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조개의 귀족 ‘백합’잡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입력 2019.08.22. 14:13 댓글 2개
신안 자은 둔장어촌체험마을
▲서울에서 온 박준우·준서·준상 삼형제가 큼지막한 조개를 잡아 보이고 있다. 삼형제는 3년 전 추억을 잊지못해 다시 찾았다 

해송 숲이 멋스러운 ‘윈도비치’에 한 가족이 도래도래 앉았다. 시원한 수박을 쪼개 먹으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물이 저만큼 물러나자 바다가 속살을 드러낸다. 광활하다. 해송 숲에서 더위를 피하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저마다 손엔 조그마한 바구니와 갈퀴를 들고 있다. 엄마손을 꼭 쥔 꼬마도 울레줄레 뒤를 쫓는다.

갈퀴로 모래를 헤집자 커다란 백합이 발그레한 모습을 드러낸다. 

“야 조개다. 아빠! 무슨 조개야?”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쏟아진다. 조개잡이는 이내 물놀이로 변한다. 집채만 한 물구덩이를 파고 자신만의 해수풀장을 만들어 드러눕는다. 찰파닥찰파닥 물장구를 치며 바다를 휘젓고 다닌다. 온몸이 모래 범벅이 돼도 마냥 즐겁다.

어촌체험마을이자 농촌체험휴양마을인 둔장마을이 품은 둔장해변의 한낮 풍경이다. ‘자애롭고 은혜로운 섬’ 신안군 자은면에 있다. 

▲생태갯벌탐방로. 할미섬까지 연결돼 있다. 

후리질·삼강망 체험도 재밌어

둔장해변은 자은면 북쪽 끄트머리에 있다. 자은도에 있는 9개 해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길이가 3km에 달한다. 펄이 섞인 은빛모래밭과 완만한 경사, 수심이 얇아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맞춤이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져 각종 모임장소로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식히는 것도 재밌지만 둔장해변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해변에서 하는 조개잡이 체험이다. 평탄하고 모래에 갯벌이 약간 섞인 곳에서 잘 자라는 ‘조개의 귀족’ 백합이 많이 잡힌다.

시쳇말로 ‘백합밭’이다. 마을 주민들이 매년 3톤의 종패를 뿌려 키운 덕분이다. 운이 좋으면 소라도 잡을 수 있다. 물이 나갈 때 탈출하지 못하고 모래톱에 갇힌 녀석이다.

준비물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체험 비용 1만 원을 지불하면 체험마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비용을 지불했다고 내키는 대로 잡을 수는 없다. 마을에서 지급하는 한 바구니만 채울 수 있다.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고육지책이다.

공짜로 조개잡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해변 중앙에 그어진 경계선 너머에서는 아무나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다. 풍력발전이 돌아가는 곳이다. 

그물을 빌려 고기를 잡는 후리질과 삼강망 체험도 재밌다. 망둥어, 모치, 새우가 제법 잡힌다. 할미섬 주변 갯바위에선 고둥 따기도 할 수 있다. 모래게와 쫓고 쫓는 추격전도 재밌다.

한 가지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해변이나 갯바위로 몰래 들어가 갯것들을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비양심적인 행동은 삼가자.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전통 어업 방식인 독살. 갯벌탐방로에서 볼 수 있다. 

해넘이 길에서 본 낙조 ‘황홀’

체험 후엔 출출해지기 마련. 체험관 바로 옆에 있는 마을 식당에선 풍성한 토속밥상을 맛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키운 농수산물로 한상 거하게 차린 백반과 닭백숙이 일품이다. 칼국수도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마을음식으로 호사를 누렸다면 생태탐방로를 타고 할미섬에 가보자. 독특한 전통어업 방식인 ‘독살’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독살은 바다에 자그마한 돌을 쌓아 울타리를 만들어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독살 체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지 아쉽구먼. 10여 년 전에 복원한다고 돌을 쌓았는디 엉망으로 만들어 부렀어. 돌 틈으로 물이 빠져야 하는디 크나큰 돌로 둑을 맹글어 물이 안 빠져. 그랑께 그물을 칠 수가 없당께.”

마을 어르신의 안타까움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해넘이길’을 어슬렁어슬렁 걷다보면 긴 여름 해도 금방 저문다. 이때 보는 낙조는 천하일경이다.

하룻밤을 묵는 것도 좋다. 조망이 끝내주는 마을 펜션과 방갈로가 준비돼 있다. 소나무 숲에 마련된 캠핑장에서 야영도 할 수 있다.

신안군 자은면 둔장길 47-45, ☎061-271-8476

▲해넘이길 해송 숲 길 

한 걸음 더 - 해넘이길

일몰이 아름다운 해변 길

자은도에서 딱 한 군데만 가고 싶다면 어디일까. 주민들은 망설이지 않고 ‘해넘이길’을 추천한다. 이름 그대로 일몰이 아름다운 길이다. 

둔장어촌체험마을 입구의 송산정류장에서 시작해 한운마을 선착장을 거쳐 호안습지와 둔장해변을 지나는 길이다. 동양최대규모의 송림인 ‘무상무념의길’도 만난다. 12km에 달한다. 걸음걸이로 3시간이 걸린다.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평탄해 아이들에게도 맞춤이다. 

걷는 내내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어디를 보더라도 한 폭의 풍경화다. 일상의 번뇌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가 바다로 내려앉은 모습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대한민국 대표 해안누리길 5선’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요즘은 자전거 마니아들의 라이딩 코스로 인기다. ‘신안 섬 자전거길’ 코스 중 한 곳이다. 올해는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바다를 품은 섬 자전거 길’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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