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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남목·최영완 "신혼때부터 지금까지 졸혼한듯 산다"

입력 2019.05.22. 06:02 댓글 0개
남편은 극단 대표, 아내는 탤런트
TV 예능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시청률↑ 주역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오른쪽)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방송에서나마 고민을 털어놓으면 남편이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13년째 한결 같다.”(최영완)

“환장하겠네. 이혼 기자회견하는 거 아니야.”(손남목)

부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티격태격했다. 서로의 고민을 거침없이 털어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였다. 결혼 13년째에도 신혼처럼 사는 비결이 아닐까. TV조선 예능물 ‘인생감정쇼-얼마예요?’ 녹화장에서 극단 ‘두레’의 손남목(49) 대표와 탤런트 최영완(39) 부부를 만났다.

‘얼마예요’는 부부가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감정들을 돈이나 가격으로 감정하는 토크쇼다. 출연 제의를 6개월 동안 3번이나 거절했지만, “큰마음 먹고 출연한 보람”이 있다. ‘얼마예요’에 합류한지 5개월 된 부부는 시청률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남목·최영완 부부가 출연할 때는 시청률이 오른다’는 정설도 생겼다. 연출자 강영미 PD에 따르면, 부부는 대본대로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다. 분위기를 주도하며 맛깔스럽게 에피소드를 풀어내 가장 호응이 좋은 출연진으로 꼽힌다.

손 대표가 ‘나쁜남편’을 자처한 덕분이다. 최영완은 “우리 신랑이 씹히면 씹힐수록, 밟히면 밟힐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부부는 “에피소드를 지어내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 대표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면서도 “부부가 살다보면 싸우고 미워하는 감정도 들지 않느냐. 10년 넘게 살았지만 매일 특별한 일이 있는 게 아니다. 방송에서는 매주 이런 얘기만 하니까 대중들은 우리가 365일 그렇게 사는 줄 안다”며 억울해했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라며 “최소한 나를 보고 ‘우리 남편이 훨씬 더 낫다’고 느끼지 않느냐. 누가 뭐래도 우리 부부는 잘 살고 있으니까 떳떳해서 더 방송을 할 수 있다. 갈등이 있고 사이가 안 좋으면 같이 방송에 나와서 험담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오른쪽)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그 동안 부부는 MBC TV ‘기막힌 남편스쿨’(2013), KBS 2TV ‘풀하우스’(2014), JTBC ‘화끈한 가족’(2014), MBN ‘동치미’(2018) 등 수많은 예능물에서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하지만 최영완은 “득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과장해서 말하거나 숨기는 성격이 못 돼 더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 같다. 남편이 내 말은 안 들으니까 방송에서 함께 고민을 토로하면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무의미하다. 부작용도 생겼다. 어느 부부나 싸우는데 실제로 우리 부부가 문제 있는 것처럼 보여 주위에서 많이 걱정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편에게 감동 받은 적은 없느냐고? 거의 없다. 집에 일찍 들어오지 않아서 싸울 일도 없다. 매번 녹화 오면서 ‘오늘 마지막이구나’라고 생각한다.(웃음)”

‘얼마예요’에는 가수 홍서범(61)·조갑경(52), 아나운서 이윤철(65)·비연예인 조병희(64), 개그맨 오정태(43)·비연예인 백아영(35), 핸드볼선수 출신 최현호(43)·아리랑TV 리포터 출신 홍레나(38) 부부 등이 출연 중이다.

최영완은 첫 녹화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엔 ‘희한한 부부들이 정말 많구나’라면서 당황했지만, ‘우리만 싸우는 게 아니구나’, ‘남들은 더하구나’라며 대리만족하고 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싸우기보다는 추억을 많이 쌓고 있다. “‘우리 신랑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가 눈총을 받았지만, 두 세 번 녹화하다 보니 ‘남자들은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10년 넘게 살다보면 ‘지긋지긋해서 못 살겠다’고 하는데, 결혼 선배들의 지혜를 배워간다. 친정집에 가서 남편 고자질하고 수다 떠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손 대표도 “시청자들이 ‘그래도 우리 남편이 낫구나’라고 대리만족하지 않느냐.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매주 다섯 쌍의 부부가 나오는데 각자 착각을 한다. 서로 남편들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오른쪽)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부부는 2007년 2년여 간 열애 끝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2005년 탤런트 강래연(38)이 자신이 출연 중인 연극 ‘마술가게’에 후임으로 친구 최영완을 손 대표에게 소개했다. 배우와 연출가로 첫 만남을 가진 셈이다.

남편에게 자랑거리는 없을까. 최영완은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면서도 “소심하지 않다. 삐치거나 욱하는 것도 없다. 우리 남편은 밖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한결같이 웃고 들어온다. 힘든 내색을 전혀 안 한다. 그래서 아는 게 전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손 대표는 최영완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연애·결혼한 이유도 단순하다. “예뻐서 좋아했다”며 “아내가 ‘오빠는 왜 나랑 결혼했어?’라고 많이 묻는데 ‘질리지 않아서 좋아!’라고 했다. 애교 부리고 밝고 섹시했다가 어느 순간 무서워진다. 서스펜스 영화 같다. 어떨 때는 천사처럼 눈물이 많았다가 어떨 때는 너무 독하고,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손 대표는 돌팔매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상처 주는 댓글을 수천 개 읽어도 견딜 만하다. “우리 와이프가 욕을 안 먹기 때문”이다. “댓글에 내 칭찬이 100개 있어도 와이프가 욕먹으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오른쪽)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손 대표는 대학로에서 실력 있는 연출가로 꼽힌다. 2001년 연극 ‘가스펠’을 시작으로 ‘보잉보잉’(2002~ ),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2006), ‘스캔들’(2012~ )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보잉보잉’은 누적 관객 430만명을 넘으며 13년째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나는 내일 행복하고 싶지 않다’를 출간했고, 행복 토크콘서트 등 강연가로도 활동 중이다. 다음 달 새 에세이집 출간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손 대표는 “연극의 끈을 놓지 않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다.

하지만 최영완은 “남편이 쓴 책을 읽다가 짜증나서 던져 버렸다. 오늘 하루 나도 행복하게 안 해주지 않느냐.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남의 행복을 고민하는데, 그렇다면 본인부터 가정으로 일찍 들어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 대표는 “남편이 의사라고 그 가족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라며 웃겼다.

최영완은 1995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했다. 이후 ‘학교1’(1999), ‘명성황후’(2001~2002), ‘그래도 당신’(2012)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안방마님으로 주목 받았다. ‘사랑과 전쟁’으로 인해 ‘불륜 전문배우’라는 이미지가 굳었지만, “나를 많이 알린 작품이라서 애정이 깊다. ‘사랑과 전쟁’이 다시 한다면 얼마든지 출연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오른쪽)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부부는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함께 예능에 출연하고 있지만,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것은 꺼린다. 손 대표는 “내가 연출하는 연극에 와이프가 출연하는 건 반대”라며 “부부가 같은 곳에서 일하며 엄청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이다. 서로 불만이 더 생기지 않을까. 계속 24시간 붙어 있기보다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바랐다.

‘얼마예요’은 폐지되지 않는 한 계속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시청률 3~4%(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대를 기록 중이다. “제작진이 고생하는데, 그들이 보상받는 게 시청률이다. 우리 부부가 시청률에 더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가 넘으면 전체 회식을 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내내 이들 부부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장난을 치면서도 서로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때로는 친구같은, 때론 연인같은 부부의 표본을 보여줬다.

“다른 부부들과 달리 우리는 서로 구속하지 않는다. 와이프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몇 시간 넘게 답을 안 하면 문제지만, 난 ‘회식하고 있어’ 등 다 말한다. 와이프도 이해하고 서로 의심할 만한 일이 없다. 물론 ‘몇 시쯤 들어올거야?’라고 물으면, 넉넉하게 ‘아침 전에 가겠다’고 한다. 하하.”(손남목)

“예전에 남편에게 ‘나는 나중에 졸혼을 할거야’라고 했더니, ‘졸혼이 뭐냐?’고 묻더라. 이혼하지 않되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거라고 했다. 우리는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졸혼한 것처럼 살고 있다. 이런 게 신혼처럼 사는 비결이 아닐까.”(최영완)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종편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인생감정쇼-얼마예요?' 출연중인 배우 최영완(오른쪽)과 연극연출가인 손남목 극단 두레 대표 부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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