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청춘, 노란꽃 산수유를 노래하다
입력 2019.02.20. 10:34 수정 2019.02.28. 13:29 댓글 0개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면은 봄이 되면 마을마다 자연군락을 이룬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농가 사이로, 시냇가와 논밭두렁에 연노랑 빛 산수유 꽃이 피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산동면 산수유 꽃은 2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 중순께 노란색으로 만개한다.
수백 년의 아름드리 산수유 나무에서 황금 왕관 모양의 꽃망울들이 한꺼번에 피어올라 마치 꽃더미가 마을 뒤 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꽃들은 특히 가을이 되면 루비 같이 빨간 산수유 열매로 변해 또 다른 볼거리는 물론 사람들의 건강을 챙겨 준다.
구례 산동면 일대 40여개의 자연마을에는 이처럼 산수유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군락지이다.
주로 한약재나 건강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산수유는 아주 오래 전부터 구례 산동면 농가의 큰 소득원이다.
지난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산수유농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구례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산수유는 지금으로부터 약 1천년 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 올 때 처음 가져와 심었고, 산동 이라는 지명도 이러한 연유에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시목 나무가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에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기도 하다.
-‘산수유꽃 축제’ 3월16일 개막
봄의 전령사로 표현되는 산수유 꽃은 봄맞이 상춘객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꽃으로 알려져 있다.
구례군 산동면 일원에서는 매년 산수유 꽃이 만개하는 3월 중순께 산수유꽃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3월16일부터 24일까지 9일간 열린다.
1999년 산동면청년회와 지역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산수유꽃 축제는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구례군의 대표축제다.
- 봄의 활력과 젊음을 노래
구례군은 올해로 20회를 맞는 구례산수유꽃축제를 기념해 개막행사를 특별히 준비하고 있다.
‘스무살청춘, 산수유를 노래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산수유나무의 전래에서부터 산동면 지역의 여순사건으로 인한 비극을 노래로 전해오는 ‘산동애가(哀歌)’ 음악공연, 지난 산수유꽃축제의 이모저모 영상 공개, 봄의 활력과 젊음을 노래하는 인기가수 공연 등을 테마별로 구성해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의례 의식은 간소화하고 군민의 축하멘트 영상 모음 위주로 진행된다.
- 체험·문화예술 공연 등 다채
축제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됐다.
첫날 오전 11시 구례향교 유림회는 산동면 계척마을 산수유나무 시목지에서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풍년 기원제례를 거행한다.
주요 행사는 산동면 좌사리 지리산온천관광지 특설무대와 산수유사랑공원, 반곡마을에서 열린다.
‘산수유꽃길따라 봄마중 걷기’, ‘영원불변의 하트지 남기기’ 체험 등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에 따라 40여종의 체험 및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산수유 떡 만들기 체험 경연행사’가 축제장에서 규모 있게 열린다.
자녀가 있는 가족은 전통 방식의 떡메치기와 떡썰기 체험 및 경연 행사에 참여하면 맛있는 찰떡도 먹고 재미도 즐길 수 있다.
공연행사도 풍성하다. 행사기간 중 주말에 산수유문화관과 반곡마을에서 가야금, 판소리, 통기타 등 ‘작은음악회’가 열리고, 트로트 가요제 ‘산수유 사랑 콘서트‘, ’포크 콘서트‘, ’남도전통 춤가락의 멋과 소리’ 공연이 이어진다.
또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지역문화공연‘,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구례잔수농악을 비롯해 강릉, 평택, 진주 삼천포, 임실 필봉 농악 등 우리나라 대표 무형문화재 농악공연도 선보인다.
평일에는 DJ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오락가락‘과 ’산수유 열린 무대‘도 마련된다.
향토음식 및 지역제품 전시판매 등 부대행사도 만나볼 수 있다. 산수유차 등 산수유 제품을 비롯해 농특산품 판매장, 산수유캐릭터 퍼포먼스, 즉석 사진인화 서비스 등을 행사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교통체계 등 관광객 편의 개선
구례군은 산수유꽃축제 기간동안 올해에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객은 주말에 집중돼 축제장으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교통 체증이 골칫거리였다.
이 때문에 올해는 진입하는 일방통행 노선을 확대 개편하고 진출 우회도로는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또, 주 행사장은 관람객들의 동선을 따라 집중 배치해 각종 부스 이용이나 체험참여, 무대공연 관람을 한 공간에서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구례군 홈페이지에서 산수유꽃 현지 개화 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볼 수 있도록 했다.
군은 지리산정원이나 화엄사, 사성암, 한국압화박물관 등 관내 유명 관광지를 다녀 온 후 산수유꽃축제장을 방문하거나 축제장 내 ‘산유수유 캐릭터’와 인증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홍보하는 사람은 선착순으로 산수유 건피를 무료로 주는 경품행사도 진행한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산수유는 오래 전부터 지역농가의 소득원이고 소중한 관광자원이었다”며 “산수유가 우리 군의 6차 산업이자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색 있는 산수유꽃축제를 마련해 브랜드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례=오인석기자 gunguck@srb.co.kr
- 짱뚱어·칠게 시글시글··· 자연이 만든 '생태천국' 신안 증도 갯벌1004섬 신안 1섬1뮤지엄 ④증도갯벌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가뭇없이 아득했다. 이곳 날씨란 것이 원래 시시각각 다르다고는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왜바람에 당장이라도 후두둑, 굵은 빗방울을 흩뿌릴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은 희미한 바다의 실루엣을 더욱 검고 어둡게 만들었다.갯벌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있었던 듯, 훤하게 속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농게와 칠게는 불풍나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흙장난을 치고, 멋모르는 낙지 한 마리, 물골에서 허우적댔다. 짱뚱어란 놈은 자기를 보아달라는 듯, 갯벌 위에서 펄쩍펄쩍 뛰기까지 하고 있었다.녀석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자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 비가 내리거나 성격 급한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놈들을 낚아야 할 것이었다. 서둘러 바구니를 등에 메고 갯벌로 걸음을 옮기니 미끄러지듯 펄 속으로 발이 박혀 들어갔다. 휘청-. 이제는 발이 박히는 것에 익숙할 때도 됐건만 매번 중심을 잃고 넘어질 지경이 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갯벌에서 몇 걸음 옮겨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낚싯대를 폈다. 최근에 새로 장만한 '신식 낚싯대'를 보자 마음부터 오달졌다.20대 초반이나 됐을까. 짱뚱어잡이를 위해 처음 사용한 낚싯대는 대나무였다. 벌교며 여수, 순천 등 외지 사람들이 와서 짱뚱어를 잡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령 없이 낚싯대를 던지다 보니 무겁기만 하고 낚싯줄이 원하는 만큼 나가지도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썰물 때마다 갯벌에 나와 낚싯대를 던졌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고, 이튿날도 맨손으로 돌아가는 날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등에 멘 바구니의 무게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그는 새로 구입한 낚싯대를 길게 편 다음 원하는 곳 멀리까지 바늘을 던졌다.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끄는 동안 손끝에 미세한 감각이 전해지자 재빨리 잡아챘다. 낚싯바늘에 짱뚱어의 몸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신안 증도 갯벌도립공원◆"갯벌은 삶의 터전… 복받았죠""새로 낚싯대를 사서 한번 해보니까 역시 좋아요. 하루하루 잡는 양이 달라지더라고요. 거기에 요령까지 더해지니 하루에 500마리 이상은 거뜬하게 잡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짱뚱어에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그냥 갯벌에는 시글시글 흔하니까…."신안 증도 장고리의 이남창(85)씨는 짱뚱어 낚시의 산증인이다. 청년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증도에서 짱뚱어를 낚아 가정을 이끌었다.짱뚱어가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를 끌 때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신안의 식당마다 '짱뚱어'를 메뉴로 내걸었고, 물건을 대달라는 업주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이 씨가 사는 장고리에서만 5~6명이 함께 낚싯대를 던졌을 뿐, 많은 주민이 짱뚱어잡이에 나선 것도 아니었다.자신이 잡은 짱뚱어를 찾는 발길이 줄기 시작한 것은 수입산 짱뚱어가 들어오면서부터다. 평소 물건을 대달라고 사정하던 업주가 어느 순간 돌변해 "이제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일이 있었다.하지만 이 씨는 개의치 않았다. 수입산 짱뚱어는 자신이 직접 잡은 것과 비교해 그 맛이 월등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입산 짱뚱어탕을 팔던 가게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면서 폐업 위기까지 닥쳤고, 다시 이 씨를 찾아와 짱뚱어를 달라고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이 씨는 업주의 행태가 괘씸했지만, "다시는 거래를 끊겠다는 말하지 않겠다"며 읍소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짱뚱어를 공급했다.짱뚱어는 봄에 보이기 시작하지만 낚시는 여름과 가을에 주로 이뤄진다. 짱뚱어가 살이 쪄서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이기도 하다.신안 증도 짱뚱어가 유명해지면서 이를 겨냥한 외지인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웃 섬은 물론 무안이나 여수 등지에서도 짱뚱어를 잡기 위해 찾아오곤 했다. 이 씨는 "이 지역 것은 곧 내 것인데 왜 너희가 와서 잡느냐"며 쫓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안타까운 점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짱뚱어의 수가 주는 데다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씨는 신안 증도의 갯벌이 곧 삶의 터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우리로서는 복받은 것이지요. 누구는 짱뚱어를 잡고, 누구는 낙지를 잡으며 힘든 시절 견디고 생계를 유지했으니까요. 농사를 함께 짓기도 했지만 수입은 비교가 안 됐어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좋은 갯벌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요."갯벌박물관을 찾으면 갯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어로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숭어에 농게·칠게·짱뚱어·갯강구까지…갯벌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의 모래나 펄로 된 넓고 평평한 땅이 밀물 때는 바다가 됐다가 썰물 때 드러난 곳이다. 육상과 해양이라는 두 개의 생태계가 접하는 곳으로 두 세계의 완충작용뿐만 아니라 연안 생태계의 모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갯벌은 자연이 만든 천혜의 생명 보고(寶庫)다. 숭어와 농게, 칠게, 짱뚱어, 망둥어는 물론이고 총알고둥, 갯강구, 댕가리, 칠면초 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여기에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희귀 조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 된다.바지락과 낙지, 꽃게, 굴, 백합 등 수집 종에 이르는 갯벌 속 청정자원은 갯벌에 터를 잡고 살아온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미래 자원이다.신안 갯벌은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 갯벌이다. 국내 전체 면적(2천482의㎢) 중 전남이 42.5%를 보유했는데, 신안에서만 14%(3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신안 갯벌은 대형 저서동물(底棲動物·산호나 성게, 조개, 새우 등 호수나 강, 바다의 바닥에 깔린 바위나 모래에 사는 동물)이 100종 이상 서식하는 곳으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 5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2010년 1월 국토해양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됐고, 2011년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17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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