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마을 "금나와라 뚝딱!"

입력 2019.05.22. 14:56 댓글 0개
▲도깨비마을을 지키고 선 대형 도깨비. 섬진강변 국도에서 강 건너로 보인다.

‘닷냥이’가 있다. 옛날 도깨비의 이름이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도깨비가 어느 날 가난한 나무꾼을 만났다. 도깨비는 다짜고짜 ‘닷 냥만 꿔줘!’라고 했다.

나무꾼은 별다른 생각 없이 빌려줬다.도깨비는 다음날 나무꾼을 찾아가 전날 빌린 다섯 냥을 갚았다.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날마다 찾아가 돈을 갚았다. 돈을 빌린 도깨비가 ‘닷냥이’라 이름 붙은 이유다. 도깨비는 빌린 건 기억하지만, 갚은 건 기억을 못했다.

‘닷냥이’ 같은 도깨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도깨비마을이다. 도깨비들이 판을 치는,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세상이다. 섬진강변, 곡성군 고달면에 있다. 

▲도깨비마을의 토대가 된 도깨비 ‘닷냥이’

마천목과 섬진강 도깨비 설화 토대

도깨비마을은 마천목 장군과 섬진강 도깨비에 얽힌 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마천목(1358∼1431)은 조선 초기 왕자의 난 때 큰 공을 세웠다. 왕자의 난을 평정했다고, 좌명공신에 올랐다.

마천목이 어렸을 때 얘기다. 마천목은 섬진강에서 고기를 잡아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하지만 한동안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섬진강에 독살을 쌓아 고기를 잡으려고 했다. 강이 넓고 물살도 거센 탓에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허탕을 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푸른빛의 돌 하나가 눈에 띄어 주워 갔다. 그날 밤 도깨비들이 마천목을 찾아와 ‘두목을 돌려 달라’며 애원을 했다.

마천목은 주워온 돌이 도깨비의 대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도깨비들이 대장만 돌려주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했다. 부탁도 워낙 간절했다. 푸른 돌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신, 마천목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섬진강에 독살을 막아달라고 도깨비들에게 말했다. 도깨비들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독살을 만들었다. 덕분에 마천목은 고기를 쉽게, 많이 잡을 수 있었다. 

▲도깨비마을

도깨비마을은 촌장 김성범(57) 씨가 만들었다. 김 촌장의 본디 직업이 세무사다. 광주에서 세무회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향인 섬진강변에서 조용히 살려고 오래 전에 들어갔다가 도깨비 전설을 알게 됐다. 집앞 강변에 뿔 하나 달린 도깨비 조각상 하나를 만들어 세웠다.

이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일본 도깨비 형상이다, 국적이 불분명하다 등의 이유였다. 대체 우리나라 도깨비는 어떻게 생겼을까? 김 촌장이 도깨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도깨비의 뿔이 두 개는 아니었다. 두 개가 많지만, 통일신라 때 기와에서 하나의 뿔을 단 도깨비 문양도 있었다. 도깨비를 연구하던 김 촌장은 도깨비 조각작품을 하나씩 더 만들어 세웠다. 지금까지 만들어 세운 도깨비는 1000여 마리가 넘는다. 그것도 귀엽고 깜찍한 것들이 많다.

그 사이 김 촌장은 도깨비를 주제로 한 동화를 써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 동화를 쓰며 아동문학가로 살기 시작했다. 동요도 100곡 넘게 만들었다. 창작동요 음반을 12집이나 낸 동요작곡가이기도 하다.

▲도깨비마을의 각양각색의 도깨비들.

숲속 도깨비 세상·모험놀이터 ‘흥미’

도깨비마을에 도깨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나무 위에 지은, 부엉이 모습을 한 ‘둥둥나무집’도 있다. 타잔이 살았음직한 그런 나무집이다. 그림책과 동화를 볼 수 있는 숲속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름도 ‘나름 도서관’으로 붙여져 있다. 동요를 들으면서 숲속의 도깨비들도 볼 수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로 그물망도 쳐 놓았다. 어린이들이 여기에 올라가 놀 수 있다. 숲속에 타잔그네, 타잔밧줄도 걸려 있다. 숟가락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적혀있는 냄비의 밑동을 두드리며 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게, 재밌어 하게끔 만들어진 숲속 놀이공간이다.

도깨비마을은 도깨비 숲길과 모험놀이터, 조각공원, 체험학습장으로 이뤄져 있다. 2층 규모의 도깨비 전시관도 있다. 1층은 도깨비 인형극을 보여주고, 동화를 구연하는 공연장이다. 2층은 도깨비마을의 역사와 여러 나라의 다양한 도깨비들이 전시돼 있다. 시대별 도깨비도 만날 수 있다.

섬진강 도깨비 설화의 주인공인 마천목 장군 이야기도 만난다. 우리나라 도깨비 뿔의 시작으로 알려진 치우천왕도 만난다.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군사를 이끌어 73번 싸워 73번 다 이겼다는 전쟁의 신이다. 우리나라 축구응원단 붉은악마의 공식 캐릭터로 알려진 치우천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혹부리영감 속 도깨비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일본 설화에 나오는 요괴 이미지를 그대로 우리 국어책에 옮기면서 우리나라 도깨비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인간과 가깝게 지내며 소원을 들어주는 우리 전통의 도깨비가 요괴로 바뀐 이유다. 

이상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재밌는 도깨비마을이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섬진강도깨비마을 ☎061-363-2953 

▲김성범 촌장.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