒤에서 진웅 선배한테 필라테스 알려준다고 진웅 선배의 팔을 꺾고 있고 그랬다. 사랑 배우님이 촬영 있는 날에는 스태프들도 모두 좋아했다"고 김사랑을 추어올렸다.

설경구는 극중에서 하반신 마비 역할로 나온다. 용수 감독은 설경구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장수의 의상, 영화의 톤 앤 매너 등의 자료를 엄청 준비해서 미팅을 갔다. 30분 정도 내 앞에서 보시더라. 그러더니 '왜 저를 캐스팅하고 싶어요?'라고 묻더라. 그래서 '잘생겨서요'라고 답했다. 장수라는 캐릭터는 표현의 한계점이 있는 캐릭터 아닌가. 얼굴 미세한 것만으로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설경구 선배님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였다. 다 보시고 '언제부터 준비하면 돼'라고 묻더라"며 배우 설경구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영기'의 조직 보스이자 분양권 사업자 라이거홀딩스의 대표 '범도'를 분한 허준호에 관해서는 캐릭터와 실제가 180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허준호 선배는 '영기'에 대해 (친한) 형으로서의 감정과, 회사의 오너로서의 감정을 절묘하게 왔다갔다 해주시더라. 주름의 음영 자체가 예술인 것 같다. 배우로서 정말 멋진 얼굴을 갖고 계신다. 어떻게 저런 얼굴로 저런 연기를 하시지 싶더라"면서 "실제로는 항상 찬송가를 틀어놓고 계시고, 정말 천사같은 분이다. 종교를 가지시면서 '사람이 이렇게 선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선하시다. 술, 담배도 전혀 안하신다"고 말했다.

영화 '퍼펙트맨'

용수 감독은 앞으로도 '사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도 사람에 관한 영화다. "사람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고 싶다. 편하게 두 시간 동안 기분 좋게 술 한잔 주고 받는 느낌의 영화를 하고 싶다. 차기작 또한 장르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얘기를 쓰고 있다."

사람과 죽음에 대한 용수 감독의 오랜 고민이 깃든 영화 '퍼펙트맨'은 10월 초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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