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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영원 "세종대왕상 이전 반대...광화문 광장 재조성 철회" 촉구

입력 2019.03.22. 21:18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세종대왕 동상.사진은 한국조각가협회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세종대왕 동상 이전에 반대한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김영원(72) 전 홍익대 미술대학장이 서울시가 지난 1월 공개한 광화문 광장 재조성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화문에 옛 건물 몇 개 지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발상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22일 저녁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광장이 단기적 안목이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바뀌는 일이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수백년 이어갈 나라의 얼굴을 성형하듯 1,2년에 졸속으로 뜯어고치는 건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모전 당선작을 공개,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을 각각 정부종합청사 옆 옛 삼군부 터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올 상반기에 설계안을 확정하고, 후반부에 공사를 시작하여 2020년 완공할 계획이다.

설계안에 의하면, 광화문 앞의 도로를 없애고 그 자리에 월대, 육조거리 등 조선시대의 문화재를 복원하여 '역사광장'을 만들고, 또 현 광화문광장의 서쪽 차로를 전면 폐쇄함으로써 지금보다 확장된 '시민광장'으로 조성한다. 또 광장의 아래에는 대규모 지하상가와 전시관 등이 들어서는 지하광장을 만들 예정이다.

김영원 조각가는 "광장의 중심에 위치한 세종대왕동상을 시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한다"며 "세종대왕이 그렇게 귀찮은 존재인가? 시야에 방해된다고 해서 치워버려야 할 그 정도로 하찮은 인물인가? 이런 망발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종대왕동상은 단순한 하나의 조형물이 아니다"고 했다. "세종대왕상은 북악으로부터 내려와 경복궁, 광화문를 거쳐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나라의 숨결 그 중심축에 서있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이어지며 한민족의 정신이 모이는 곳으로 우리 민족의 영구한 발전을 지켜보고 있는 형상이다. 더구나 앞엔 구국의 영웅이신 이순신장군이 버티고 서있으니 文武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이 두 분의 모습은 그 존재만으 로도 모든 국민들에게 깊은 교훈과 감동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왕동상은 일개인의 생각만으로 세워진 게 아니다. 시민들의 여론을 두루 수렴하고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다. 전문가 20여명의 자문과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그러면서 "광장의 중심축을 벗어난 세종대왕동상은 의미가 없다. 그 순간, 역사성과 상징성 모두를 상실한다. 무(武)를 상징하는 이순신장군과 문(文)을 상징하는 세종대왕 간의 조화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세종대왕은 지금보다 더 부각되어야 마땅하며 이러한 이유로도 세종대왕의 동상은 현 위치에 존치하는 것이 타당하고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동상이 지금의 자리에서 사라진다면 국민들 가슴 속의 세종대왕도 사라질 것이며, 우리는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국민이 될 것"이라며 "민족의 역사를 지키고 나라의 발전을 염원하는 한 국민의 입장에서, 또 동상의 제작에 영혼과 심혈을 기울인 한 조각가의 간절한 염원으로 세종대왕동상의 이전을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영원(70) 조각가. (사진=뉴시스 DB)

그는 입장문에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서울시 광화문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광화문광장의 '역사광장'이란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역사광장을 조성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리고 600년 역사인 수도 서울의 얼굴을 다시 꾸미겠다는 발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21세기 첨단 세계, 미래로 달려가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에 옛 건물 몇 개를 지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발상은 지극히 단순한 복고주의적 발상이자 과거로의 회귀이다. 또한 시대역행적이다. 월대, 육조거리 등을 복원해서 옛 왕조시대로 회귀하자는 게 아니라면, 이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장의 확장이 가져올 효과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따졌다. 그는 "차선을 막고 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굳이 광장확장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여태까지 광화문광장은 건전한 시민들의 쉼터가 아니라 특정집단들의 점령으로 몸살을 앓아온 게 사실이다. 각종 불법 구조물들이 난립했으나관리 주체자들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방기했다. 새롭게 형성될 광화문광장이 또 다시 그런 무질서로 얼룩지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냐"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영원 조각가는 "광화문광장 일각에 ‘촛불광장’을 만들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기억공간’도 세울 계획도 들린다"며 "편중되고 퇴행적인 발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은 특정한 이념과 시대를 뛰어넘어 국민들의 마음이 합쳐지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곳이 만약 어느 한 집단의 정치적 목적과 이념을 펼치는 마당이 돼버린다면, 그때부터 광장은 화합이 아닌 갈등과 분열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에 있다하여 서울시만의 소유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전 국민의 광장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함부로 손을 대서 뜯어고칠 권한이 없다. 부득이 광장을 재 조성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의 뜻을 널리 수렴하고 오랜 토론과 숙의를 거쳐 최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만약 졸속으로 추진돼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일그러진 광장이 탄생한다면,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한편 서울시는 1968년, 2009년부터 광장을 지켜온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는 안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연말까지 시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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