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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김봄소리·라파우 블레하츠, 신비로운 소통···'라팔소리'

입력 2019.02.24. 11:32 댓글 0개
김봄소리, 라파우 블레하츠. ⓒ크레디아·아트앤아티스트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영화 '컨택트'(2016·감독 드니 빌뇌브)를 떠올렸다. 인간과 우주에서 온 생명체와 소통을 다룬 이 영화는, 타자의 언어를 받아들일 때 빚어지는 놀라운 기적의 순간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언어를 그대로 놓아두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언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신비로운 소통을 하게 되는 경험, 한국의 바이올리스트 김봄소리(30)와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4)의 듀오 콘서트가 딱 그랬다.

최근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앨범 '포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쇼팽'을 내놓은 뒤 순회 듀오 콘서트 중이다. 이들의 소통은 시청각적 잔상이 아닌, 마음이 반응하는 뭉클한 촉각으로 새겨졌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4번 F장조는 공연의 막을 여는 곡답게 싱그럽고 활기찼다. 두 사람의 호흡 역시 유연했다. 발군은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2악장. 피아노의 날아가는 듯한 연주를 추격하는 바이올린이 마침내 이를 추월해낼 때의 배려와 양보 그리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절묘했다.

2부에서 호흡은 더 무르익었다.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를 유연하고 진부하지 않게 소화한 김봄소리와 블레하츠는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화룡점정했다.

서정과 역동, 침묵과 변화무쌍함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일품인 작품인데, 두 사람은 선율 위를 불길하게 유영하며 관능적인 격렬함을 뽐내면서도, 추상적인 혼돈의 영역인 음악적 소통을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 누군가와 소통하기 어렵다면, 이들의 듀오 연주를 추천한다.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촉감으로 감성으로 그 방법을 짐작은 할 수 있으리라.

날마다 일취월장하는 김봄소리는 독주자와 협연자로서 뿐만 아니라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자신을 각인시켰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 팬에게 서정적인 독주자라는 인상이 짙던 블레하츠는 처음 참여한 이번 실내악 프로젝트로 자신의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2016년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김봄소리의 연주를 듣고, 그녀를 직접 듀오 파트너로 낙점했다.

ⓒ크레디아·아트앤아티스트

앙코르로 들려준, 나탄 밀슈타인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쇼팽 녹턴은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했음을 분명히하는 마침표였다.

폴란드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김봄소리와 블레하츠는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전 같은 달 16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1일 울주문화예술회관, 22일 대구수성아트피아를 돌았다. 호흡이 더 차질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예정된 이 듀오의 소통은 얼마나 더 긴밀해질까. 팬들이 붙여준 별칭인 '라팔소리'의 미래가 밝다.

꼭 30년 전인 1989년 역시 DG를 통해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집을 내놓으며 호흡을 맞춘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와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처럼 30년 후에도 회자되겠지.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를 가득 메운 긴 사인회 줄에 함께 한 청중이 증인이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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