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수백 년을 한결 같이···고품격 명품 매화

입력 2019.03.21. 14:28 수정 2019.03.21. 15:53 댓글 0개
화엄사 들매(野梅)…수령 450년 천연기념물
▲빨갛게 핀 매화가 절집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꿔주고 있다. 화엄사 각황전 옆에 핀 홍매  

매화·산수유로 시작된 남도의 ‘꽃봄’이 절정을 맞았다. 개나리·진달래·목련도 빠르게 피고 있다. 벚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봄까치풀, 광대나물, 민들레 등 들꽃도 지천이다. 매화를 만나러 간다. 지천에 흐드러진 매화가 아니다. 아주 오래된 고매, 격이 다른 고품격의 명품 매화다. 

흔히 화엄사의 화엄매, 선암사의 선암매, 백양사의 고불매, 오죽헌의 율곡매를 대한민국 4매라 부른다. 그 가운데 하나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절집 화엄사에 있다.지금, 지리산 화엄사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매화다.

매화는 각황전 옆에서 가지마다 연지곤지를 찍은 것처럼, 붉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다. 꽃망울이 절집의 위엄을 한순간에 흩트려 놓는다. 절집의 분위기까지 화사하게 밝혀준다. 

단청을 하지 않은 각황전과 어우러져 꽃이 더욱 고혹적이다. 평소 화엄사의 건축물을 대표하는 각황전이지만, 지금은 홍매에 밀려 조연으로 밀려난다.

화엄사 홍매는 300여 년 전에 심어졌다.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계파선사가 심었다고 전한다. 각황전을 중건한 게 1702년, 올해 317살 된 셈이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장륙전을 숙종 때 중건하고, 이름도 각황전으로 바꿨다. 

각황전은 당초 석가여래입상을 모신 장륙전이었다. 각황전 옆 홍매화를 ‘장륙화’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다른 홍매와 달리 꽃송이가 붉다 못해 검은 빛을 띤다고 ‘흑매’로도 불린다. 진분홍 자태에 반한 사람들이 지금 많이 찾고 있다.

홍매를 보고 있노라면, 꽃의 매력에 고스란히 빨려 들어간다.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이고 고혹적이다. 사진을 찍는 ‘진사’들은 빛의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빛깔의 꽃으로 담아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매화가 있었냐’며 감탄사를 토해낸다. 절집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각황전, 석등, 사사자삼층석탑과 어우러져 특유의 개성까지 뽐내는 매화다.

그렇다고 이 홍매화가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꽃의 아름다움과 나무의 자태를 보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지만, 아니다. 

▲길상암에서 꽃을 피운 들매, 천연기념물이다. 

천연기념물인 화엄사 매화는 따로 있다. 화엄사에 딸린 암자, 길상암에 있다. 길상암은 화엄사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다. 구층암과 인접해 있다.

암자의 네모난 작은 연못가에 매화나무가 있다. ‘들매화(野梅)’라 부른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고 버린 씨앗이 자연스럽게 싹을 틔워서 자란 나무란다. 

꽃은 흔한 흰색이다. 매실 생산을 목적으로 한 개량종 매화보다 꽃이 작고 듬성듬성 핀다. 단아한 기품과 짙은 향기는 개량종 매화에 견줄 바가 아니다. 토종 매화 연구의 학술적 가치도 크다고 문화재청이 주목하고 있다.

수령 450년 정도로 추정된다. 천연기념물 제485호로 지정돼 있다. 수백 년 동안 한결 같은 빛깔과 생김새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누구라도 경외심이 절로 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다.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화엄사에 가서 홍매화만 보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홍매가 천연기념물인 줄 알고 간다. 각황전 옆의 홍매를 본 여행객 대부분은 길상암에 들르지 않는다.

길상암에는 그만큼 찾는 사람이 없다. 암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덕분에 천연기념물 화엄사 매화를 차분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산속 암자에서 누리는 호사다.

길상암과 인접한 구층암도 아주 소박하면서도 멋스런 암자다. 화엄사 뒤쪽으로 아늑한 대숲을 따라가서 만난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소리가 귀전에 속삭이는 암자다.

요사채의 기둥도 울퉁불퉁한 모과나무를 그대로 가져다 받쳐 놓을 정도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졌다.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놓은 3층 석탑도 자연스럽다.  ​ 

▲화엄사 각황전 옆에 핀 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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